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 영화와 SF 장르의 타협점 [영화]

영화 <정이> (2023)
글 입력 2023.01.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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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영화 <정이>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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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부산행>, <반도> 등의 작품으로 '한국형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을 확장해낸 연상호 감독의 SF 신작 <정이>가 지난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故 강수연 배우의 마지막 작품이자, 매번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정이>에 대한 기대감은 공개 전부터 높아진 상태였다.

 

실제로 영화 <정이>는 개봉 하루 만에 31개국에서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승리호>에 이어 한국 역시 복잡한 기술력과 거대한 자본이 필요한 SF영화를 만들 수 있는 국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뻔한 이야기 전개와 한국적인 가족 중심의 주제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영화 <정이>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이질감 없는 특수효과


 

영화는 시작부터 AI 로봇과 정이의 전투 장면을 보여준다. 시청자는 빠르게 전환되는 화면과 화려한 액션, 자연스러운 시각 효과로 자연스럽게 정이(인간)과 AI 로봇들의 대립을 지켜보게 된다. 이런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대립은 이미 SF 물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구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화려한 5분간의 전투 장면을 보고 있다 보면 시청자가 알지 못했던 사실이 있었음이 밝혀진다. 정이는 인간이 아니고, 로봇이라는 사실 말이다. 물론, 이후에 정이라는 '인간'은 실제로 존재했고, 서현이 일하고 있는 기업에서 정이의 뇌를 복제하고 그의 모습을 본떠 AI 전투로봇을 만들었다는 조금 더 복잡한 설정이 설명되긴 한다.

 

그렇지만 영화의 도입부부터 강력한 비주얼을 통해 관객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위한 배경을 간단하게 이해하며 영화를 통해 진행될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며 전개를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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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다가가는 SF


 

SF라는 장르를 이야기할 때, 보통 사람들은 우주, 로봇, 과학, 실험 등의 키워드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키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볼 때 보통 관객은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를 원하고, 따라서 복잡한 과학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때가 많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은 더욱 사실적인 영화를 추구하고, 영화 속 과학적 현상에 대한 관객의 자발적인 이해를 요구하는 영화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조너선 놀란 형제가 <인터스텔라>를 제작하면서 상대성 이론에 관한 공부를 수년이나 진행했다는 일화는 한국의 관객에 큰 호감을 불렀을뿐더러, 영화와 관련된 논문이 쏟아져 나오는 등 관객이 영화를 둘러싼 이론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학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이론적 배경을 다루는 것의 문제는 일부 학문에 관심이 많은 관객 외에는 깊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영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관객의 범위를 지나치게 한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이>는 강점을 가진다. 기존 SF영화의 익숙한 쟁점을 단순화해서 가져와 이야기 속 인물간의 갈등 관계를 쉽게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과학적 쟁점과 이슈를 깊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만 교묘히 사용해 시청자가 이론을 이해하느라 진을 빼는 상황은 최대한 피한다.

 

예를 들어, 영화는 윤정이라는 사람의 두뇌를 복제해 AI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상품화하기 위한 연구 단계에서 일어나는 갈등 관계를 그린다. 그렇지만 영화는 기업이 두뇌를 복제한 과정이나 AI 기술 이용과 관련된 기업의 윤리적 책임과 갈등을 복잡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관객은 인물간의 주요한 갈등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딱 필요한 만큼 설명해주고 더 이상의 이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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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식 신파', 이제는 관객의 선택


 

<정이> 공개 이후 영화에 관해 가장 부정적인 코멘트가 많았던 부분은 바로 신파 요소였다.

 

이는 연상호 감독의 초기 작품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 된 관객에게서 주로 보이는 의견이었다.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같은 감독의 초기 애니메이션 작품은 짙은 폭력성을 바탕으로 날카롭게 사회에 비판을 던지는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감독의 첫 실사 영화인 <부산행>을 시작으로 상업 영화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날카로움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신파와 가족 간의 사랑에 관한 소재는 연상호 유니버스, 즉 '연니버스'의 필수 요소인 듯하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정이> 개봉 관련 인터뷰에서 영화의 초점은 SF보다도 '고전적 멜로'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정이> 역시 아포칼립스 세계관과 인간과 컴퓨터의 대립보다도, 엄마와 딸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중요한 영화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 연니버스 영화를 감상할 때 신파 요소로 비판의 의견을 얹는 것은 잘못된 주소로 찾아가 항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감정적인 요소는 감독의 초기 작품에 날카로움이 있었던 것처럼 상업영화 진출 이후 연상호 감독의 특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상호식 신파 요소를 볼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이제 관객의 몫이 될 것 같다.

 

 

[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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