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착한 드라마가 좋아요. [드라마/예능]

본격 저자극 드라마 추천해드립니다!
글 입력 2023.02.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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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드라마는 늘 인기가 좋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이 자연스레 생각나는 것처럼 자극적이고 매운맛의 드라마를 찾게 되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 수도 있겠다. 악역과 불륜, 배신과 복수, 욕망과 열망 등은 삶과 죽음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시청자의 눈을 현혹하고 뇌를 피곤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며 폭력성과 선정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우리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내용의 콘텐츠와 단순히 반복적으로 자극적인 내용만을 내포하는 콘텐츠는 결이 다르다. 나의 뇌는 이제 지쳤고 정신도 말이 아니다. 이젠 악역이 없는 선한 드라마를 찾고 싶다. 계속해서 계절마다 꺼내어 볼 수 있는 그런 파스텔 톤의 드라마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하고 감상할 수 있었던 드라마 몇 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런 온 (2020.12.16 ~ 20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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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런 온'하는 로맨스 드라마
 


드라마 '런 온'은 2020년 12월에 방영하여 2021년 1월에 완결한 16부작의 드라마로 주인공으로는 오미주 역할의 신세경, 기선겸 역할의 임시완, 서단아 역할의 최수영, 이영화 역할의 강태오 배우가 출연하였다. 육상 단거리 국가대표 기선겸과 번역가 오미주, 그리고 서명 그룹의 서단아 대표와 미대생 이영화 사이에서 일어나는 위로와 로맨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성장을 그린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귀에 때려 박히는(?) 대사이다. 적당한 언어유희와 인용 그리고 대사 속 담담한 위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퍽이나 어울리는 말들이었다.


(1) 인물들 간의 관계가 유하고 벌어짐이 없다. -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의 프로그램 소개에는 이런 말이 쓰여있다. '숙명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남자, 기선겸은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이다. 관성적으로 뒤를 돌아봐야 하는 여자, 오미주는 외화 번역가이다.' 이보다 완벽한 드라마 소개 글은 본 적이 없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던 두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때로는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각자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사랑을 주고받는다. 

 

오미주와 기선겸 외에도 서단아와 이영화의 러브 라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의 그림을 느끼고 인정하는 서단아 대표와 처음으로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 대학생 이영화의 밀고 당기는 스토리가 여간 재밌는게 아니다. 어쩌면 계급과 위치를 뛰어넘어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고 자신을 위로해 주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우습게도 마음이 평탄해진다. '위로가 꼭 뜨겁고 따뜻하기만 해야 할까? 사랑은 꼭 열렬해야 할까?' 드라마는 계속해서 물어오고 있다. 

 

(2) 착하다고 마냥 착하지만은 않다. - 보호 종료 아동인 오미주는 일찍부터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작지만 강하고 여려 보이지만 누구보다 단단하다. 자신의 권리를 지킬 줄 알고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으며 타인으로부터 받는 동정 어린 시선은 사양한다. 서명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였지만 후처의 자식이 아들이라는 이유로 후계 서열에서 밀려난 서단아는 권력과 성공에 집착한다.

 

서열에서 밀리지 않아야 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적어도 서열에서 밀리는 이유가 단지 성별이 여자라는 이유라면 기를 쓰고 사양한다. 국회의원의 아들로 태어나 착하디착한 학창 시절과 선수 시절을 보낸 기선겸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새벽부터 조깅을 하면서 끊임없이 달려야 하고 국회의원과 탑 배우의 아들, 프로 골프 선수 누나의 동생으로 불려 스스로를 잃어버렸다. 그에게 맞춰진 사회적 틀을 하나씩 깨며 처음으로 세상에 반항하면서 기선겸은 그렇게 성장한다.

 

이처럼 등장인물 모두가 착하지만 그냥 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와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싫은 것에 싫다고 말할 줄 알고 욕심내고 싶은 것에 욕심낼 줄 안다. 그게 바로 이 드라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나의 아저씨 (2018.3.21 ~ 2018.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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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2018년 3월에 방영하여 같은 해 5월에 완결한 16부작 드라마로 박동훈 역할의 이선균, 이지안 역할의 이지은, 변요순 역할의 고두심, 박상훈 역의 박호산, 박기훈 역의 송새벽, 강윤희 역의 이지아, 이광일 역의 장기용, 정희 역의 오나라 배우 등이 다수 출연하였다. 탄탄한 연기력과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 라인으로 종영 후에도 계속해서 인생 드라마라고 회자되고 있는 드라마 중 하나이다. 이 드라마를 그저 마음 편하게 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저런 어른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누군가는 저런 어른이 되기를 꿈꾸며 거친 삶을 버텨온 이지안에게 눈물을 흘리고 무기력한 삶의 무게를 이고 살아가는 박동훈에게 공감하며 시청하게 된다.

 

(1) 나도 저런 어른(들)이 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 박동훈은 다른 드라마처럼 수십 명을 살린 의사도, 치열하게 법정에서 약자를 변호하는 변호사도, 돈 많고 빽(?) 많은 대기업 임원도 뭐도 아닌 그저 한 건축 회사를 묵묵히 다니는 과장이다. 조용히 회사를 다니며 일상을 묵묵히 견디는, 우리 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어른이다.

 

그러나 그는 따뜻하고 우직하며 타인을 포용하고 이해할 줄 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어쩌면 가장 어렵다는 묵묵하게 오래 꾸준하게 한 가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며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원들을 하대하지 않고 한 팀의 리더로서 사람을 이끌 줄 아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가진 거 없이 거친 세상을 거칠게 살아온 어린 소녀를 보듬을 줄 알고 정신적으로 지지할 줄 알며 미안해하고 감사해 할 줄 아는 인물이다.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에 용서하고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그런 어른. 나는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한 사람에게 있어 멋진 어른이고 멋진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인간 박동훈은 나로 하여금 많은 자극을 주었다.

 

(2) 형제는 친구가 되고 친구는 형제가 된다. - 드라마 속에서 가장 부러웠던 관계들은 어릴 적부터 함께 나고 자라 허울 없이 지내는 후계동 사람들일 것이다. 퇴근 후 정희네 가게에 가서 한 잔을 기울이는 것도 좋았고 서로를 욕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맞고 온 동훈을 위해 밤거리를 뛰어 걱정해 줄 수 있는 그런 관계 말이다. 나고 자란 삼 형제는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나누고 싶어하고 싸워도 다시 붙는 오랜 친구가 되었고 후계동 친구들은 매일을 습관처럼 보는 가족이 되었다.

 

그 속에서 지안(이지은)은 위로를 얻고 가족애를 처음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지안은 나중에 다시 태어난다면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지안은 매 순간이 눈물이었고 텅 빈 눈 속이 애틋했으며 메마른 입술이 마음 아팠다. 그런 그가 동훈을 만나, 좋은 어른을 만나 할머니를 좋은 곳에 모시고 스스로를 가두던 틀에서 깨어나와 세상에 어울리는 모습이 된 것은 나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후계동은 동훈뿐 아니라 지안에게도 애틋한 위로가 되었다.

 

 


그해우리는 (2021.12.6 ~ 202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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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말자!로 끝났어야 할 인연이 10년이 흘러 카메라 앞에 강제 소환 되어 펼쳐지는 청춘 다큐를 가장한 아찔한 로맨스 드라마
 

 

드라마 '그해우리는'은 2021년 12월에 방영하여 2022년 1월에 완결한 16부작의 드라마이며 최웅 역의 최우식, 국연수 역의 김다미, 김지웅 역의 김성철, 엔제이 역의 노정이 배우 등이 출연하였다. 최웅과 국연수의 살벌하면서도 달달한 캐미가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영상미와 OST는 시간이 지나도 생각나게 하는 매력이 있다.


(1) 누구나 사랑할 때엔 최악이 된다. - 최웅은 국연수와 헤어지면서 다시 찾아오면 물을 뿌리고 소금을 뿌려 내쫓을 거라며 으름장을 둔다. 국연수는 최웅에게 헤어지는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고 그저 이별을 고한다. 연애 중에는 또 어떠했는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자존심 센 연수와 그런 그녀가 이해되지 않던 최웅은 연인이라는 이름의 관계가 아니라면 상극이었다. 서로에게 할 말 못 할 말을 해가며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최악이 되었다.

 

우린 누구나 사랑을 할 때엔 조금씩은 최악이 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던 두 사람이 사랑이라는 이유로 마음을 합친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에 후회하고 또 눈 마주치면 싸우고, 돌아서면 후회하고의 반복.. 연인과 타인의 관계를 정의하는 건 한 끗 차이이다. 우린 서로를 너무나 사랑해서, 때론 너무나 아껴서, 때론 그 마음의 총량을 다 채우고 더 줄 것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서로에게 최악이 된다.


(2) 사랑은 그럼에도 찾게 된다. - 학창 시절 전교 1등과 전교 꼴등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역주행을 하면서 최웅과 국연수는 다시금 운명의 장난처럼 엮인다. '그해우리는'이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드라마인 이유는 다큐멘터리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누군가도 일상을 기록하면 이야기가 되며 다큐멘터리는 평범한 사람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들의 사랑과 삶도 그렇다.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사랑. 그러나 계속해서 찾게 되는 그런 사랑처럼 너무나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져 있다. 서로에게 아직 마음이 있으면서 밀고 당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마음 한편이 간질간질 해지기도 한다. 그들의 열아홉은 푸르른 청춘처럼 여름을 닮아있었고 그들의 스물아홉은 차가운 눈결 사이에서 피어나는 눈송이 같은 겨울을 닮아있었다.

 

*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저자극' 드라마가 있지만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이만큼만 소개를 해보겠다. 복잡한 세상 드라마 속에서라도 마음 편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을 위해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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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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