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최대한 삶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세요 - 프랑코 폰타나 [전시]

사유하며 살아온 프랑코 폰타나의 회고전 in 마이아트 뮤지엄
글 입력 2022.11.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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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을 봤을 때 굉장히 최신 유행의 감성의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감성 사진이 많기로 유명한 핀터레스트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느낌부터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확대 샷의 느낌까지. 나 또한 확대 샷을 즐겨 찍었고 노이즈가 생긴 감성의 사진을 좋아했다. 어쩌면 이 유행에 뿌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더욱 폰타나의 전시회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프랑코 폰타나는 무려 1960년대부터 이 기법을 사용해왔다. 그는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하여 마치 한 폭의 회화 작품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만들었다. 멀리서 보면 투박한 그림체를 가진 그림으로 보이면서 가까이 가면 화질이 깨진 사진으로 보이기도 했다.

 

과소 노출로 인해 만들어진 아크릴 물감 같은 색감, 고뇌가 보이는 구도의 아름다움을 넘어서자 이미지의 조각이 보였다. 폰타나의 작품은 내게 조각의 의미를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들의 진정한 의미는 일차원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움 너머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다. 나는 폰타나의 사유로 만들어진 공간 속에서 하나하나의 의미를 더욱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런 그의 전시회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풍경에서부터 도시를 거쳐 사람까지. 섹션 별로 폰타나의 시선을 분석하고 또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전시되어 있었다.

 

 

FRANCO FONTANA© BASILICATA 1975 KKYT.jpg

 

 

첫 번째 섹션 [렌드 스케이프]에서는 프랑코 폰타나가 풍경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알 수 있었다. 폰타나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풍경을 이해하려면 당신은 풍경이 되어야 하고, 풍경은 당신이 되어야 한다.” 폰타나는 하나의 사진을 찍기 위해 수백 번, 수천 번 사진을 찍고 아주 오랫동안 다양한 시간대에 같은 장소를 방문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단순해 보이는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하나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랜드스케이프] 섹션에서는 먼 곳에서 바라본 거대한 풍경들에 대한 사진으로 가득했다. 그림 같은 사진으로 둘러싸이자 기분이 마치 동화 속에 온 듯했다. 바람이 스치는 순간, 구름이 지나가는 순간, 혜성이 떨어지는 순간들 속에서. 나는 시간이 멈춘 풍경 속에서 존재할 수 있었다.

 

동화 같은 시간을 지나 [어반 스케이프] 섹션으로 넘어간다면 이제는 마법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어반 스케이프]는 우리 주변의 도시 풍경과 사물을 특별한 시점과 해석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FRANCO FONTANA� Houston 1985 BPSS.jpg

 

 

개인적으로는 [랜드 스케이프]보다 [어반 스케이프] 섹션이 더 취향이었다. 이건 내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둥근 모습보다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각진 건물과 규칙적인 배열을 좋아해서 일지도 모른다. [어반 스케이프] 섹션의 특징으로는 큰 풍경보다 더 잘라진 정보들. 반듯한 건물들이 보여주는 기하학적인 예술. 특정 의도가 담긴 듯한 그림자의 기울기와 특정 시간대에만 보이는 하늘의 색과의 조화 등이 있었다.  특히 그 모든 조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을 찍기 위한 폰타나의 오랜 기다림과 깊은 고뇌가 돋보였다.

 

세 번째 섹션 [휴먼 스케이프]에서는 앞 섹션의 주제와 맥락을 이어가지만 사람을 피사체로 삼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FRANCO FONTANA� FRAMMENTO 1981 BVVW.jpg

 

 

사람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폰타나의 사진과 구도에 담긴 의미를 더욱 자세하게 관찰하고자 했다. 그 이유는 작품이 피사체의 그림자를 통해 <존재와 부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고 인물의 왜곡과 인물의 한 부분을 자른 듯한 사진을 통해 우리에게 작품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폰타나에게 사진은 하나의 핑계였다. 폰타나는 있는 그대로의 사진이 아닌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했고 또한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진실을 해석하고 그럼으로써 스스로 사고하는 주체가 되기를 바랐다.

 

네 번째 섹션 [아스팔토]에서는 아스팔트와 고속도로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은 일상에 녹아들어 우리의 풍경 어느 곳을 보아도 아스팔트가 깔려있다. 그러나 과거에 고속도로는 근대화의 상징이자, 그 당시 폰타나에게는 기존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풍경의 등장이었다.

 

 

FRANCO FONTANA� AUTOSTRADA 1975 XXH.jpg

 

 

지금보다 셔터 속도가 느릴 때 셔터를 누르면 피사체가 움직인 잔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폰타나는 그를 이용해 마치 일직선으로 그린 듯한 고속도로 사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금은 일부러 셔터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잔상이 남게 찍기도 한다. 위 사진은 바로 그 기법의 선구자 격인 작품인 것이다.

 

 

franco fontana 1969.jpg

 

 

모든 정보를 보여주는 사진은 종국에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다고 폰타나는 말한다.

 

큰 들판부터 시작해서 아스팔트의 균열까지 나는 끊임없이 사고해야 했다. 대칭, 그림자 그리고 색의 조합. 어느 것 하나 의도하지 않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령 넓은 바다라도 말이다. 폰타나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찍으려고 하지 않았다. 눈과 풍경 사이의 도구인 카메라는 폰타나가 말하고자 하는 함을 표현하게 해주는 효율적인 도구였다.

 

특히 왜곡과 최소 노출 등 카메라의 다양한 기법을 이용한 그의 작품은 프랑코 폰타나의 정체성을 더 뚜렷이 나타나게 해주며 그래서 더욱 사진을 찍게 되는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상상하게 만든다.

 

폰타나는 그저 존재하는 걸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찍지 않았다. 그는 일상에 대해 사유했고 그런 생각의 편린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드러났다. 폰타나의 작품은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한 발견이다. 이미 만들어진 건물들, 이미 존재하는 자연. 그러나 폰타나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해석을 통해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그래서 우리는 폰타나의 작품을 통해 사유할 수 있다. 그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해석함으로써 우리는 다시 객체에서 주체가 된다.

 

마이아트 뮤지엄에서는 폰타나의 한국에서의 첫 회고전을 기념한 20분 정도의 인터뷰가 상영되고 있다. 바쁜 사회 속에서 20분은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는 마치 거장의 소설 같아서 앉은 자리에서 푹 빠져들고 말았다. 이 인터뷰는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한 인터뷰로 오직 이 전시회에서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전시관을 가서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듣기를 추천한다.

 

많은 이야기 중 특히 그가 이 전시회를 보는 한국인들에게 전한 이 말을 다시 곱씹고 싶다. ‘최대한 삶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라.’고.

 

삶이 이끈다는 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즉, 이는 존재의 의미를 사유하며 만들어지는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이며 지금 현대인들의 삶에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프랑코 폰타나: 컬러 인 라이프>전을 통해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의 특별함을 찾아보고 익숙함 속에서 잊고 있었던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IMG_1799.jpeg

 

 

이외에도 마이아트 뮤지엄에서는 강렬한 색채를 가진 폰타나의 작품에 맞춰 노루 페인트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색으로 벽을 칠했다. 노란색이 중심인 작품을 파란색 벽에 배치해 대비 효과를 만드는 등 작품을 보는 데 더욱 즐거움을 더했다.  또한 눈의 즐거움을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각 페인트 색에 맞는 노래를 배치해 공감각적으로 폰타나의 작품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다.

 

 

폰타나 마우스패드.jpg

 

 

전시를 마친 후에는 폰타나의 작품을 활용한 다양한 굿즈를 볼 수 있었는데 뚜렷한 색감이 특징인 폰타나 작품은 특히나 굿즈로 제작될 때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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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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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Y
    • 안녕하세요. 저도 얼마 전 프랑코 폰타나 전시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전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소희님의 해당 글 표지로 장식된 붉은 네일을 한 노인이 플라스틱 컵을 들고 있는 1985년도 houston이랍니다. 작품 이미지를 계속 찾던 도중, 소희 에디터님의 글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전시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 제가 미처 몰랐던 부분까지 정말 잘 정리해주셔서 전시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어요. 혹시 이 글의 표지로 장식된 붉은 네일이 있는 1985년도의 houston 작품 사진은 직접 찍으신 건가요? 제가 찍은 사진은 흔들려서 너무 아쉬운 마음에 디지털 이미지를 계속 찾고 있지만 구글 검색으로는 택도 없네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해당 이미지를 메일로 받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개인소장 배경화면으로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guydiamond020@gmail.com 으로 연락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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