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억을 잃은 우주비행사의 선택, 창작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

글 입력 2022.10.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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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꿈을 꾼다. 어떤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고 있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고, 무엇인가 상실했다는 느낌에 눈물만 흐른다. 꿈에서 깬 라이카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K 박사에 의해 자신이 우주비행사이며 동면 상태로 지구와 닮은 별 야사 B 행성을 탐사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드디어 도착한 야사 B 행성.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인류의 흔적이 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온 거지?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 시놉시스

 

 

 

*

스포일러 주의

 

먼저,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공연을 보고 느낀 키워드에 대해 말하려면 부득이하게

약간의 스포일러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밝힙니다.

 

 

 

그들이 우주로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 광활하고 아직 연구되지 않은 공백이 아주 많은 곳, 그래서 그 빈 공백들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는 곳, 그래서 그 상상력을 증명해 내고 싶은 욕망이 넘치는 곳이다. 그러한 우주를 배경으로 망해버린 지구의 대체할 이주행성인 야사 B로 향하는 이야기,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의 간단한 줄거리다. 그렇게 광활한 우주로 우리의 주인공들은 왜 떠나야 했을까?

 

이 이야기의 주요 중심축을 살펴보면, 존경받는 우주비행사 라이카, 그런 라이카와 함께 우주비행을 하고 있는 닥터 K, 라이카를 존경하여 우주비행사가 된 벨카, 이렇게 세 명의 주인공을 중심축으로 볼 수 있다. 라이카의 서사, 닥터K의 서사, 벨카의 서사, 이들은 각자의 시점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우주로 향한 이유를 살펴보면 하나다. "알아내고 싶어서"


이것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학구열도 아니다. 그들은 계속 자신들에게 없는 무언가를 쫓고 있었고, 그 공백을 알아내기 위하여 우주로 떠났다. 먼저 가장 정의하기 쉬운 닥터 K와 벨카의 공백을 살펴보자. 닥터 K는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천재였지만,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그에게 가장 큰 과업이었다. 쉽게 정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인간이었다. 그래서 닥터 K는 인간의 이성과 감정에 대해 알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이성과 감정, 그리고 기억을 연관시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연구하고자 했다. 닥터 K가 라이카와 함께 우주선을 탄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없는 감정적인 부분을 알아내고 싶어서 우주선에 올라탔다. 사실상 감정이 닥터 K의 공백이었고,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반면, 벨카는 어땠을까? 벨카의 공백은 명확하다. 존경받던 우주비행사 아버지의 공백, 벨카는 자신의 생일날에 아버지가 탄 우주선이 폭발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우주에서 버러진 시체도, 증거도, 현장도 남지 않은 죽음, 벨카는 밝고 씩씩하게 자랐으나 계속 그 공백을 찾고 싶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숨겨진 이야기와 자신이 우주비행사를 꿈꾸게 된 그 근간, 아버지의 공백은 벨카에게 늘 정답 없는 질문으로 남았다. 그렇기에 벨카는 아버지와 똑같이 우주비행사가 되어 아버지가 가려고 했던 행성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위험한 웜홀을 처음으로 통과해서 아버지보다 미리 도착한 행성에 170년 후 도착할 아버지를 위한 기지를 세운 것이다.

 

자신에게 아버지와의 추억이 어떻게 스며있었는지, 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는지 잔뜩 남겨놓고 그 행성을 떠났다. 벨카는 그 행성에서 아버지를 만나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버지가 아직 우주여행 중임을 알았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아버지가 가고자 하는 곳에 도착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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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amthehooligan, 출처 Unsplash


 

그리고 마지막으로 존경받는 우주비행사 라이카, 라이카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구에 두고 200년이나 걸리는 우주여행에 왜 뛰어들었을까. 공연 초반 냉동인간에서 깨어난 직후, 기억을 잃은 라이카는 계속 사라진 기억을 되찾기 위해 애쓰면서도 야사 B에 도달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 되어 행동한다.

 

그런 라이카는 기억을 되찾고,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지구에 두고 200년 동안의 우주여행을 택한 것에 고통받아 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과거로 돌아간대도 똑같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라이카를 보며, 뭔가 탁 막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감정은 무언가의 감정이었을까? 그리고 그 대사를 들을 때,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리라고 생각했다.

 

라이카는 분명히 가족을 사랑했고, 지구에 두고 온 아들의 흔적을 찾으며 자신을 선택을 후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두고 떠난 우주여행을 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모든 것을 뒤로하고도 알아내고 싶은 미지의 야사 B 행성에 대한 욕망 때문일까? 명확하진 않지만 추측하자면, 미지의 행성 야사 B가 이주 행성으로써의 가치를 가진 곳이지만, 그런 대의를 떠나서도 우주비행사라는 역할에서 라이카는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고 싶었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는 인정받고 있던 우주비행사였고, 인정받는 엔지니어로서도,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 이상의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고서도 자신이 모르는 공백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었던 것이 그를 우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참으로 복잡하면서도, 기억을 되찾고도 다시 우주로 왔을 거라 말하는 라이카의 눈빛을 보면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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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sa, 출처 Unsplash

 

 

흔히 첫사랑을 제일 잊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나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 그 이유를 자이가르닉 효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끝마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은 방해 없이 과제를 완수한 집단과 과제를 완수하는 과정에서 방해받은 집단을 비교하여, 어떤 집단이 어떤 과제를 더 많이 기억하고 있는가를 비교했다. 과제를 하던 중 방해를 받은 집단이, 완결 짓지 못한 과제에 대한 기억력이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결과를 토대로 보자면, 완결되지 않은 임무나 상황에 대해서 더 많이 기억하게 되는 셈이다.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들 모두 미결된 과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우주로 떠났다. 그들이 그 임무에 더 몰두하고,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직 그 결말을 다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임무의 끝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놓친 것들, 자신들이 진정으로 찾고자 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에게도 그런 임무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직 끝마치지 못해서, 공백으로 남은 그 과제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본 공연을 보며 나에게 미결된 임무는 무엇일지를 계속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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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주를 표현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창작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의 초연은 무대라는 한계 안에서 어떻게 우주를 표현해 내는지를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운 공연이었다. 곡선 조명을 활용한 무대 연출과, 무대에 달려있는 모니터로 표현되는 우주선의 모습들, 모니터가 직접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도 진짜로 우주선의 부품 같은 느낌을 주기에도 충분했다.

 

확실히 무대는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을 표현하기에 완벽히 적합한 공간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표현하려는 공간이 너무 광활하고, 아주 먼 미래의 기술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최선의 표현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잠시 우주선 밖에 나와서 우주복을 입고 걷는 장면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으로도, 우주복 내부 조명으로도 현실감을 담은 SF 뮤지컬이었다. 배우분들이 표현하는 것들도 엄청 디테일이 높았던 것 같아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SF 장르를 무대 위에서 표현한다는 것은 엄청난 시도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공연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만족도는 꽤나 높았다. 그래서 다음 시즌으로 공연이 돌아온다면, 더 다양한 영상물과 공간 활용도가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더불어, 공연 구성적인 측면에서도 조금 더 친절해져도 좋을 것 같다. 공연 외적으로 아쉬운 지점은 음향이었는데, 이 부분도 다음 시즌에서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싶다. 무대를 뛰어넘어 우주를 표현한 그 자체가 멋진 공연이었다.

 

몇 가지 아쉬운 지점들은 다음 시즌에서 더 멋지게 돌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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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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