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흔히 동화란 어린이들이 보는 소설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는 동화를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읽는 책”이라 말했다.

 

오스카 와일드는 1888년에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를 출간했다. 소중한 두 아들을 위하여 쓴 작품이다. 19세기 말 물질주의가 만연한 영국사회에 사랑의 고귀함을 강조한 ‘행복한 왕자’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 동화 중의 걸작으로 불리며 사랑을 받는다.


 

“이 작품은 단지 어린이용이 아니라,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 조지 버나드쇼(극작가/소설가/비평가)

 


포스터_이휘종.jpg

 

 

19세기 영국 최고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가 1인극 뮤지컬로 새롭게 탄생했다. 2023년 초연으로 선보인 창작뮤지컬 <행복한 왕자>는 한 명의 배우가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이끌어가는 작품으로, 뮤지컬 계에서는 전무후무한 형식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행복한 왕자와 제비의 이야기. 작품은 어느새 어른으로 커버린 사람들에게, 잊고 있던 가장 소중한 가치를 따뜻하게 전한다.

 

 

 

수수께끼 같은 인생 속, 사랑으로 변화하는 왕자와 제비의 삶


 

행복한 왕자3.jpg

 

 

옛날 어느 날, 즐거움이 행복의 전부인줄 알았던 왕자가 있었다.

 

그는 부유하게 모자람없이 자란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죽고 나서 거리의 동상이 되었다. 이 세상의 즐거움만으로 살아갔던 생전의 행복한 왕자. 그는 어느덧 한 곳에 멈춰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기나긴 세월동안 도시의 온갖 가난과 불행을 마주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눈물을 흘리는 왕자 밑에서 잠시 피할 곳을 찾던 제비. 머리 위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맞는다. 왕자는 제비에게 어려운 사람들을 함께 도와달라고 간청을 하고, 제비는 왕자의 부탁으로 그의 두 눈과 칼집의 보석, 몸에 붙은 금을 떼어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어준다.


<행복한 왕자>는 이상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왕자와 제비를 통해 삶 자체가 완전히 변화하는 성장 스토리를 그린다. 사람들은 추운 한 겨울 날아다니는 제비를 보고 놀란다. “왜 겨울에 제비가 날아다니지?” 제비는 그 스스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정도로 왕자를 사랑했다. 떨어지는 왕자의 눈물 속에서 세상의 아픔을 보았기 때문이다.


제비는 왕자를 대신해 재봉사에게 붉은 루비를, 글을 쓰는 청년에게는 푸른 사파이어를 가져다준다. 추위에 떠는 소녀에게는 왕자의 몸을 둘러싼 금을 떼어 가져다준다. 남쪽 나라로 갈 시기를 놓친 제비는 강추위로 얼어죽는다. 사랑했던 왕자 곁에서 삶을 마감한 것이다.

 

왕자의 몸은 어느덧 볼품없는 납덩이로 변하고, 동상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철거된다. 사람들은 쓸모없는 동상을 흉보며 더 화려한 장식물을 달겠다고 외친다.

 

이들이 진정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 왕자와 제비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행복한 왕자1.jpg

 

 

왕자의 사랑은 한편 이기적이기도 하다. 제비가 갈 여정의 중간에 왕자의 부탁으로 제비가 오랫동안 도시에 머물고 있지 않았나.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왕자를 위해 제비가 무조건적으로 희생하는 것을 보고, 또 왕자가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을 헐벗는 행동을 보고 ‘이것이 과연 옳은 사랑인지’ 한번쯤 물음표를 띄웠을 것이다.

 

하지만 제비는 말했다. 그 스스로도 왕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 머물러 있다고. 그 이유는 자신이 왕자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허무주의와 회의주의에 갇힌 누군가는 행복한 왕자의 사랑이 의미없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왕자와 제비의 선행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희망의 꽃은 피어난다는 것을. 왕자가 내어주고, 제비가 기꺼이 나눈 것들로 인해 도시의 사람들은 행복해졌다. 어두웠던 표정은 붉은 장미와 같은 얼굴로 변해 웃음꽃이 피어나고, 사람들의 일상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랑은 때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거뜬히 헤쳐나가게 하는 힘이 있다. 해내지 못할 것만 같은 일들을 해내게 하고, 마음에 품어보지 못한 더 큰 가치를 실천하게 한다. 제비와 왕자의 마지막이 비극이 아닌 희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복한 왕자가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은 제비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제비는 그런 왕자를 점점 닮아갔다. 누군가를 닮아가는 것은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속성을 깨닫는다. 사랑을 하면 닮아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왕자에 대한 제비의 사랑은, 왕자가 세상에 품은 사랑과 똑 닮았다. 그 스스로가 왕자 곁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왕자가 추구하는 사랑의 가치를 함께 실천하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닮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행복한 왕자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의하는 행복의 기준을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사회가 아닌 ‘나’에게만 시선을 돌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을 ‘채우는 행위’로 생각하곤 한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누릴 때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굳건하게 변함없는 교훈을 말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세상을 위해 바쳐진 제비와 납으로 된 행복한 왕자의 심장이라고. 행복한 왕자와 제비는 말한다. 한 번의 손길, 한번의 포옹, 한 번의 눈맞춤만으로 세상의 온기를 품을 수 있다.

 

 


단 한 명의 배우가 만드는 1인극 뮤지컬 <행복한 왕자>



행복한 왕자2.jpg

 

 

<행복한 왕자>는 한 명의 배우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이끌어가는 1인극이다.

 

서술자로서의 오스카 와일드, 행복한 왕자 동상, 제비를 한 사람이 모두 연기한다. 차마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하기도 어려운 세 인물을 한 명이 연기하고 노래한다. 이 밖에도 자수 놓는 여인, 어린아이, 귀족, 교수, 청년, 천사 가브리엘, 대장장이까지 모두 소화하니, 공연을 보고 있다면 거의 배우가 아니라 초인을 보는 느낌이다.


작품은 배우 한 명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량 그 이상을 보여준다. 80분 내내 인터미션도 없이 오로지 홀로 무대에 서서 극을 이끄는 것은 대체불가능한 실력파 배우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 혼자서만 넘버 14개를 거뜬히 해내야 한다.


날렵하고 빠른 제비의 몸짓. 사랑의 감정에 솔직한, 발랄하면서도 밝은 제비의 얼굴과 목소리.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는 서술자로서 오스카 와일드. 한자리에 뿌리를 박고 수많은 시간을 보낸 행복한 왕자. 이들의 모습을 한 명의 배우를 통해서 본다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마법을 보는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과 목소리, 행동만으로 인물이 다채롭게 변화하는 것을 마주할 수 있다.

 

 

포스터_트리플.jpg

 

 

뮤지컬 <행복한 왕자>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6월 18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모든 세대를 아울러 힘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 <행복한 왕자>를 꼭 만나기를 추천한다.

 

 

사진 제공 : HJ컬쳐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