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영님!
낯선 이에게 편지를 쓰는 경험은 처음입니다. 엄마가 항상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요, 늘 편지를 쓸 때는 너의 이야기보다 받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많이 쓰거라, 하셨어요. 아무래도 저는 저의 관심사에 대해서 떠들거나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는, 약간은 이기적인 사람인가 봅니다. 그렇지만 이 편지를 준비하면서 가영님에 대해 많이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주세요.
처음 만난 사이이니 제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저는 특이한 외자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워낙 특이해서 한번 들으면 기억에 잘 남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에요. 그리고 가영님이 편지에 쓰신 것처럼 저 역시 넓고 얕은 취향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런 취향도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 저는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벌써 제 이야기를 많이 해 버렸으니 가영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해요.
날씨 좋은 날 찍은 꽃이에요
제가 서간문을 준비하면서 설렜던 가장 큰 이유는, 저만큼이나 글쓰기에 열정을 가지고 또 글을 좋아하는 분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가영님의 글은 그 기대를 넘어 저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답니다.
대표 글로 보내주신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 - 세계 여성의 날에 부쳐> 글을 아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세태에 대한 글을 잘 쓰지 못하고 있는데,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거기에 더해 여러 장르의 작품을 언급하시는 구성이 정말 멋있었어요. 가영님의 넓은 취향 스펙트럼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잘 와닿는 글이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그러한 기획으로 글을 써 보고 싶네요.
우연하게도, 요 며칠이 저에게는 버겁던 터라 악동뮤지션의 ‘개화’ 앨범을 들으면서 위로받고 있었어요. 가사의 따뜻한 응원이 저에게 하는 말 같아서 하마터면 듣다가 눈물이 날 뻔했답니다. 그러던 중 가영님이 개화 앨범에 관해서 쓰신 글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요즘 날씨에 참 잘 어울리는 앨범이죠. 개인적으로 악뮤의 1집과 2집 음악 스타일을 참 좋아했었는데, 이번 앨범에서 다시 옛날의 향수가 느껴져서 정말 반가웠어요. 가영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곡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전 이 노래를 들으면서 편지를 썼답니다
인생의 꽃다운 나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는 찬혁님의 말도, 가영님의 글을 통해서 처음 접했습니다. 저는 깊이 공감이 되었어요. 가영님은 인생이 빛나는 순간순간을 느끼고 계신가요? 지난 편지에 넣어주신 사진들을 보니, 가영님도 자그마한 낭만을 즐길 줄 아시는 분 같아서 동질감을 느꼈어요.
저는 날씨 좋은 날 버스 창밖을 볼 때, 친구들과 배가 아플 때까지 웃을 때, 부모님과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볼 때, 그 모든 순간에 '지금 이 찰나가 내 인생의 꽃 같은 시절이구나' 생각하곤 해요. 그러다가 미래에 할머니가 되어서 젊은 날을 그리워할 것을 생각하면 침울해지기도 하지만,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 곧 다시 정신을 차리곤 합니다.
최근에는 글 쓰는 작업의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서간문을 통해 가영님을 포함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글에서 힘이 전해지는 듯해요. 예전에 한 교수님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글을 써야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지금에서야 더 체감되는 듯합니다. 결국 글은 누군가 읽어줄 때 그 의미가 완성되니까요.
앞으로 사이트를 구경할 때, 가영님을 포함해 함께 서간문을 썼던 이름들이 보이면 반갑게 클릭하게 될 것 같네요. 모쪼록 충만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행복하세요!
원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