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망각의 본질을 찾아서 - 네이처 오브 포겟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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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기억에 의존하는 하루를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잠에 들기까지, 기억은 한 사람을 어딘가에 데려다주고 데려다 놓는다. 수많은 기억은 삶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개의 퍼즐 조각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면, 또는 기억을 점차 잃어간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을 것이다. 과연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통 짐작할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억을 잃은, 잃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관조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시놉시스
55세 생일날, 주머니 속에 빨간 넥타이가 잇는 남색 재킷을 입으라던 딸의 말을 기억하지 못한 채 온통 '빨간색'이라는 단어에 휩싸인 '톰'.
어디선가 들려오는 '재킷'이라는 목소리에 이끌려 무심코 입은 교복 재킷은 그를 가장 아름답고, 아팠고, 찬란했던 순간들로 이끄는데...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연극을 통해 그 방법을 제시한다. 극의 스토리라인은 조기치매를 겪게 되는 한 남자, 톰의 이야기를 다루며 관객들을 그의 55세 생일날로 이끈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딸이 입으라며 일러두었던 옷을 입지 못하던 중, 귀에 들려온 '재킷'이라는 목소리를 듣게 된 톰. 우연한 이끌림에 교복 재킷을 입게 되면서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던 그의 일생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70분의 시간 동안, 톰은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맞추어 가는 여정을 떠난다.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 헤어짐과 슬픔 등 보고 느끼며 마음속에 간직해두었던 하나둘 되살아나는 감각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후회 없이, 찬란하게.
작곡가 알렉스 저드
본 연극은 언어 대신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피지컬 시어터' 방식을 사용한다. 움직임의 힘은 배우들의 동작과 몸짓, 표정을 통해 표출된다.
관객들은 희로애락을 표출하는 움직임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톰'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소중한 삶을 돌아보며 이해하는 시간을 전해 받게 된다.
피지컬 시어터와 함께 피아노와 바이올린, 퍼커션, 루프스테이션을 연주하는 2인조 라이브 밴드의 음악은 무대를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작곡가인 알렉스 저드는 피지컬 시어터의 특성과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을 고려해 작품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음악을 선보인다.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동시에 울려 퍼지는 음악에 귀 기울여 보면, 스토리라인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 캐스팅 프로필
왼쪽부터 ‘톰’ 役 전성우 김지철 ㅣ ‘소피&이자벨라’ 役 김주연 전혜주
‘마이크’ 役 외 마현진 곽다인 ㅣ‘엠마’ 役 외 강은나 송나영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2017년 런던 국제 마임 페스티벌에서 '삶의 축복으로 가득 찬 움직임'이라는 찬사와 함께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증명된 공연'이다.
국내에서도 2019년 초청 공연을 시작으로, 2022년 라이선스 초연을 통해 좋은 공연으로 증명된 바 있다. 이번 개막은 작년에 이은 두 번째 라이선스 공연이자 2개월 동안 막이 오르는 첫 장기 공연이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
특히 2022년도 초연을 이끌었던 배우들과 2023년에 새로 합류한 배우들이 힘을 합쳐 <네이처 오브 포겟팅>을 만들어가고 있어 그들의 호흡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 톰과 그의 딸 소피, 아내 이자벨라와 어머니, 톰의 친구 마이크와 엠마 역을 배우들이 어떻게 소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극에서는 치매를 '질병'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인 매개체로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을 관객들에게도 전하고자 한다. 극을 통해 망각의 부정적인 단면과 슬픔만을 바라보지 않고, 잊는다는 것의 본질적인 의미와 그 의미를 찾기 위해 인생의 파노라마 속에 뛰어든 톰의 의미 있고 용감한 여정에 함께해주길 바란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모든 게 얼어붙은 추운 겨울,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2024년 1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관객들을 기다릴 예정이다.
[최세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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