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부셨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행복회로 부수는 중

글 입력 2023.03.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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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행복회로 부수는 중_앨범커버.jpg

 

 

3인조 밴드 ‘나노말’이 첫 번째 정규앨범인 ‘행복회로 부수는 중’을 오는 3월 11일에 발매한다. 처음 앨범을 받았을 때 노란 앨범 표지 구석에 있는 빨간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밴드의 원래 이름인 ‘나의 노랑말들’을 생각하자 부서진 말의 조각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사탕이 눈에 띄는 지난 앨범들을 봤을 때 비로소 사탕이 ‘부서졌음’을 알 수 있다.

 

부서진 조각들이 말이든 사탕이든 결국은 ‘부서진 조각’이다. 사탕을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그들은 깨진 사탕을 선택하고 앨범 표지에 보란 듯이 넣었다. 마음에 안 드는 도자기는 과감하게 깨트리는 도자기 장인과 같은 마음일까. 아니면 다시 출발하고 시작하려는 그들의 굳은 결의가 담긴 의지일까.

 

이들의 음악에는 다른 음악에서 느끼기 어려운 솔직함이 담겨있다. 톡톡 튀는 멜로디와 사실적인 가사는 아닌 척 숨겼던 나의 깊은 마음 한구석을 바늘로 찌르는 듯하다. 열등감과 질투심, 그리고 자기합리화로 덮었던 감정들을 하나씩 뽑아내어 끝내 인정하게 만든다. 설령 그게 작은 일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들은 ‘나노말’의 음악을 거치면서 더 이상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야!’하고 웃으며 넘어간다. 솔직함에서 나오는 미덕이라고 볼 수 있을까.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지만 그것 또한 미소로 달달해져 간다.

 

 

[크기변환]아티스트 이미지_나의 노랑말들.jpg

 

 

‘행복회로 돌리는 중’, ‘행복회로 불타는 중’, ‘행복회로 터지는 중’, 그리고 ‘행복회로 부수는 중’까지 왔다. 돌리고 불태우고 터지는 행복회로를 이젠 부순다. 지난날 부끄러웠던 나를, 열등감에 잠 못 이루던 날을 이제는 부수며 진정한 나를 직시한다. 행복회로를 돌리며 기대하고 합리화하던 과거는 지나 이제 그 행복회로를 부수며 나를 이해하고 알아간다.

 

부숨의 대상이 바로 나일 수도 있지만 ‘나노말’ 그들일 수도 있다. 새로운 멤버의 합류와 새롭게 바뀐 이름으로 시작하는 활동, 그리고 더 넓은 음악 스타일. 지난날의 그들은 부수고 새롭게 출발한다. 처음 내가 앨범 표지를 보고 느꼈던 의문의 답을 찾은 듯하다. 부서진 사탕에서 ‘나노말’의 굳은 의지와 희망이 보인다.

 

‘나노말’을 보면 영화 ‘데몰리션’이 떠오른다. 끝없이 부수고 파괴함으로써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삶이 그들의 음악에 담겨있다. 부수고 난 후, 그들은 ‘조립’을 마주할 것이다. 그들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그 정체성을 음악을 통해 조립해 나아가지 않을까? 이번 12개의 트랙이 담겨있는 앨범 ‘행복회로 부수는 중’은 조립의 시작이자 첫 단추다. 앞으로 그들의 음악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기존 그들의 스타일과 새로운 변화가 더해져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하다.

  

"넌 죽어도 모를 내 방식의 사랑과"

- 배쓰밤 中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우주미아’와 ‘냉동실’이지만 타이틀만큼이나 좋은 수록곡이 많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노래는 바로 ‘배쓰밤’이다. 이전 그들의 음악과 스타일이 달라서 놀랐다. 톡톡 튀고 리듬감이 컸던 이전과 다르게 제목과 같은 배쓰밤처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스며든다. 그리고 가사도 인상 깊었다.

 

‘내 방식의 사랑’에서 나에 대한 깨달음이 느껴졌고 ‘넌 죽어도 모를’에서 나의 추잡한 면이 느껴졌다. 이는 부숨으로써 직면할 수 있는 ‘나’에 대한 이해와, 솔직한 감정의 ‘나’가 합쳐진 가사라고 생각한다. ‘나노말’이 추구했던 과거의 스타일과 점차 변해가는 현재의 스타일이 잘 녹아든 가사라고 느껴졌다.

 

노래의 전주와 간주도 배쓰밤처럼 천천히 스며들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긴 전주와 간주를 찾기 힘든 노래가 많은 요즘, 밴드의 특징인 전주와 간주가 담겨있는 앨범을 들으니 듣고 있는 이 밤이 더 낭만적으로 변한다. 이 밖의 타이틀인 ‘냉동실’의 가사와 멜로디도 ‘나노말’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크기변환]팀 로고 이미지_나노말.png

 

 

‘나노말’은 ‘나의 노랑말들’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Not Normal’의 발음과 비슷하기도 하다. 절대 평범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와 동떨어지게 유별나다고 할 수도 없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지만 정작 외면했던 그런 감정들이 ‘나노말’을 만나 음악으로 재탄생한다. 독특하지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나노말’이 가진 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그들이 조립해갈 음악들이 더 궁금해진다.

 

 

 

박성준-컬쳐리스트.jpg


 

[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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