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다음에 못해도 괜찮아’ [영화]

아이가 실패해도 다정히 감싸주기
글 입력 2022.11.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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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디>의 모티프가 된 인물 주디 갈란드는 2살 때부터 무대에 오르기 시작해 어머니의 주도로 청소년기부터 할리우드에서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노래를 무척 잘했고,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할을 맡으면서 유명세를 치렀다고 한다.



Judy-Garland-Wizard-of-Oz.jpg

 

 

영화는 그가 인기 절정이던 시기를 지나 40대 중반이던 때를 배경으로 한다. 이따금 회상 장면도 있다. 그때마다 나오던 그의 유년기가 너무 아이에게 가혹해서 마음 아팠다.

 

이 시기에 대한 묘사는 주인공을 이해할 때 많이 도움이 됐는데, 그가 무대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뽐내면서도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긴장과 압박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어린 여자아이라고 밥도 안 먹이고 설명도 안 해주고 하는 말은 족족 무시하고 가스라이팅 하는 게 회상 장면 대부분의 내용이다.

 

“이번에는 잘했지만 다음에는 못해낼까 봐,”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생각이 자라서 자신을 칭찬하는 말도 부담 혹은 거짓으로 느끼고, 스스로의 장점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런데도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격려하는 말이나 사람을 가까이한다. 그리고 자신을 수단으로 여기는 공연 관계자들을 경계한다. 그들의 격려에서 주디는 진심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실존했던 인물의 인생사인데 (전부 사실대로는 아닐지라도) 마치 동화처럼 깨닫는 바가 있었다.

 

자기 장점을 정확히 아는 건 스스로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기둥이다. 만약 주위에 아무도 안 남았을 때는 의지할 곳이 자신뿐이다. 영화 속 주디는 필사적으로 혼자 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주디 갈란드는 결혼과 이혼을 네 번 반복했다고 한다.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사람이 다른 이를 돌본다는 건 매우 어렵기에 결국 주디는 자녀들과도 함께하지 못했다.

 

놀라웠던 건, 극적 과장일 수 있겠지만, 주디가 적어도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에게는 따뜻하고 소탈한 사람이었다는 거다. 그의 말투가 시종일관 다정한 게 그렇게 느낀 이유다. 스크린 속 주인공은 굉장히 사랑스러운 사람 같았는데 자신을 아끼지 못했다고 영화는 말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양심이 찔렸다. 나도 매번 내 눈을 가리고 상대가 좋은 말을 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남이 알아서 말해주면 그게 꼭 사실 같고 그렇다. 내게 어떠한 좋은 점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건 계속 듣지 않으면 점점 믿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꾸준히 들어줘야 한다. 그게 참 힘든 게, 다른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살고 반복적인 요구는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단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키워내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렇다. 단점을 보완하려면 땅에 스며드는 물이 밑바닥으로 새지 않게 온 구멍을 막으려는 노력 같다. 화분에 물을 줄 때처럼 말이다. 물론 실내에서 키우는 화분에는 새거나 넘치지 않게 적당히 물을 주어야 한다.

 

단점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다 제한하려면 그 통제 속에 갇힐 거다. 세상만사가 단점으로 보일 수 있으니. 마치 행복의 조건을 충족해서 행복해지려는 것과 같다.

 

문제는 장점을 알기란 너무도 어렵다는 거다. 믿기도 힘들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다른 것보다 유달리 잘하는 게 뭔지도 알아야 한다니, 인생에는 숙제가 많다.

 

주디 갈란드의 인생을 다룬 매체가 영화 <주디> 뿐만은 아니었다. 그전에 그의 딸인 로나 러프트가 제작에 참여한 <주디 갈란드(Life With Judy Garland: Me And My Shadows)> 있다. 그리고 2019년의 <주디>는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개봉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까 영화 속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이야기가 꾸며졌다면, 그래서 실제로 사람이 그 정도에 미치지 않는다면 내 감상도 비현실적인 걸까? 하지만 이런 고민에 빠지기에 내 감상은 정말 작고 단편적이므로, 영화 속 이야기가 한 편의 따뜻한 동화라고 생각하고 싶다.

 

 

[홍가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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