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에 빠지게 해드립니다 - 사랑의 묘약: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

나의 마음은 항상 너에게만 향하는 것을 난들 어떡해
글 입력 2022.11.22 11: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3) 2022서오페-사랑의묘약 포스터.jpg

 

 

서울시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이 지난 11월 12일 강동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올해로 벌써 7회를 맞이하는 페스티벌은 오페라 애호가 및 예술인,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많은 이의 기대를 모았다.

 

필자는 그중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한 <사랑의 묘약>을 감상했다. 이유는 하나. 대학 시절 시험 기간마다 무한 재생했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현장에서 듣기 위해서다.

 

<사랑의 묘약>은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가 여러 번의 재수정 끝에 완성한 오페라로, 시골 청년 네모리노가 부유한 지주 아디나를 사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네모리노는 돌팔이 둘카마라에게 포도주로 가득채운 가짜 ‘사랑의 묘약’을 구매하고, 한껏 자신감에 취한다. 그러나 아디나는 여전히 네모리노에게 관심 없다. (사랑의 묘약이 아니라, 길거리에 널려있는 포도주였으니 당연하다)

 

이때 둘카마라는 네모리노에게 ‘네가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태어났으니 특별히 묘약을 싸게 주겠다’고 말하는데, 강동 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이었던만큼, 관객들의 재미를 사로잡을 만한 대사였다. 적절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유쾌한 분위기로 극을 이끈 점이 인상 깊었다.


 

jewellery-g6daa9d6f2_1920.jpg

 

 

2막에서는 하사관 벨코레와의 결혼식 당일의 아디나를 그려낸다. 아디나는 결혼식 시간을 늦추는데, 언제나 자신 곁을 맴돌던 네모리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모리노의 부재가 영 신경 쓰이던 아디나는 안절부절못하며 그를 기다린다.

 

한편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을 마셨는데도 아디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다른 남자와 결혼까지 하게 됐다며 망연자실한다. 둘카마라를 찾아간 그는 ‘한 병 더’ 마셔야 한다는 괴짜 처방을 받고, 묘약 살 돈을 모으기 위해 입대를 결심한다. 신병이 되면 나라에서 주는 격려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덜컥 입대 자원을 한 네모리노.

 

 

IMG_3451.jpg


 

빠르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을 잘 드러내려는 듯, 커다란 나선형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무대장치는 때때로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무대장치는 자동이 아니라 스태프들이 수동으로 밀어서 돌리는 것이었는데, 끊임없이 춤과 아리아로 이루어지는 오페라 특성상, 스태프가 무대 장치 옆에 우뚝 서 있으면 튀기 마련이다.

 

이러한 옥에 티를 감추려는 듯, 스태프들은 배우들과 함께 춤을 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 무대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었고, 극의 흐름을 전혀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소품과 장치를 활용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시냇물에 물어보라. 

왜 물은 흘러서 항상 바다로만 가는지.

그건 시냇물의 속성이지. 

나의 마음은 항상 너에게만 향하는 것을 난들 어떡해?

 

- 네모리노

 

 

군인 신분이 된 네모리노는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 네모리노의 삼촌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겨준 것이다. 그러나 네모리노는 이러한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고(그랬기에 군인이 되었다), 발빠른 마을 여자들은 부자가 된 그에게 구애한다. 이 모습을 본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저토록 인기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보이고, 네모리노는 마침내 아디나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여 감격한다.

 

이 때 나오는 아리아가 그 유명한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다.

 

좌충우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결국 모든 것이 준비된 결혼식장에서 막을 내린다.

 

필자는 <사랑의 묘약>을 감상하며 이들의 ‘사랑’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됐다.


첫째, 아디나는 정말로 네모리노를 사랑했을까.

 

‘거짓 없이 말 그대로’ 그의 모든 부분을 사랑했냐는 거다. 아디나가 네모리노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아리아 속 가사를 통해 추측할 수 있다. 우선 네모리노가 결혼식에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경 쓰였다. 늘 자신을 쫓아다니던 남자가 자신을 보러 오지 않자 안절부절못하며 그를 기다렸다. 또, 벼락부자가 된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여자들이 네모리노에게 구애했고, 부자가 됐다는 사실을 몰랐던 아디나는 네모리노에 어떤 매력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갑작스레 매력을 찾아내기 급급해졌다.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내면을 사랑하고, 그의 진솔한 매력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자신을 지겹도록 쫓아다녀 성가셔하던 남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신경 쓰여하는 점이나 다른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좋아하게 되는 아디나의 모습, 네모리노를 무시하다가 돈이 많아졌다고 온갖 아양을 부리며 그에게 환심을 사려고 하는 마을 아가씨들의 모습은 옛 문학에서 전형적으로 그려지던 여성상이라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물론 1800년대 초연된 작품인 만큼, 수동적인 여성상(아디나가 네모리노에 사랑을 고한 것은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는 지나치게 수동적이다)으로 그려진 아디나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에 몰입하기도, 극의 감정선을 따라가기도 어려움이 있었던 건 분명하다.

 

둘째, 네모리노는 아디나의 배경이 없었다고 해도 그토록 헌신적일 수 있었을까.

 

네모리노는 본인이 부자가 됐다는 사실을 몰랐다. 만약 그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더라도 아디나를 사랑했을까? 순수한 궁금증이 일었다. 네모리노는 가난한 농부고, 아디나는 지주의 딸로 무척 부유하다. 이점은 네모리노의 사랑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각자의 배경이 달라진다면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집중해서 오페라를 감상한 만큼, 주인공들의 관계에 대한 의구심과 섬세하지 못한 감정선이 아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에서 느껴지는 섬세함과 오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유쾌함은 매우 인상 깊었다.

 

 

[권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33194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