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브제 활용법 [문화 전반]

누군가의 무엇
글 입력 2023.06.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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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제"


오브제는 영어로 'Object'다. 사물, 또는 어떠한 '것'. 프랑스어의 어원적 의미로는 '앞으로 던져진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던져졌다는 것은, 그것을 던진 이가 있다는 것이고, 던진 이가 있다는 것은 그것을 던질 만한 동기를 그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어딘가에 놓인 '오브제'를 목격하는 상황 자체는 곧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행위의 결과물을 마주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오브제'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활발히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와 현대를 거쳐 등장했던 미술계의 몇몇 흐름 이후이다.

 

근현대의 여러 예술 사조에서는 오브제를 '작품' 이외의 것으로 간주했다. 그리스 시대부터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 이전까지의 미술이 말하는 '작품'은 화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만을 지칭하는 단어였으므로, 그 오브제는 철저히 화가의 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사물이었을 테다.

 

혹자의 머리카락, 어느 기계에서 떨어져 나왔는지 모를 부품,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생활용품. 예술가들은 그것들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실생활 속 습관적으로 인지되던 역할을 지우고 오브제로서 사물들이 가질 의미를 부여했다. 관계와 역할. 그 사이에서 발생했을 모든 선입견과 일반화들을 지우고 새로운 지위를 사물에 선사하는 행위. 그것이 오브제라는 단어와 존재가 사회 속에서 처음으로 가진 등장이자 쓰임이었다.


지금에 이르러, '오브제'는 그 첫 등장과는 사뭇 다른 영역에 위치한다. 미술 안에서 '오브제'의 역할은 달라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 가치가 사회 전반의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었다는 것이 그전과의 차이다. 쓰는 이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는 '오브제'의 의미는 달라진 세상의 모습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반영한다.


현재 '오브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공간'과 '인테리어'일 것이다. 오브제가 본디 배치하는 이의 의도를 타인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쓰였다면, 이제는 개인적인 공간의 무드 연출과 연출자의 자기만족을 위해 활용되는 것이다. 그 오브제가 세상의 어떤 눈길을 받고, 실제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또한, 연출자가 어떤 의도로 '그것'을 '그곳'에 놓았는지도 알릴 필요가 없다. 오브제가 실용성을 가지든, 가치를 담든, 의견을 표명하든 그 역할을 정할 권리는 오롯이 방문자이자 주인인 연출자에게 귀속된다고 볼 수 있다.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개념인 '개인화'는 어느덧 아무에게도 낯설지 않다. 함께 하기 위한 곳에 개인을 맞추고 분위기에 탑승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은 예전의 일이다. 바야흐로, 공간의 연출자 스스로가 조성한 분위기와 개성을 통해 자기 안정감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대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탁자 위에 올라온 램프 하나와 책상 앞에 놓인 스툴 의자 두 개가 공간의 주인이 속한 사회로부터 받은 영감을 반영한다. 이전과 달리 '보이지 않는' 오브제가, '보이기 위해' 놓이던 오브제와 의미적인 측면에서 평행한달까.

 

나는 오늘 찾은 카페에서, 아래에 보이는 사진과 같이 전구이지만 공간을 밝히는 역할을 거의 못한다고 봐야 할 만큼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 전구는, 2층과는 가깝다고도 할 수 있지만, 1층에 있는 사람들은 그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다. 2층에 있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대화에 열중하다 보면 가까운 곳에서 노랑빛을 뿌리는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주인은 이 전구를 왜 천장에 매단 것일까. 그 쓰임도, 의미도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것을, 굳이 돈을 들여가며. 저렇게 달기 어려운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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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오브제'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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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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