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을 산책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는 것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
글 입력 2022.10.1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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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끝나고 최저기온이 10도 초반을 기록하는 가을이 왔다.

 

여름이 끝나감과 동시에 제일 많이 한 일은 밖에 나가서 걷는 것이었다. 7월과 8월에는 만 보를 넘게 걸은 날이 없었는데 9월이 되자 일주일에 두 번은 만 보를 걸으며 날씨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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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사진을 찍다 보니, 카메라 앵글에 넣으면 예쁠 것 같은 대상을 자세하게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가을의 햇볕은 따뜻한 주황색으로 물체를 비춘다. 색이 다른 때보다 명확하기 때문에 건물 혹은 나무에 와 닿을 때 매력적이다.

 

날씨는 시원하고 햇볕은 따사로운 이 계절만큼 산책하기 좋은 계절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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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단풍이 든 나무보다 아직 다른 색을 입지 않은 푸르른 나무를 더 좋아한다.

 

녹색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색이어서인지 편안함, 차분함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적 녹색 칠판을 볼 때에는 공감하지 못했는데, 다양한 곳을 걸어보며 녹색과 심리적 안정의 관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초록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가면 저절로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숲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는, 일명 ’숲멍’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여러군데 발견했다. 큰 유리창을 통해 고요하게 수풀을 바라보거나 각자 할 일을 하는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누군가에게 느리게, 생각 없이 보내는, 그리고 동시에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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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계절 중 해가 지는 것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때 또한 가을이다.

 

인터넷에 ‘일몰 시간’을 검색했을 때 날마다 나오는 시간을 기준으로 30분 전부터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붉은 태양의 영향으로 보랏빛이 되는 하늘과 주황색, 분홍색으로 물드는 구름은 정말 환상적이다.

 

찬찬히 걸으며 나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일몰을 감상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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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하늘이 지나고 나면 아주 잠깐의 ‘개와 늑대의 시간’이 찾아온다. 푸른 하늘에 어두운 밤의 색이 겹치면서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이 안 되는 짙은 파랑의 시간이 된다는 뜻이다.

 

이 시간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파랑의 깊은 색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파란색인지 검은색인지 구분되지 않는 심해의 색을 꼽는다. 하늘이 점점 심해의 색으로 물드는 시간에 나의 시선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법을 모른다.


산책이 좋은 점은 걸음에 따라 금세 바뀌는 주변 풍경이 긍정적인 감정을 선물해준다는 것이다. 선선하고 풍경의 변화가 명확한 가을 산책의 장점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가을에 자주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햇볕의 색이 차가워지는 때가 온다.

 

나는 그때를 겨울의 시작이라고 본다.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는 것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 시간이 흐르며 계절이 변한만큼, 나의 시간도 흐르고 변화가 작게라도 있었음을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 산책처럼 여유롭고 느리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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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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