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로크 시대 고악기의 아름다운 향연 [공연]

현대 옷을 입고, 바로크 궁정의 음악회에 초대받다
글 입력 2022.11.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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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아티스트 라운지 9월 공연으로 <강효정의 바로크 레볼루션>이 개최되었다. 아티스트 라운지는 예술의전당에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연주에 편안한 해설을 곁들여 매달 다른 콘셉트로 진행되는 음악회이다.

 

이번 공연에는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연주하는 바로크음악 단체 알테 무지크 서울이 참여했다. 알테 무지크 서울은 2009년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인 강효정이 창단한 단체이다. 이번 연주 프로그램은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저음 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와 바로크 첼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 프로그램 -

 

텔레만서곡 모음곡 D장조 TWV.55:D6

 

바흐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G장조 BWV.1007

 

바흐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제2번 D장조 BWV.1028

 

르벨카프리스 중 ‘춤곡의 특성들

 

마레스페인풍의 라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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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제공

 

 

암전이 되고, 연주자들이 무대 위로 들어섰다. 모두 바로크 시대의 의상을 입고 있었다. 다만, 헤어 같은 경우는 가발을 쓰지 않고, 원래 자신의 머리로 스타일링 하였다. 아마, 가발을 쓰고 연주하기에는 힘들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바로크 악기와 바로크 시대의 의상들과 함께 바로크 시대의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하자 마치 바로크 시대 왕궁 음악회에 참여 받은 느낌이 들었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바이올린, 첼로 등이 아닌 바로크 바이올린, 바로크 첼로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그 소리와 깊이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특히, 첼로의 경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슬픔, 비애 등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악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크 첼로의 경우 무게감은 있지만 동시에 즐거운 느낌이 있었다. 이는 첼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큰 소리를 낼 수 있었으며, 재료와 기술의 변화로 인해 악기의 특성과 음색이 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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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전당 제공

 

 

이목이 집중된 악기는 쳄발로와 비올라 다 감바였다. 처음 두 악기의 소리를 듣는 순간이었는데 비올라 다 감바는 리라와 첼로가 합쳐진 느낌으로 다가왔고, 그 소리가 무척이나 다층적이어서 매우 아름다웠다. 비올라 다 감바는 첼로의 전신으로 분리되며, 16~17세기 귀족사회에서 환호 받던 바로크 원전 악기이다. 쳄발로의 소리는 마치 사라진 동심을 되찾아 주는 듯 특유의 찰랑거리면서도 독특한 음색을 냈다. 쳄발로는 그 모양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아노 원형인 건반 악기 중의 하나로서, 하프시코드라고도 불린다.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제2D장조>에서 쳄발로와 비올라 다 감바의 합주가 이뤄졌다. 쳄발로의 소리는 마치 별빛이 떨어지는 듯했으며, 노래 <반짝반짝 작은 별>의 가사가 음악으로 현현한 듯했다. 두 악기 중 한 악기가 다른 악기를 압도하는 것이 아닌, 완벽하게 평등하게 화음을 이뤄 듣는 이로 하여금 귀르가즘을 느끼게 했다. 연주 동안 햇빛이 비치는 날씨 좋은 어느 날, 자애로운 부모와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아이가 숲속으로 피크닉을 가서 여유를 만끽하면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뛰어노는 듯한 심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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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제공

 

 

<춤곡의 특성들>은 본래 춤곡이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춤 없이 연주용 기악곡으로 정형화되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그 시대의 춤을 재현하여 원래 춤곡으로서 어떻게 기능하였는지를 관객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첫 곡과 마찬가지로 모든 연주자가 등장하여 풍성한 하모니를 만들어 냈으며, 이런 즐겁고도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여자 무용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때, 무용수가 춤을 춘다고 해서 악기의 위치를 사이드로 재배치한 것이 아니라, 악기를 중심으로 무용수의 동선을 형성한 것이 인상 깊었다. 대개 퍼포머(performer)가 무대에 오르는 경우 오케스트라는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나게 되는데, 이런 무대 배치를 통해 무용수와 오케스트라 모두 주연으로서 무대 위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연주자이다. 덧붙여 무대 위에 등장한 무용수의 옷차림 또한 연주자와 동일하게 바로크 시대의 양식을 띠고 있었으며, 머리는 가발을 쓰지는 않았지만, 바로크 시대의 머리 장식을 떠올릴 수 있는 형태였다.

 

마지막 곡인 마레의 <스페인풍의 라폴리아>는 절도 있으면서도 유려한 선율을 특징인 곡으로 쳄발로, 바로크 첼로, 비올라 다 감바의 합주로 진행되었다. 이때,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가 악기를 활이 아닌, 손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그러자 굉장히 미스터리하면서도 풍부한 소리가 나와 비올라 다 감바의 또 다른 매력을 알 수 있었다.

 

쳄발로 또한, 앞선 곡에서는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면, 이번 곡에서는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는 연주가 펼쳐졌다. 쳄발로는 어떤 악기와 함께, 무슨 곡을 연주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현저하게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쳄발로가 나머지 두 악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자신의 특유한 음색을 드러냄으로써 각 잡히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보통 합주가 진행되면 독주 때보다 그 악기의 음색이 묻히게 되는데 쳄발로는 강하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소리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본 곡에서는 하나의 악기가 선율을 주도하는 것이 아닌, 세 개의 악기가 동등하게 연주됨으로써 바로크 시대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본 공연은 현대의 관객들을 바로크 시대로 초대하고 있었다. , 현대와 고전, 바로크의 만남이었다. 현대 의상을 입고 있는 관객들은 마치 바로크 시대에 초청받은 느낌을 받으며, 그 시대의 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을 느끼며 과거로 음악 여행을 하는 듯한 소중한 경험을 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바로크 악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객석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을 한 게 혼자만은 아니었는지, 많은 관객들이 바로크 음악의 숨겨진 매력, 고악기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미를 늘어놓고 있었다.

 

우리는 동시대의 악기에 주목하고, 이들의 선율에 익숙하다. 물론 현대의 악기들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이전의 단점을 보완하여 구축된 악기들인 만큼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고악기는 조율로 올래 걸리고 온도와 습도에 무척이나 예민하다. 실제로, 공연 중에 조율 문제로 악장과 악장 사이에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하지만, 고악기가 가진 매력은 분명히 현재 악기와는 다르며, 그것으로 연주되는 음악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을 선사하면서도 바로크 악기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선율과 하모니를 형성한다. 바로크 악기와 바로크 시대의 음악과 사랑에 빠져, 앞으로 바로크 음악회에 자주 발걸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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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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