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라이크가 뭔지 알아?

글 입력 2022.10.13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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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이크가 뭔지 알아? H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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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이크(Rogue-like)란?

 

컴퓨터 게임의 다양한 장르 중 하나인 로그라이크는 약 30년 전 제작된 게임인 Rogue를 정신적으로 계승한 작품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Rogue는 컴퓨터의 여명기 시절 그림 이미지 대신 느낌표, 쉼표, 알파벳 등으로 던전과 캐릭터를 구현한 원시적인 RPG 게임이다. 로그라이크 혹은 로그라이트 라는 명사를 남긴 게임계의 화석학번 선배격인 Rogue에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RPG 게임과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적인 면들이 있다.

 

하나, 영구적인 죽음

저장하기/불러오기로 현재까지 진행한 기록을 남기는 일반적인 게임들은 내 캐릭터가 죽어도 이전에 저장한 시점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Rogue는 이러한 진행 상황 저장이 없기에 한번 죽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기에 매 플레이가 긴장의 연속인 것이다. 이것은 로그라이크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둘, 랜덤 요소

Rogue의 던전은 시시각각 변화하며 매번 탐색할 때마다 구조와 아이템 보상이 조금씩 바뀐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랜덤 요소가 던전 탐색을 흥미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영구적인 죽음으로 인해 반복 플레이가 필수인 로그라이크 장르에서 랜덤 요소는 플레이어가 흥미를 잃지 않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셋, 반복

처음하는 게임을 한번에 클리어하는 경우는 정말정말정말 낮다. 따라서 죽으면 원점으로 돌아가는 로그라이크 게임은 반복이 필연적이다. 이 반복을 어떻게 변주하느냐에 따라 게임은 플레이어를 게임에 집착하게 할 수도 있고 게임에 학을 떼도록 할 수도 있다.


골이 코앞인데 한번의 실수로 죽어서 다시 스타트 지점으로 돌아간다면 정말 분하다 못해 화가 날것이다. 하지만 로그라이크는 그 분노를 승부욕으로 전환시키는 매력이 있다. 이러한 중독적인 매력을 가진 장르인 로그라이크. 오늘은 로그라이크 게임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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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세계 왕자의 엄마 찾아 삼만리’ Hades


 

그리스 신화를 새롭게 해석한 배경이 흥미로운 Hades는 <아이작의 번제> 이후로 필자가 정말 재밌게 즐긴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아이작의 번제>가 슈팅게임과 로그라이크를 접목시켰다면 Hades는 <디아블로> 시리즈와 유사한 핵앤슬래시 장르를 로그라이크와 접목했다고 볼 수 있다. 적에게 스치면 죽는다는 긴장감과 적들을 쓸어버리는 호쾌한 액션이 잘 어우러진 이 게임은 간만에 잘 만들어진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앞에서 제시한 로그라이크의 특성을 Hades와 엮어 이 게임의 장점을 설명하겠다.


-반복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로그라이크는 장르 특성상 만큼 한번 죽으면 스타트 지점으로 돌아오며 처음부터 다시 던전을 공략해야한다. Hades는 이러한 회귀와 반복적인 도전을 게임 스토리 속에 섞어 플레이어에게 던전 공략의 당위성과 동기를 부여해준다. 게임의 주인공이자 플레이어 캐릭터인 자그레우스는 저승신 하데스의 아들이다. 어느 사건을 계기로 어머니가 지상에 있으며 아버지가 그 사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게된 그는 지하세계를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자그레우스는 적에게 죽어 다시 저승으로 회귀하는데 이는 이야기의 끝이 아닌 이야기의 진행으로 연결된다. 자신이 죽은 원인을 주변 인물들에게 설명하고 그들에게서 조언과 격려를 받은 자그레우스는 다시 던전에 도전한다. 이 과정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캐릭터의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고 귀환 지점을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지점으로 느끼게 하여 반복 도전에 염증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로그라이크에 이야기를 섞은 창의성이 독특한 서사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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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이 가능한 랜덤 요소-

로그라이크의 주된 랜덤 요소는 버프와 아이템이다. 이 두가지는 게임의 플레이 스타일을 크게 바꿔주기 때문에 유저들이 가장 심사숙고하며 고른다. 이때 로그라이크의 랜덤성이 무자비하게 발휘되어 자신이 원하는 버프와 아이템이 게임 내내 나오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의욕이 식어버릴 것이다. Hades는 유저가 원하는 요소가 나올 수 있도록 임의적인 확률 상승을 허용한다. 백퍼센트의 확률은 아니지만 기대해도 좋은 만큼의 확률이기에 유저들은 자신이 캐릭터의 모습을 설계하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가져다 주는 불안을 해결해 줌으로써 의욕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이 외에도 6개의 무기와 9개의 버프가 주는 경우의 수, 버프의 종류에 따라 나오는 시너지, 무기의 강화에 따른 플레이 변화 등등 플레이어가 시도하고 싶어하는 캐릭터 빌드가 다양하기에 랜덤 요소를 최대한 감수하면서 즐기기를 유도한다.


-영구적인 캐릭터 강화-

앞서 제시한 영구적 죽음이란 캐릭터가 가진 모든게 사라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제까지 모은 제화, 아이템, 능력치가 모두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은 많은 분명 많은 플레이어를 좌절케 하는 경험일 것이다. 그러나 Hades의 주인공은 죽음을 맞이하긴 하지만 모든걸 잃지는 않는다. 캐릭터는 던전에서 모은 자원을 가지고 귀환하며 그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을 강화할 수 있다. 한번 죽으면 모든게 끝이 아니라 그 도전의 결과를 발판삼아 더 강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들은 실패로 인한 상실감 보다 다시 강해져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게된다. 로그라이크의 죽음으로 인한 허탈감이 싫은 사람도 부담없이 Hades를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나에게 Hades는 오랜 시간동안 잊고 지냈던 감각을 다시 되살려준 고마운 게임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보스전, 실패 후 느끼는 분함과 오기, 못 이길 줄 알았던 적을 결국 이겼을 때의 성취감. 이젠 과금과 자동사냥이 만연한 현대 게임시장에서 Hades를 맛본 나는 마치 미각을 잃은 장금이가 소금의 맛을 다시 느낄 때 처럼 감격했다. 돈의 힘이 아닌 나의 노력으로 얻어낸 승리란 이렇게 달콤했던 것인가. 매력적인 주인공, 자그레우스도 내 인생에서 소소한 맨토링을 해주었다. 실패해도 어깨한번 으쓱하고 다시 도전하는 그의 씩씩한 모습은 나에겐 카뮈의 시시포스 보다 더 영웅적으로 보였다. 그래 실패해도 무슨 상관이냐 다시 강해져서 도전하면 되는 것을. 성공보다 값진 실패를 경험하고 싶다면 스팀 혹은 스위치 스토어에서 Hades를 구매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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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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