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은 곧 소설이다 [도서/문학]

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
글 입력 2023.04.1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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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기욤 뮈소의 소설들을 참 좋아한다. 처음 이 작가의 작품들을 접했을때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무엇보다 이 책엔, 글과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 자신도 자주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화두가 가득 담겨있다. 나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존재들의 삶이 각자의 무수한 이야기이자 세상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어떤 이야기들은 우리가 괴로운 현실을 잊고 환상적이고 허구적인 꿈 속으로 도망칠 수 있게 한다. 또 어떤 이야기들은 외면할 수 없는 선명한 현실을 담아 우리가 발딛고 서 있는 이 세상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소설의 가치


 

과연 이야기의 의의는 무엇일까,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언제나 뭉뚱그려 내 안에 존재하던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은 해소하게 된다.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우리가 한층 더 열정적으로 삶을 받아들이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책들은 과연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 중

 


종종 현실이 너무 괴로울때 우린 허구의 세상 속으로 도망친다. 때로 그곳은 커다란 위안이자 위로가 된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삶이 너무 괴롭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순간에 우리에겐 숨 쉴 구멍이 필요하다. 잠시 현실을 잊고 뒤돌아 달리는 것은 사실 삶으로 수렴하기 위한 노력이다. 도망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말처럼.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나처럼 괴롭고, 때론 나보다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다. 자신의 모든걸 다 내어놓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웃고 울며 그렇게 자신의 삶 속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만난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존재만큼 반짝이는건 없다. 어리석고 서투른 사랑 이야기가 언제나 우릴 감동시키는 것처럼, 그 노력을 언제나 응원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우린 다시 우리의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삶을 산다는 것


 

세상을 창조하는 창작자들이 으레 하는 자만 중 하나가 곧 자신을 '신'이자 '절대자'로 여기는데 익숙하다는 점이다. 개연성 아래 돌아가는 세계, 그 안의 이야기를 위해선 창작자는 언제나 한발짝 뒤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할 줄 알아야 한다.

 

하나의 등장인물만이 사랑받는 이야기는 어그러진 세계일 뿐이다. 더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는 세계와 이야기를 위해, 창작자는 완전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세계를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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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의 삶 속에선 우리 또한 이 세상의 등장인물일 뿐이다. 누군가에겐 엑스트라로 또 누군가에겐 주인공인 순간들로 가득한 삶을 우린 살아간다. 세상엔 내 맘대로 안 되는 일 투성이다. 원하는 순간을 위해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완벽히 어떤 순간을 통제하거나 조종한다는건 불가능하다. 하물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게 될 확률이란, 기적과도 같다.


삶을 살아간다는건 결국 한없이 겸손해지는 것이다. 세상엔 내 맘대로 안 되는 일 투성이라는 것을, 나의 의지 또한 이 상황의 수많은 변수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누군가의 삶 속에선 내가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걸 받아들이는 것. 제임스 카메론의 '계획하는건 모두 인간이지만 결국 최종 결재하시는건 하나님이지!'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게 주어진 상황에 끝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어리석고 서툴러보일지라도 짝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꽂 한송이를 사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 앞에서 마음껏 좌절하고 분노하며, 그렇게 울고 웃으며 삶을 사는 것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고 바라는 것이다. 비록 그 모든 것이 헛되어 보일지라도.

 

우리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 때론 엑스트라이고 때론 주인공인 모든 순간에 충실한 것이다. 그것이 진정 반짝거리고 빛나는 '나의 삶'을 사는 것이 될 것이다.

 

 

 

소설은 삶이며 삶은 곧 소설이다


 

주인공인 로맹은 매우 이성적이고 회의적인 소설가로서 언제나 현실의 문제 - 정치, 사회, 경제 등 - 에서 몇발짝 떨어져 있었다. 그는 부조리하고 불평등이 가득한 현실의 세계보다 그가 창조해낸 허구의 세상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소설을 쓰는 순간만큼은 신보다는 자신을 더 믿는 사람이었다.


 

내가 오랫동안 믿어온 유일한 신은 나 자신이었다. 몇 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소설을 쓰면서 내 자신이 마치 신이 된 양 등장인물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만들어내고 소리도 없이 사라지게 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나는 스무 권의 소설을 통해 하나의 세계 - 나의 세계 - 를 창조했고, 내가 믿지 않는 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글쓰기는 기존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행위이니까. 세상의 불공정, 부조리, 부정을 제거하는 행위,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행위이니까. 

 

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 중

 


그러나 전부인과의 이혼소송으로 돈, 주변 인간관계, 끝내는 가장 사랑하는 아들 테오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다. 언제나 그의 통제 아래에서 마음껏 움직이고 조종할 수 있었던 소설 속 세계와 달리 현실의 고난 앞에선 로맹 또한 속수무책인 일반 사람일 뿐이었다.


그 시기 로맹이 집필하던 소설 속 주인공 '플로라 콘웨이'는 로맹 속 자아와 밀접하게 닿아있는 등장인물이다.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그는 끝없이 덮어두었던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 결말을 정해두지 않고 써내려가는 소설은 그를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로 데려가곤 했다. 그리고 그는 세상엔 감히 자신이 마음대로 끝맺을 수 없는 소설이 존재한다는걸 깨닫는다. 가령 자신의 인생, 삶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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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로소 자신의 삶 앞에서 가장 솔직하고 충실해졌을 때, 로맹에겐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기적같고 마법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마치 자신의 삶 속에서 진정한 주인공이 된 로맹에게, 주인공에 걸맞은 기적의 순간이 찾아오듯이.

 

 

"테오의 모험을 통해 나는 강력한 사랑의 증거를 보았습니다. 현실에서도 소설 못지않은 상상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죠. 만약 현실에서 소설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영원히 가슴에 아로새겨질 감동의 순간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테오는 내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 것이지요."

 

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 중

 


소설은 삶이며 삶은 곧 소설이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 가장 충실할때, 그렇게 온전한 주인공이 될 때 우리는 우리 삶 속에서 기적같이 빛나는 순간들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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