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은 위로가 된다 - 미드나잇 뮤지엄 : 파리

글 입력 2023.06.0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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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표지] 미드나잇 뮤지엄(파리).jpg

 

 

예술은 위로가 된다.


잔잔한 밤과 달리 마음이 울렁일 때, 누군가의 고뇌, 슬픔, 열정, 때로는 행복이 고스란히 드러난 그림으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꽤나 많은 양의 미술관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대부분 프랑스 박물관 ·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을 다룬 책으로,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저자의 관점과 책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는 언제나 새롭다. <미드나잇 뮤지엄>은 예술이 위안이 되어줌을 알려주는 그런 도서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유난히 지치는 날, 타인의 무신경한 말에 쉽게 상처받는 날, 어떻게든 애써 보지만 힘이 나지 않는 날이 있다. 


"괜찮아. 슬픔도, 고통도 모두 다 힘이 된단다. 때로 늦은 것 같아 불안하고,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초조해질 때도 있겠지. 그래도 너의 시간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마음처럼 되지 않아도, 혼자인 것 같아도 네 인생은 꽤 괜찮을 거란다."


미드나잇 뮤지엄에는 오래전 불안과 희망, 고뇌와 확신 사이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려온 화가들의 명작이 전시되어 있다. 이제 조용히 이곳의 문을 열어 보면 어떨까. 용기만 낸다면, 당신이 기대한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책을 펼치자마자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자기 전, 아주 조용한 방 안에서 책을 읽었다. 차분한 작품 이야기에 불이 다 꺼진 미술관을 혼자 돌아다니는 기분도 들었다. 프랑스 곳곳의 미술관 이야기가 재미있었지만, 그중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방문한 오랑주리 미술관의 이야기는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훨씬 시간을 들여 읽을 수 있었다.

 

 

700.jpg

 

 

약 1년 전, 오랑주리 미술관을 방문한 적 있다. 세찬 비, 질척거리는 땅에 급하게 변경을 바꿔 들어갔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공간과 그림에 압도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새하얀 공간,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흰색 벽을 가득 채운 넓은 <수련>.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몰랐어도 작품 앞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의 감정을 살려 책을 읽었다. 첫 번째 방의 그림은 "하늘과 물의 조화(p.137)"를, 두 번째 방의 그림은 "버드나무 잎의 시적 운율(p.137)"을 담고 있다는 말. 그림을 보니 각 설명이 가리키는 그림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림을 다시 찾아보다가 책을 이어 읽었다. 작품에 대한 저자의 감상에 동의할 수 있었다.

 

 

흔히 그림 '앞에서' 작품을 관람한다고 하지만 모네의 수련은 연못 '안에서' 자연 속에 둘러싸여 감상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P. 137

 

 

<수련>을 가만히 앉아 바라보았을 때, 작품과 나만 남겨진 느낌을 받았다. 연못 '안에서'라는 표현을 읽고 나니 그 느낌이 아마 자연으로 들어간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감상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다.


책은 이어서 전시 공간을 소개했다. 오랑주리 미술관이 벽면이 곡선이므로 높이는 같지만 너비가 다른 패널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는 점. 그리고 작품의 배치, 그림 간 관람자의 동선과 천장으로 들어오는 자연광까지도 고려했다는 사실은 미술관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글의 마무리는 <수련>이 모네가 건넨 위로라는 저자의 말로 차분하게 정리된다. 


 

수련 갤러리 가운데 놓인 관람용 의자에 앉으면 수련과 하늘, 구름과 나무가 반영된 잔잔한 수면이 둥글게 우리를 감싸 안는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변화하며 수련을 비추고 무한한 평화 속에서 시간이 흐른다. 전쟁 이후 상처받고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모네가 건넨 가장 조용한 위로인 셈이다.


P. 141

 

 

마지막 이미지.jpg

 

 

<미드나잇 뮤지엄 : 파리>의 특징은 '위로'라는 큰 줄기를 따라 책 전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다. 고흐, 고갱, 모네 등 작가의 이야기와 작품을 둘러싼 내용을 '위로'라는 키워드에 맞게 풀어낸다는 점이 다른 미술관 도서와 비교했을 때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감성적인 어조의 저자의 글에 다른 책보다 더욱 감성적인 상태로 글을 읽었다. '책을 통해 정보를 얻어 간다'라는 느낌보다도 '저자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라는 생각으로 온전히 저자의 말과 생각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예술을 통해 위안을 받고 싶다면, 사람이 많은 미술관에서 벗어나 조용히 나만을 위한 미술관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미드나잇 뮤지엄>을 추천한다. 향후 저자가 이탈리아, 뉴욕, 유럽의 작품을 어떤 시선에서 어떤 말투로 이야기할지 기대해 본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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