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운 당신에게 드리는 마지막 춤 - 사랑하는 당신에게

글 입력 2023.05.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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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결혼 생활을 한 사람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랑보다는 정으로 살아간다고들 한다. 그래도 둘이서 함께 일궈놓은 것도 있고 어쨌든 애정도 정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갑자기 하루 아침에 인생의 반려자가 내 곁을 떠나게 되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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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하는 당신에게(Last Dance)>는 그렇게 시작한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여전히 삶을 재밌게 살아가는 아내와, 사이 좋은 자식손주들이 있는 단란한 가정. 주인공 제르맹의 아내 리즈는 어떤 유명한 안무가 밑에서 안무를 배우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혼자 남겨진 아버지가 걱정된 자식들은 시간표를 짜가면서까지 어떻게 해서든 극진히 돌봐주려 한다. 이런 효도는 부모가 느끼기에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제르맹에게는 너무 불편한 행동들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부터 극단의 무용 단원으로 입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춤을 추는 게 너무 즐겁다고 했던 아내 리즈. 제르맹은 못다한 리즈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리즈가 다니던 극단을 찾게 되고, 일련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자신이 리즈를 대신 해보겠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제르맹과 리즈의 이야기를 감명 깊게 들은 단원들은 모두 제르맹을 단원으로 맞이해준다(!).


그는 춤이란 게 뭔지도 잘 모르고 이 무용단이 도대체 무슨 공연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그저 나이든 배불뚝이 할아버지였다. 사실 나도 그 현대 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 했다.

 

하지만 춤을 춰보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캐치한 무용단장에 의해 제르맹은 이번 연극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렇게 연습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나가며 지금 이 순간을 즐거워 한다. 리즈가 느꼈어야 할 기분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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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극적이게 흘러가지 않는다. 극적인 장면이라고는 리즈가 사망하는 순간 뿐일까.

 

시냇가에 있는 물이 잔잔하게 흐르듯 영화는 그렇게 진행이 되고, 곳곳에 유머와 감동을 심어놓았다. 옆집에 사는 손 큰 엘리자베스가 만들어 준 음식을 모두 처리하기 위해 야생 길고양이들을 집으로 들이기도 하고, 집에서 무용 연습을 하는 것을 며느리에게 들켜 정신과에 가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극단에 가기 전 시간을 내 아내에게 주는 닿지 못할 편지를 도서관의 책에 끼우기도 한다. 보는 이들에게 억지로 눈물을 내보이려는 노력은 크게 하지 않는다.


손주가 고등학생~대학생 정도 되니 제르맹의 나이는 젊게 잡아도 60대 중후반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꽤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는 어느 정도 이별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이별이 바로 어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을 뿐. 울지 않고 덤덤한 모습으로 자식을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어쩐지 애잔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다. 제르맹과 리즈는 젊었던 시절에 서로의 이름 약자로 시작하는 서가의 도서를 골라 각자의 나이에 해당하는 페이지에 편지를 남기곤 했다. 그렇게 러브레터를 1년간 주고받고 제르맹은 용기를 내어 데이트를 신청, 둘은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게 감독의 할아버지의 실제 이야기였다고! 얼마나 예쁘고 감동적인 일이 아닌가.


요즘은 다소 부끄럽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오글거린다'면서 그 감정을 퇴화시키려 한다. 미디어 등 주변에서 그런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밖에서 '사랑해'라는 말을 하기가 힘들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 남들이 보기엔 이게 "어우 오글거려"라고 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에 동반한 행동은 절대 남에게 어떤 식으로든 폄하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둘의 편지를 주고 받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그 아름다움과 애틋함을 많은 사람들이 한 번 봐주었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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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제는 Last Dance여서 영화의 내용과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영화를 끝까지 보아야 이해가 되는 제목이라서 적당히 잘 로컬라이징 된 것 같다. 제르맹의 춤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하지만 이 무대에 서고싶어했던 리즈를 생각하며 움직인 제르맹의 춤은, 제르맹 자신 뿐 아니라 그의 춤을 함께 봐준 이들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떠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것이다.

 

번잡하고 팍팍한 삶에서 작은 위로와 힐링을 받고 싶다면 <사랑하는 당신에게>를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위로를 함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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