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 [사람]

글 입력 2023.05.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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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과 덕질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그 대상은 사람이 될 수도, 장르가 될 수도, 혹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형태의 무언가일 수도 있죠. 이 에세이는 그중 사람, 특히 연예인을 사랑하는 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팬(fan)’은 무엇인가. 단순히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라고도 정의할 수 있지만 팬은 단순히 무언가를 소비하는 그 이상의 감정을 연예인에게 헌신한다. 그리고 단순히 소비재를 받는 그 이상의 감정을 받는다.


그 안에는 다양한 양상의 사랑이 존재한다. 아가페적인 사랑, 성애적인 사랑, 집착의 사랑. 아마 각자의 사랑이 다른 이유는 각자 다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흥미로운 것은 우리는 서로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관계 속에서 사랑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끌림’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사랑’이 무엇인가를 정의해야 할 듯하다. 


 

사랑하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좋아하다’라는 단어는 단순히 취향을 얘기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동물을 좋아하고, 이러한 얘기들처럼. 하지만 ‘사랑하다’라는 단어는, 취향과 흥미를 넘어선, 그보다 더 감정이 개입되고 응축된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신중하게 사용하면서도, 사랑하는 누군가에게는 더욱 자주 사용하고 싶어지는 단어이다.


사랑은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누군가와 인연이 닿게 되는 것은 수많은 우연이 겹쳐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사랑은 자신의 의지가 개입된다. 상대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사랑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이 늘 대칭적이고 균형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예인과 팬의 관계는 굉장히 특수한 사례이다. 애인 사이는 기본적으로 일대일의 관계이지만 연예인과 팬은 일 대 다수의 관계.


하지만 일 대 다수의 다른 예시인 부모와 자식들 간의 관계와도 다르다. 부모는 자식 개개인을 사랑하지만, 연예인은 ‘팬덤’이라는 집단에 애정을 붓는 것이니. 즉, 연예인은 팬들 개개인을 모두 알기조차 힘들다. 역설적으로 팬은 연예인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물론 팬들이 알고 있는 것 또한 ‘연예인’으로서 만들어진 이미지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비대칭적인 관계는 가끔은 서로에게 독이 되어 다가오는 것도 같다. 팬에게는 상대가 나의 존재조차 모르지 않을까 하는 자괴감을, 연예인에게는 상대가 언젠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도 그 사람에 대해 알 길이 없다는 불안감을.


그럼에도 우리는 왜 사랑을 하는 것일까?


감정이라는 것은 참 강렬한 존재이다. 서로가 마주 보고 있든, 혹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든 경험할 수 있기에. 게다가 개인이 오롯이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게, 사랑은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 속에서도 ‘함께’ 느낀다. 그리고 이는 결속감을 형성한다.


결속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같은 태생적이고 필연적인 결속 (물론 세상에는 태생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가족도 존재한다), 결혼한 부부와 같이 서약과 법적인 효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결속, 혹은 애인과 친구처럼 마땅한 강제 없이 감정으로만 이루어지는 결속. 팬과 연예인의 관계는 가장 후자의 것이다.


그리고 이렇듯 결속을 느끼는 순간, 함께하는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된다. 그 순간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서로가 있기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되고, 우리의 마음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된다. 함께 추억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같이 소유하는 꽃밭을 가꿔나가는 것은 아닐까?


연예인과 팬은 서로에게 청춘을 선물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 공유하며 그것을 서로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연예인과 팬,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순간이기에, 그리고 그 순간이 바래지지 않도록, 우리는 꾸준히 마음을 갈고 닦는다.


서로를 향한 이 노력이 모든 자괴감과 불안감을 이겨내는 확신을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당신을 계속 사랑할 것이라는 확신. 누구든 손을 놓으면 허망하게 부서질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도, 그 확신 하나로 서로를 믿고 사랑을 주고받는다.


때로는 어떤 팬들은 영원한 사랑과 헌신을 맹세하기도 한다. 사람의 삶 자체가 유한하고, 미래를 알 수 없음에도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은 어찌 보면 참 모순적이다. 그렇기에 영원을 맹세하고픈 그 감정의 강렬함은 그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든 자세하게 표현하기 위한 수단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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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모든 사랑이 영원할 수는 없더라도, 혹은 그 사랑이 결국 끝이 나 더 이상 함께 꽃밭을 가꿀 수 없을지라도, 그래도 함께 가꿔온 꽃밭만큼은 마음속에 남아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그러니 모든 팬과 연예인이 현재에 충실하며 더욱 열심히 서로를 사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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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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