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시대의 신문 도둑 [사람]

아직도 지면 신문을 읽는 사람과 훔쳐 가는 도둑
글 입력 2023.07.27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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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것을 훔쳐 가면 기분이 나쁘다. 아주 당연한 일이다. 범인을 찾아내서 처벌을 바라기도 한다.

 

나에게는 한 때 신문 도둑이 있었다. 그런데 기분이 상하는 것보다 범인이 너무나도 궁금한 감정이 앞섰던 적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지면 신문을 구독해서 읽었다. 요즘에는 신문 읽는 사람이 많이 없어 옛날처럼 현관 앞에 놓아주지 않고 1층 우편함으로 배달된다.

 

당시 졸업반이었던 나는 10시 30분 오전 수업에 가기 전 아침 운동을 다녀온 후 신문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왔다. 등교 전 헤드라인을 읽고 나가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침에 신문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배달이 안 된 것인지, 누가 훔쳐 간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CCTV 열람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신문사로부터 내가 사는 구역은 보통 새벽 4시 전에 배달이 완료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곧바로 다음 날 새벽 4시에 1층 우편함으로 내려갔다. 신문이 있었다. 그러나 아침 운동을 하고 돌아오니 사라진 상태였다. 누군가 가져가는 것이 확실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신문을 훔쳐 가지 말라는 경고문을 부착해 주었다.

 

그렇지만 나의 신문은 여전히 아침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우편함에 삐뚤게 꽂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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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요즘 시대에도 신문 도둑이 있냐며 반대 성향의 신문으로 구독을 바꾸라는 농담을 했다. 문득 ‘같은 신문사의 기사를 읽는다는 것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닐까?’란 호기심이 들었다.

 

처음에는 아침에 신문을 읽는 루틴이 망가지며 화가 났었다. 하루의 시작부터 어긋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저녁이면 돌아오는 신문과 첫 면부터 마지막 장까지 야무지게 읽힌 자국들을 보며 누군가 내 신문으로 세상의 소식들을 알아가는 중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물론 친구는 내가 제때 읽지 못하고 헤진 채 돌아오는 것이 문제라고 짚어주었지만 말이다.

 

내 것이 도둑을 맞았는데 도둑맞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검색 한 번이면 볼 수 있는 기사들을 놔두고 신문을 훔쳐 가면서까지 읽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별거 아닌 게 궁금하기도 했다. 앞면을 중점적으로 읽는 나와 달리 끝까지 꼼꼼하게 보는 그의 생각도 읽고 싶었다.

 

신문 도둑이라니. 어쩌면 앞으로는 평생 없을 도둑이 아닐까.

 

 

 

[박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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