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덕후를 자극하는 디테일,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전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글 입력 2023.01.0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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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물 빠진 듯한 빈티지한 색감과 유머러스한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맥스 달튼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이며, 뮤지션이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 대한 영감은 영화,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에서 온다고 한다.

 

작품을 통해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고전과 동시대를 아우르며 소위 ‘덕후’를 자극하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아 그의 작품은 숨은그림찾기 같은 재미도 준다.

 

60층 미술관이라니, 고층에서 바라보는 문화예술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맥스 달튼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러스트로 한국에서 매우 친숙한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한강 주변의 빼어난 경관을 이용해 작품을 설치한 것이 돋보였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 하나인 ‘괴물’의 캐릭터를 유리에 붙여 영화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대중들에게 익숙한 영화 속 장면이나, 유명한 뮤지션이 어떻게 맥스 달튼만의 색감, 특유의 구도, 그리고 세계관으로 그려졌는지 발견해보는 재미를 느끼며 작가의 고유한 세계를 탐험해보길 바란다.

 

 

 

제1막 영화의 순간들 Moments in film


 

제1막에서는 지난 반세기 영화 역사에서 손꼽는 다양한 장르의 명작을 재구성한 일러스트 작품을 소개한다.

 

가족의 영원한 사랑이 녹아 있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수많은 히어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어벤져스>, 고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영화를 작품을 통해 감상했던 당시의 감정을 되새겨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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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ffanys, Max dalton

 

 

영화는 연인, 가족, 친구 간의 사랑, 인류애, 사랑과 우정 사이의 정의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담아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맥스 특유의 구도와 흐린 색채로 재구성된 작품은 어떤 영화인지, 인물인지, 장면인지 맞춰보는 재미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50년대 빈티지 그림책과 보드게임, 피규어와 같은 아날로드 컨텐츠와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특유의 빈티지한 화풍이 잘 드러난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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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n 17, Max dalton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모티프한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맥스는 열차의 기다란 형태를 살려 18칸의 장면을 나열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전진하는 방향으로 관람하면 영화 한 편을 온전히 본 것 같은 감상이 가능하다. 열차의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각 칸의 테마와 스토리를 발견해 보길 바란다.

 

 

 

제2막 웨스 앤더슨 컬렉션 The Wes Anderson Collection


 

제2막은 아름다운 미장센과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와 같은 연출로 두터운 팬층을 가진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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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and budapest night, Max dalton

 

 

국내에서 맥스 달튼은 ‘웨스 앤더슨의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웨스 앤더슨과 맥스 달튼의 작품 세계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는데, 강박적일 정도로 대칭적으로 완벽한 구도로 작품을 표현해낸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재해석하여 그린 작품들이 특히 그러하다. 현실과 환상 사이를 달콤한 색채로 표현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세계관이 독특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맥스 달튼의 손끝과 어우러져 있다.

 


흔히들 사람들은 작가가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해 온갖 에피소드와 사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스토리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사실 정반대죠. 주변 사람들이 작가에게 캐릭터와 사건을 제공한답니다. 작가는 그저 잘 지켜보고 귀 기울여 들으면서 스토리의 소재를 주변인들의 삶 속에서 찾아내는 거죠.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동시에 타인의 이야기를 듣죠. 지금부터 여러분께 전혀 상상도 못할 이야기를 제가 들은 그대로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온전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 맥스 달튼

 

 

 

제3막 맥스의 순간들 Moments in Max


 

제3막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게 한 맥스 달튼의 오랜 취향과 영감이 담겨 있다.

 

어릴 적 뮤지션이 되기를 꿈꾸기도 했던 맥스 달튼은 아직도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마이클 잭슨의 팬인데, <스릴러> LP 커버를 보자마자 신기하고 반가워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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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 pollock, Max dalton

 

 

맥스는 미술사의 유명한 화가들의 작업실 풍경을 표현한 작품들로 피카소, 모네 등을 포함한 여섯 거장의 예술 세계를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에 담았다.

 

 

신기하게도, 모든 작업실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데 모두 작가의 작품과 깊은 연관이 있어요. 예를 들어, 잭슨 폴록이 이스트 램프턴에 있는 집 옆 헛간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의 작업은 급진적으로 변했습니다.

 

아마 그가 작업실을 이사하지 않았다면, 그의 대표작들 또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 되었겠죠.


전 이런 이야기들이 꽤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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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은 만능 엔터테이너 자체이다.

 

오래된 책과 앨범을 소중한 오브제처럼 다루는 맥스 달튼이 그것들을 정성스럽게 수집한 공간을 엿보는 듯한 독특한 경험이었다.

 

오래된 레코드 가게 안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서재나 작업실을 탐방하는 것 같기도 했다. 맥스가 사랑하고 수집하며 탄생시킨 순간을 함께하여 영광이다. 진심으로.

 

 

 

컬쳐리스트 황희정.jpg

 

 

[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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