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의 책은 친절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 [도서/문학]

정세랑, 『아라의 소설』
글 입력 2022.10.23 00: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030073974_1vJwBnYz_EC9584EB9DBCEC9D98_EC868CEC84A443.jpg

 

 

당신이 모든 것을 대수롭지 않아해서 좋아해요

지루해하고 시시해하는 표정이 좋아요

 

- 〈호오好惡〉 중에서

 

 

최근 주변에서 책 추천을 부탁하면 어김없이 언급했던 책이 있다. 바로 정세랑의 미니 픽션 “아라의 소설”이다.

 

지난 여름(2022.08.24.) 발간된 “아라의 소설”은 정세랑 작가의 첫 ‘엽편소설집’으로, 작가가 등단한 시기부터 최근의 작품들까지 10여년에 걸쳐 다양한 매체에 발표해왔던 엽편 및 단편 소설을 엮은 것이다.


주변에 이 책을 적극 추천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정세랑 작가의 팬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실린 대부분의 이야기가 대체로 3~4장의 분량, 길어도 열댓 장을 넘기지 않아서였다.

 

비교적 작고 가벼운 책, 짧은 호흡의 텍스트, 그 안의 강렬한 메시지까지. 이동 시간이나 자기 전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책,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책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단 말인가. 심지어 여기저기 기고된 정세랑의 이야기들을 한 데 모아 볼 수 있다는 점은 정세랑 작가의 팬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책의 제목이 “아라의 소설”인 만큼, 작가가 “과감한 주인공에게 자주 붙이는 이름”을 가진 ‘아라’는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때문인지 모두 각기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라’로 이어지는 듯한 “아라의 소설”은 소위 ‘정세랑 월드’라고 일컬어지는 작가의 세계관을 압축해놓은 듯하다.

 

"너는 여기에 계속 있기에 너무" 뭐한 '아라'는 정세랑이 들려주는 용감무쌍하면서도 다정한 이야기들과 맥을 같이 한다.

  

 

"......과찬하자. 아주 아주 조금만 과찬해버리자" 과찬해서, 이 매력이 애매한 원두에게 기회를 주자. 더 나아질 기회를.

 

- 〈10시, 커피와 우리의 기회〉 중에서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긴 분량의 소설들보다 직설적인 면이 더 두드러져, 다정한 이야기들은 더 다정하고 신랄한 이야기들은 더 신랄합니다. 부드러운 진입로가 필요 없는 분량이어서 그렇겠지요. 그 완충없음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적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마주친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우리의 것인 신랄함에 짧은 한숨을 쉬게 하고, 속을 뒤집어지게도 했다가, 충만한 다정함으로 마음을 채우게 한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덧붙여지는 작가의 짧은 코멘트와 사이사이 추가된 섬세한 일러스트 또한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그의 책은 친절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 〈현정〉 속 현정이 무너진 책장 아래서 로알드 달의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물음은 정세랑을 읽는 대부분이 정세랑의 책을 두고 하는 물음일 것이다. 정세랑이야말로 무너진 책장 아래서도 친절함을 떠올리게 하는 힘을 가진 이야기꾼이 아닌가.

 

읽기 좋은 계절에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김윤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