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겨울에 읽는 호러 - '도시, 청년, 호러' [도서]

도시에 사는 당신을 위로해줄 공포 단편소설집
글 입력 2022.12.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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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많다. 어릴 적부터 들어온 출처 모를 괴담들, 어두운 밤길, 작은 원룸에서의 자취, 다가올 미래, 하물며 작은 곤충들까지. 무서운 것들은 도처에 있다. 공포 소설도 예외는 아니다. 호러 장르에 대한 나의 생각은 '없는데 무서운 것, 그러니까 무서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겠다. 사실 위의 것들처럼 나에게 실제로 끼치는 영향과 관계없이 꺼려지는 것이다.

 

겁이 많은 나에게도 가끔 공포 소설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는데 꼭 지금 같이 추운 겨울이 다가올 때가 그렇다. 여름 납량특집 때 읽었다간 정말 이야기 그대로 될 것 같아 가장 수요가 없을 지금이 몰래 읽기 좋을 거라는 청개구리스러운 사고방식 때문이다. 또, 한창 스트레스 받을 시기라 잔인하고 무서운 이 현실을 뛰어넘어줄 이야기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이번 겨울 만나게 된 책은 안전가옥에서 출판한 <도시, 청년, 호러>다.

 

<도시, 청년, 호러>는 지난여름, 그러니까 2021년 여름에 기획된 단편 모음이다. 좋은 호러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과 가까이 있는 이야기, 현재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일념 하에 탄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서 담고 있는 여섯 편의 단편들의 소재는 아주 친근하다. 고독한 고시원 생활, 여자 혼자 자취하는 이야기, 정체성의 상실, 중독. 각각의 소재는 우리가 한 번쯤 스치듯 해봤을 법한 걱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포의 대상으로 이야기에 등장한다.

 

기획에 딱 들어맞는 여섯 단편들을 읽으며 평소에 대학생인 나의 또래라면 하고 있을 걱정들이 거대한 상상의 날개를 달고 머릿속을 헤집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공포감은 공감으로 이어졌다. 나만 이런 걱정을 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도시, 청년, 호러> 중 두 편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

 

 

 

분실 by. 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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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은 작은 고시텔에 이사 온 석진의 이야기다. 공무원 준비만 n년 째, 점점 공부하는 기계만 되어가고 인간다운 생활은 사치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고시텔, 취준, 생활고. 안타깝게도 도시를 사는 많은 청년들의 모습이 아닐까. 대부분의 청년들은 머지않은 성공, 사실 성공의 문턱 정도겠지만, 취업의 문을 끝없이 두드리며 자기 자신을 죽이고 살아야 한다.

 

석진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분실하고 분실하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처음에는 소지품, 그다음엔 지인과 가족들의 연락처, 적금통장, 마지막에는 자신의 몸까지 잃고 나서야 석진은 떠올린다. 그동안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온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 대해. 벽의 얼룩이 되어 그는 계속 중얼거린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 자신의 이름을. 그는 잊히고 싶지 않지만 이미 그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없는 존재가 된다.

 

극단적인 이야기이지만 사실 우리와 다를 바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낯설지 않았다. 숨 가쁘게 현실을 살아내느라 주변 사람들과 나에 대한 것들은 알게 모르게 짐처럼 느껴진다. 창창한 미래로 달려나가기 위해 몸을 가벼이 하겠다며 '분실'해온 그것들을 다시 주울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면서도 나를 포함한 불안한 청춘들은 쉼 없이 달려나가야만 하는 사회 속을 살아가고 있다.

 

 

 

보증금 돌려받기 by.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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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를 해본 입장에서 '보증금 돌려받기'라는 그 제목에서부터 공포 아닌 공포감이 들게 한다. 전세든지 월세든지 아직 자신의 집이 없는 모든 이들은 더 나은 집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 사는 곳을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더 좋은 집은 넘쳐나는데 내가 살 곳은 없다. 가지고 있는 조건에 맞는 곳은 좁은 반지하뿐이다. 그래서 성아는 보증금이 절실하다. 밤에만 살아나는 동네의 방에서 보증금을 빼면 작은 창이 있는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악덕 주인은 그렇게 두지 않는다. 빠지지 않을 집이란 걸 알고 새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는 보증금을 주지 않으려 한다.

 

계약 기간이 다가오자 이곳저곳에서 성아의 보증금 일부를 필요로 하는 가족과 이사 갈 방주인이 그를 괴롭힌다. 이제 남은 생각은 보증금 뿐.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뻑치기하는 무리들은 무섭지 않다. 아니 뻑치기를 해서라도 보증금을 뜯어낼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과연 성아는 무사히 그 집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어두운 밤 골목에서 괴한에게 습격을 입을 것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돈 문제가 더 무섭다면 진정한 도시의 청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어렵사리 돈을 마련해서 더 나은 집으로 갈 수 있게 되더라도 만족할 수 있느냐다. 쳇바퀴처럼 돌아오는 걱정들을 쳐내지도 못한다는 건 정말 공포다.

 

 

 

이지 않는 건 없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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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할 수 있는 공포, 그것은 살아있는 공포다. 없는데 무서운 게 호러 소설이라고 했지만 <도시, 청년, 호러>는 분명히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바쁘게 흘러간다. 그렇게 걱정들도 흘러가 사라지면 참 좋겠지만 아직 묵은 기억처럼 살아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혼자라는 두려움과 앞으로의 대한 두려움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주인공이 타개하길 바랄 뿐이다.

 

막연한 두려움이 공포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석진처럼 세상에서 사라지거나, 기껏 이사 간 집에서 창을 열자 따스한 햇빛 대신 신축 건물 현수막을 마주하거나. 도시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걱정들은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일 것이다. 그럼에도 책을 닫으면 걱정도 같이 죽는 것처럼 생각하기로 한다. 이전에도 말했듯, 안 보이면 없는 거니까. 낯설지 않은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을 보며 무섭지만 약간의 공감을 느낄 수 있어 적어도 외롭지는 않았던 책 <도시, 청년, 호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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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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