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하는 여인들의 플라멩코 - 베르나르다 알바

베르나르다 알바_국립정동극장
글 입력 2023.07.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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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시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1930년대 스페인의 남부 지방을 배경으로 하며 남편을 잃고 가장이 된 ‘베르나르다 알바’와 그녀의 다섯 딸들의 사랑에 대한 절제, 욕망을 정열적인 플라멩코를 통해 보여준다.

 

‘플라멩코’가 스페인 남부 지방에서 유래됐다는 점이 뮤지컬의 배경과 연출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박수와 발을 바닥에 쿵 박는 움직임에는 억압에 대한 감정의 응어리가 느껴졌고 정열적인 춤에는 사랑에 욕망이 느껴졌다.

 

10명의 배우가 박자에 맞춰 기본적인 소리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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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와 발돋움, 스냅핑 등 캐릭터들의 합무는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를 이끌고 간다면 캐릭터들의 독무에는 캐릭터마다의 특징과 감정이 담겨있다.

 

제한적인 움직임과 일관적인 표정을 보여주는 ‘베르나르다 알바’는 보다 현실적이며 당시 여성들이 겪었던 억압을 순응하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살아왔길래 저렇게 압박감이 몰려들었을까 생각도 들며 그 이면엔 아픔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섯 딸들의 독무는 극을 더 다채롭게 만들었다. 첫째 ‘앙구스티아스’는 사랑이 주는 행복함과 불안함을, 둘째 ‘막달레나’는 사랑에 대한 부러움을, 셋째 ‘아멜리아’는 사랑의 순수함을, 넷째 ‘마르띠리오’는 사랑에 대한 좌절감과 체념을, 그리고 막내 ‘아델라’는 정열적인 사랑과 그 욕망을 보여준다.

 

독무와 함께 펼쳐지는 캐릭터들의 사랑은 사회와 시대가 막을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열정이 뭔지 알고파.”
 

 

가장 인상이 깊었던 독무는 극의 절정 부분인 ‘아델라’의 독무였다. 첫째 언니 ‘앙구스티아스’의 약혼 상대인 ‘뻬뻬’와 사랑에 빠진 ‘아델라’는 앞으로의 고난과 어려움을 알지만 그래도 ‘뻬뼤’와의 사랑을 선택한다. 그녀의 불안한 표정과 대비되는 격정적인 춤은 사랑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지, 사랑이 얼마나 강한 감정인지, 그리고 지나친 억압이 야기할 수 있는 폭발을 격렬하게 보여준다.

 

춤이 인간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면 노래는 칼 같았다. 날카로운 노래는 증오와 분노로 가득하며 그 대상을 가차 없이 찌르는 듯하다. 비명과 고함이 섞여 기존의 뮤지컬 노래와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사랑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극을 더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연출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명과 고함에 실린 떨림이 인상 깊었다.

 

 

“나의 고통은 배고픔이 아니야.

나의 고난은 사랑의 아픔”

 

 

그리고 익숙한 판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꺾거나 끝 음을 끌어올리는 등 판소리와 비슷한 창법이 노래에 사용된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특징인 ‘한’이 잘 묻어난 판소리의 창법을 활용해 사랑을 방해하는 현실의 억압에 대한 ‘한’과 사랑이 주는 아픔에 대한 ‘한’을 전달한다. 묵직한 톤은 그 무게감을 더해 몰입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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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시작과 끝은 ‘문’이다. 문을 열고 뮤지컬이 시작되며 문을 닫으며 뮤지컬이 끝난다.

 

문 자체가 가지는 기능을 통해 뮤지컬의 시작과 끝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문은 더 다양하게 활용된다. 극을 보며 문이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의미를 함축할까 생각해가며 보는 것도 <배르나르다 알바>를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딸들을 바깥세상과 단절시키는 억압을 나타내기도 하고 그 이유가 아버지의 8년 상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권위적인 가부장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아델라’의 독무가 이뤄지는 파트에서는 억압적인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해방과 자유를 함축하고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판도라의 상자’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말할 수 있지만 억압을 뚫고 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비록 비극적일지라도 다섯 딸들은 사랑을 알아가며 꿈을 꾸고 희망을 품기 때문이다.

 

‘아델라’가 자신을 무겁게 누르는 문을 열 수 있었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사랑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Love’와 ‘Move’는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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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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