[Review] 너를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 손쉬운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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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그릿, 넛지, 긍정심리학, 무의식의 힘, 파워 포즈 같은 심리학계의 블록버스터급 아이디어들은, 입소문을 탄 테드(TED) 강연, 베스트셀러 도서,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단순하고 신속한 처방 덕분에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사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들의 근간이 되는 과학의 상당 부분이 모호하거나 오류가 있다면 어떨까? 뒤늦게 부실한 연구, 데이터 조작, 주장 철회, 재현 성공률 25퍼센트라는 불명예스러운 진실이 밝혀졌다면? 이 책은 정밀 검증을 버텨내지 못한 허술한 심리학 연구들이 그토록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이유가 무엇인지 전방위적으로 분석한다.
21세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중적인 행동과학은 사회적 병폐를 유발하는 더 큰 구조적 힘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서기보다는 개인을 치료, 개선 및 최적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제시 싱걸은 이 책에서 현재 유행하는 심리적 개입으로는 개인과 사회문제, 즉 사회적 불평등과 불공정을 진정으로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어떻게 아이비리그 명문대 학자들과 여론 주도층들이 진지한 처방이 필요한 문제에 심하게 설익은 해법을 내놓는지 낱낱이 밝히고, 오늘날 열광적으로 전파되는 자기계발 심리학의 허약한 기반을 냉정하게 돌아본다.
#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한 속임수
MBTI와 같은 유사 행동과학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선 나는 MBTI를 접하게 되었을 때, 내가 처음 보는 사람의 특성을 ‘미리 보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상대방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도 나와 동일한 의견이 내포되어 있었던 것일까.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MBTI로 사람들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내향적이고 외향적이고, 현실적이고 직관적이고, 감정적이고 이성적이고, 계획적이고 즉흥적인 사람의 성향을 단 4글자의 알파벳을 구분하는 기이한 현상. 그리고 그 현상을 둘러싼 웃음이 넘치는 상황들. 그렇게 MBTI는 우리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왜 우리는 그렇게 상대방을 이해하고 분석하려 하는 것일까. 상대방에 대한 답을 내리는 욕심을 인식이 될 때도 있었다. 답을 내려야 행동으로 옮기는 습성 때문이려나. 이젠 MBTI나 상대방의 심리를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이야기의 진행이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친구들이 이야기한다. 너는 참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야. 그럼 난 착각한다. 난 정말 그런 사람인가 싶어서. 하지만 난 나를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울할 때, 어두울 때가 문득 내 머릿속에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친구들은 날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이런 순간이 느껴질 때마다 그 원인을 파고들려고 했고, 그 과정이 내가 읽은 책 <손쉬운 해결책>에서도 서술하고 있다.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 가운데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것, 그리고 예측과 오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책의 결론 부분에 등장한 사회심리학자 캐럴 태브리스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일단 어떤 이론을 수립하고 나면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는 물론, 그 이론에 대한 비판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됩니다. 과학자들이라고 이런 경향이 면역이 있는 건 아닙니다. 과학적 기획의 성질 자체가 자신의 믿음을 시험하고, 증거가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지 안 하는지 보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그런 것 아닐까요?”
그렇다. 이미 나와 나의 성격을 축약하여 정리하고, 머릿속에 박히면 그 이후 나의 성격도 그에 맞게 변하면서 본래의 내 모습을 속일 수 있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입증하려는 이론은 사람을 분석하려는 성향으로도 설명이 되기에 내 의견에 반항하는 무언가를 만나는 순간 아니라고 크게 외치는 우리의 모습이 캐럴의 말로써 조금이나마 설명되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지만, 본래의 모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맞추어 변화는 이상한 과학의 모습은 제일 두려운 모습인 것 같다. 우리가 행동 과학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가장 크게 주의해야 할 것은 모든 현상과 사람을 자신의 틀에 가두어 놓고 판단하는 태도이다. 어떻게 보면 상대방과 관계를 쌓고, 대인 관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가장 빠른” 실마리이겠지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욕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가장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 그 모든 의도가 항상 올바른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상대방을 오해할 수도, 누군가를 미워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내 분석력에 도취되어 자만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 나도 누군가를 분석하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가두려는 틀인, 행동과학에 대한 강한 믿음을 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틀을 짓고 바라보는 것이 아닌 대화를 통해 느리고 정확하게 만드는 그림을 위해. 잠시 서두르려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좋겠다.
[임주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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