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닫힌 세계와 남겨진 사람들 - 클로즈 [영화]

글 입력 2023.04.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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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빈틈 없이 닫힌 세계


 

누구나 인간이라면 ‘소속되고 싶은 욕망’을 가진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리에 소속되고 싶어 하고, 자신을 증명하여 무리 내에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 욕망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간혹 어떤 이들은 어딘가에 소속될 수만 있다면 자신을 깎아내는 일조차 서슴지 않는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남성, 특히 서양인 남성의 삶이란 끊임없이 자신이 ‘게이가 아니’며 ‘진정한 남성임’을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말을 지나가듯 들은 적이 있다. 영화는 레오를 통해 그 말이 사실임을 토로한다.

 

중학교 입학 전의 레오는 레미와 함께 생활하는 것에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다. 레미의 어머니는 곧 레오의 어머니였고, 레미의 매니저가 되겠다는 말과 함께 미래를 꿈꾸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 누구도 꽃밭을 함께 달리는 레오와 레미를 지적하지 않았고, 이상하게 보지 않았을 시절의 일이다.

 

레오는 중학교 입학을 계기로 변한다. “너희 커플이야?” 그 물음을 계기로 아이는 동급생들이 자신을 ‘다르게’ 보고 있음을 기민하게 눈치챈다. 그게 무엇인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지만, 레오는 그 시선을 방치했을 때의 결과를 안다.

 

무리에서 배척당한다. 소외된다. 이를 느끼는 감각은 본능적이다. 우리는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만큼 무리에서 배척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레오는 즉시 레미와 멀어진다. 다른 남자아이들과 어울리고,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레미와 남들이 말하는 ‘친구’ 이상의 접촉을 하지 않는다. 아무런 말 없이, 레오는 그에게 주어진 정상성, 남성성에 순응하고 이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법을 배운다. 레오를 보며 우리가 모두 이렇게 자랐다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학교가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지식만은 아니다.

 

레오는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간 아이다. 감정에 서툴고, 제대로 대화하는 법도 모른다. 레오가 레미를 밀어내는 과정은 때로는 폭력적이고, 대체로 급작스럽다. 레미에게 이는 커다란 사건으로 다가온다. 때때로 감당하기 큰 사건은 우울함이 되어 자신을 죽인다. 레미의 자살은 레오의 탓이기도, 이를 눈치채지 못한 주변의 탓이기도, 종래엔 아이들이 자신을 틀에 가두게 만든 사회의 탓이기도 하다.

 

기형적인 구조로 인한 고통을 왜 개인이 모두 짊어져야만 했을까. 버스에 우두커니 서 있었던 레오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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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


 

레오는 레미의 자살을 계속해서 괴로워한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해내는 것 같다가도 이불에 실례하고, 동급생에게 화를 내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레미를 그리워한다.

 

힘들어하는 레오를 바라보며 레오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아마 레미와의 일은 크고 나서도 레오를 괴롭힐 것이다. 레오는 자주, 더 지나면 가끔 레미를 그릴 것이다. 레미와 놀던 비밀 장소, 함께 달리던 꽃밭, 갈 때마다 반겨주던 레미네 개, 레미의 어머니, 아버지, 레미의 웃던 얼굴, 그리고 부서져 있던 욕실의 문을 떠올릴 것이다.

 

그 기억은 분명 큰 구멍이 되어 레오의 삶에 남겠지.

   

그러나 레오의 시간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레오는 더 자라 키가 클 것이고, 성인이 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어쩌면 레미와의 일을 털어놓을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라날 레오에게 중학교 1학년의 기억은 그 시절만큼의 구멍으로만 남아 그를 적당히 괴롭힐 것이다.

 

삶은 기억을 작게 만든다. 레오는 레미를 잊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평생 레미와의 기억에 매몰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남겨진 사람들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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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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