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지나가 버린 '마지막'의 슬픔

허물지 못한 벽은 후회로 남는다
글 입력 2023.07.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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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이별은 대단한 게 아니라 한쪽이 죽고 난 후 처음으로 ‘그때 그게 마지막이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뿐. 이별은 다 그런 건가.’

 

일주일 전 갑자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할아버지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날을 떠올렸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할아버지 댁을 찾았던 날,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랬듯이 입을 굳게 다물고 방안에 홀로 계시다가도 잠깐씩 거실로 나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우리 가족과 짧은 대화를 나누셨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익숙했지만 편안하지는 않았다. 할아버지는 어려운 사람이었다. 일 년에도 몇 번씩 얼굴을 뵈었지만,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항상 벽을 단단히 쌓아 두셨고 나는 그 벽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서성이다가 돌아가기 일쑤였다.

 

사랑과 거리감은 별개의 문제였다. 사랑한다고 해서 무조건 거리가 가까운 것은 아니듯이 거리감을 느낀다고 사랑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할아버지를 사랑했다.

 

그러나 몸을 부딪쳐 벽을 무너뜨리고 벽 너머에 있는 할아버지의 손을 찾아 잡을 만큼의 용기는 내게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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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의 이별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은 정확히 말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떠돌아다녔고, 그래서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 올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러는 사이에 이별은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찾아왔다. 이별을 준비한다고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신을 차려 보면 항상 마지막은 이미 지나가 버린 뒤였다. 어쩌면 신은 내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는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노래 가사를 잊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데도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결코 알 수 없는 인간은 계속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만다. 한 번이라도 더 잡아드리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따뜻한 손을 생각하며 그저 한 줄기의 뿌리가 잘려 나간 어린나무처럼 휘청이고 있다.

   

당연하게 내 곁에 있었던 누군가가 처음부터 없었던 듯이 사라져 버리는 것, 우리의 시간이 이렇게 한순간에 끝나버리는 것은 어떻게 해도 익숙해질 수가 없다.

 

사람은 원래 혼자 왔다가 혼자 돌아가는 존재라고, 잠깐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이별은 늘 아프고 또 허무하다.

 

 

[윤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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