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를 구원할 낭만이라는 이름 - 집이라는 모험

더 많은 것을 사랑하라.
글 입력 2022.12.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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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바꿨더니 일상이 모험이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꿈에 그리던 마당이 있는 '집'을 만났다.

 

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을 맞이하며, 하나둘씩 인사를 건네는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어제는 자연을 벗 삼아서 누구보다 먼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반갑게 인사했는데···

 

오늘은 예상하지 못한 벌레 친구들의 등장으로 깜짝 놀라고, 며칠 전 정리한 풀은 다시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또한 친환경적인 삶을 더욱 바랐는데, 어쩐지 한층 넓어진 집을 돌보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거 같다.

 

보는 것과 사는 것이 이렇게 다를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러나, 낭만은 우릴 구원할 것이다. 추운 겨울날 벽난로 앞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다면, 넓은 마당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닥불을 피우며 웃음꽃을 피울 수 있다면···


*


흔히 말하는 도시의 삶이란, 바쁘고 복잡하며 무언가 가득 찬 느낌이다. 비유하자면 여백과 비움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도시 곳곳에서 잘 조성된 공원과 주기적으로 가꿔진 화단 등을 마주하면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도시와 자연이라는 두 단어가 양립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다. 오늘날 도시화의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점차 복잡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더욱이 사회가 변화할수록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요소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이를테면 일생에 걸쳐서 우리가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가는 공간인 집. 집과 집을 둘러싼 환경, 마주하는 이웃들(자연과 사람을 모두 포함해서)이 때로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변할 수 있지만, 반대로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이미 속한 것의 영역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선택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지켜보는 것 또한 모험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으로 다음과 같이 책의 내용을 소개한다.

 

 

나는 자연 속에서 살고 그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 일거리는 넘치지만 자연도 넘친다. 그거면 충분하다. 몸과 마음을 열심히 움직이며 살 수 있는 집이다. 덕분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 이런 삶은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뛰어들어서 내 이야기로 만들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우리의 이야기를 살아간다. 힘들어도 지루할 틈 없는 집에서 날마다 모험을 누리며 살고 있다.

 

p. 64

 

 

사람마다 지향하는 주거의 형태가 다르듯이, 삶에 무게를 두는 가치의 모양도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오롯이 자연의 안락함에 숨을 쉬고, 또 다른 이는 도시의 야경 속에서 내일의 무탈을 꿈꿔본다. 그렇게 저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서 일상을 보낸다. 어느 것도 틀린 것은 없다. 다만 다를 뿐이다. 

 

어쩌면 자연과 도시의 경계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는 것은 그 어느 쪽도 인간의 삶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당신은 어느 곳에 더 가치를 두고 살아가고 있나요? 또한, 당신의 모험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언급한 현실과 이상의 경계이자 보는 것과 사는 것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저자의 말을 떠올려본다. "그야 물론··· 수백 가지 힘든 걸 감수하고도 남을 보석들이 있기 때문이지. 무엇보다도 자연이 너무 좋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을 내 집에서 다 누릴 수 있는 걸 (···)"

 

 

내 아이들도 낭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환경, 어떤 상황이라도 아름답고 근사하고 두근거리고 설레고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것을 일상에 들여놓으며 살기를 바란다. 문득 연 창밖 밤하늘에 빛나는 달빛이든, 바람에 흔들리는 가벼운 커튼 자락이든,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 그림자든, 낭만은 언제나 어디서나 알아보고 찾아보고 느끼는 사람의 것이다. 작고 예쁘고 멋지고 소중한 것을 알아보는 마음이다.

 

p. 128

 


동시에 산을 오르고, 나무로 둘러싸인 숲으로 찾아드는 발걸음과 이따금 바다와 강을 따라온 수많은 시선을 떠올린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머릿속에 자리 잡은 막연한 동경의 시작으로 돌아간다. 

 

어릴 적 시골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의 별, 처음 바다에 발을 담갔을 때의 느낌이라든지, 그때 들었던 파도 소리를 좋아하게 된 것. 

 

지금에 와서야 계절마다 피는 꽃을 관찰하고, 새들의 비행을 눈여겨보며 변화하는 달의 모양을 감상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아주 오랜 시간 각인된 기억이었다. 좋았던 감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으며 때로는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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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물어도 풀은 자란다. (···) 똑같은 생명인데 사람이 심은 건 왜 이렇게 약하고 저절로 자라는 것들은 어쩌면 이토록 강한 것일까.

 

생각해보니 아이 키우는 일도 똑같았다. 부모가 심어주고 싶어 애쓰는 것들은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는데 타고난 기질은 어찌나 단단하고 깊은지, 결국은 저답게 커가지 않던가. 아이가 타고난 기질대로 살아가도록 믿어주고 지켜주는게 부모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p. 114

 

 

풀은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넓은 땅, 촉촉한 땅 가리지 않는다. 우물 가장자리 깨어진 시멘트 틈 사이, 매일 밟고 지나가는 콘크리트의 갈라진 틈에서도 꽃을 피운다. 오히려 척박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자랄수록 악착같이 버티고 견딘다. 풀은 뽑혀 나가는 순간에도 씨를 떨군다. 생명이 끝나는 순간에도 후일을 도모한다. (···)

 

p. 115

 

 

<집이라는 모험>은 아이들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마당 있는 집에서 함께 보낸 소중한 시간에 대한 헌정사,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희로애락의 다양한 서사를 보여준다. 또한 집과 가족의 의미, 이를 둘러싼 모든 것들 떠올리게 한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은 평온함에 이르렀나.'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그곳은 안온한가.'

 

열두 달을 열두 해째 보내고 있는 저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는 어쩐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공존하는 12월의 겨울이 맞닿아 있는 거 같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저자가 바랬던 것처럼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과 우리를 구원해 줄 일상의 낭만, 끝없이 이어지는 만남과 이별의 순간과 함께 나아간다면 새로운 모험의 날들도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다.

 

 

 

안지영(컬쳐리스트).jpg

 

 

[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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