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역경을 딛고 만들어낸 음악들 - 슈베르트, 겨울여행 [공연]

글 입력 2022.12.23 06: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2.12.16.-12.31. 산울림 편지콘서트 슈베르트 포스터.jpg

 

 

음악과 문학을 연결하여 만들어낸

슈베르트의 음악세계를 통해

관객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는 공연

 

 

 

소극장에서 마주한 슈베르트의 삶


 

작은 공간이었지만,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가 가까이 전달되어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되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의 연주가 함께 어우러져 슈베르트의 감정선을 따라 그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슈베르트가 당시 겪었던 일을 배우의 연기를 통해 본 후, 작곡했던 음악들의 연주를 듣는 것이 극의 이해를 한층 높이게 만들었다.

 

한 공간이지만 두 이야기가 공존했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편지를 받은 그의 형 페르 디난트가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주며 다른 공간에서 슈베르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의 형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슈베르트가 어떤 상황에 처해 곡을 쓰게 되었는지, 무슨 심정으로 작곡하는 데 열의를 다 했는지 여러 감정들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독일 문학의 가장 뮐러를 사랑하고 존경한 슈베르트의 마음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점을 느꼈다. 무엇보다 베이스 성악가의 가사 전달을 통해 뮐러의 문학적 감성이 관객 모두에게 잘 전해져 깊게 와닿았다.


특히 ‘마왕’에서 연주한 독창은 대단했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마왕의 역할까지 소화해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과 몸짓까지 다르게 표현해 한 공간에 여러 사람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성악가의 연기 또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수많은 곡들 중, 슈베르트를 잘 나타낸 곡은 '밤 인사'라고 생각했다. 그가 슬픔에 잠겨있을 때 쓴 곡이기도 하며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며 쓴 곡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걸 자신도 알며 방황하는 그의 심정이 곡에 담겨있었다.

 

슈베르트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끝난 후, 배우가 짧은 피아노 연주를 하며 극의 막을 내리며 끝났고 나에게 큰 여운을 주었다. 비록 그의 인생은 죽음으로 끝이 났지만 음악은 계속 우리에게 들려지고 있고 현재 머물러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것만 같았다.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슈베르트의 인생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와 가까운 다른 사람들의 과의 관계가 궁금했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교감을 하고 음악적인 영감을 주고받았는지 그러한 점을 접할 수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20221223181855_hembhrkg.jpg

 

 

 

슈베르트와 베토벤과 일찍 만나게 되었다면?


 

극을 보고 난 후, 두 사람이 서로를 오래전부터 알아보았다면 음악 역사의 한 획을 그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최고의 곡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슈베르트가 자신의 능력을 믿고 베토벤에게 대담하게 다가갔으면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자신의 삶을 꿋꿋이 지켜나간 것만으로도 용기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왔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음악가의 삶이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온 그가 대단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음악으로 넓은 표현을 펼쳤던 그가 존경스러웠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그리고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에게 닿지 못한 목소리 등 시련의 상황은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슈베르트는 스스로의 음악세계를 꾸준히 지켜 나갔다. 어떤 순간이 오든, 그는 그걸 영감으로 이용해 수많은 명곡들을 탄생시켰다.

 

 

 

음악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


 

나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 클래식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그들의 현실 그리고 불안감에 맞서 탄생한 명곡들은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가 담겨있었다.

 

이번 극을 관람한 후, 슈베르트라는 작곡가 매료되었고 이제는 그의 곡을 들을 때마다 대사와 여러 장면들이 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게 되었다.

 

음악이 아닌 글에서도 나의 인생을 담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슈베르트처럼 어떤 시련을 맞이하여도 흔들림 없이 이어나갈 수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그의 삶과 음악이 담긴 하나의 극이었지만, 나도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