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트컬렉팅, 나도 할 수 있을까? :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

삶과 예술은 똑닮아서
글 입력 2022.10.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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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세상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회사로 출근하여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업무를 하는 사람'. 이것이 과거의 직장인이라면, 이젠 업무환경이 반드시 회사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더해진 것이다. 여기에 본업 외에 사이드잡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많다. 팬데믹이 가져온 불확실함과 불경기가 근본 원인이긴 하나, 혼자 있는 시간이 강제로 늘어나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본 이들이 많다는 것도 숨겨진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기나긴 인생을 어떻게 살까?

내가 나 자신을 오롯이 책임질 여력이 될까?

 


고민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주식, 비트코인, NFT, 자기계발.

 

그리고 다소 쌩뚱맞게, 미술 시장으로도.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_표지이미지.jpg



저자는 15년 간 아트 컬렉팅을 해온 사람이다. 미술사에 대한 강의도 진행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트 재테크' 내지는 '아트 테크' 관련 강의 요청이 숱하게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책 제목에서도 보이듯 저자는 컬렉팅이나 컬렉터라는 단어를 쓰지, 아트와 재테크를 엮지 않는다.

 

돈이 안 되어서일까? 혹은 미술은 돈과 엮일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이라는 걸까?


둘다 아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테크이든 미술품이 좋아서 하는 컬렉팅이든 미술을 좋아해야 지속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한창 뜨거웠던 주식 시장을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2020년, 주식에 뛰어든 초보들은 대부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남들이 뜬다고 하니까, 남들도 하니까 뭔지도 모르는 기업 혹은 상품에 투자하기. 운이 조금 좋은 사람들은 쏠쏠한 수익을 맛보았겠지만 대다수는 뼈아프게 잃었다.


실패의 원인은 두 가지다. 1) 자신의 성향, 취향 등 자기 자신에 대한 공부가 안 되었고 2) 투자 대상에 대한 애정은 물론이거니와 일말의 관심이나 정보도 없었다. 주력 상품, 그 상품이 속한 시장의 상황, 세계 시장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생각도 못했을 테니. 미술 작품으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인 초보자들도 계기가 비슷할 거라고 본다. '요즘 미술 시장이 뜨니까.' 돈이 몰리는 곳에 가야 돈을 번다는 말을 따르며 말이다.


돈을 쫓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걸 추구할 뿐이니 옳고 그른 영역에 속하지도 않는다. 다만 단순히 재테크 수단으로 미술 컬렉팅을 시작하면 순탄치 않을 미래가 그려질 뿐이다. 나 또한 남들이 좋다는 주식에 투자했었고, 때로는 운이 좋고 때로는 운이 나빴지만, 6개월도 되지 않아 흥미를 잃었다. 당연한 결과다. 투자한 기업들도, 그들이 주로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러니 아트 컬렉팅 또한 시작하기 전에 체크를 해보는 게 좋다. 내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맞는지 말이다. 책에 있는 체크리스트를 가져와봤다.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미술관에 혼자 가도 괜찮다.

미술 전시회를 보고서 아트 상품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

좋아하는 화가나 그림이 있다.

외국 여행을 갈 때 그 나라의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미술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나 콘텐츠를 찾아본 적이 많다.

예술가는 창의적이고 멋진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여가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배운 적이 있다.

미술관 이외에 갤러리나 아트페어에도 가본 적이 있다.

한 번쯤 미술품을 사고 싶다.

 


10개 문항 중 4개 이상 체크를 했다면, 긍정적인 시작이다. 적어도 미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이니. 나는 갤러리나 아트페어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 항목을 제외한 모두 표시했다. 즉 미술관을 종종 찾으며, 가끔 그림도 그리며, 미술사 강의나 작가의 삶을 영상으로 보곤 했지만 단 한 번도 미술품을 구매해본 적이 없다.


정확히는 구매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직접 경매장에 가서 가장 비싼 금액을 불러야 할 텐데 그럴 만한 돈이 내겐 없으니까. 경매가 괜스레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400페이지를 다 넘기고 보니, 컬렉팅의 방법은 참 다양했다. 최소 단위가 몇 천, 몇 백만 원인 것도 아니었고.


그럼 아트 컬렉팅의 세계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


 

 

미술작품엔 어떤 장르가 있지?

 

컬렉팅은 결국 선택이다.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라 그렇지. '무엇'을 고르려면 작품의 종류나 장르를 아는 게 우선이겠다.

 

1. 회화

미술의 장르라 하면 회화가 우리 초보자들에겐 가장 익숙할 거다. 아크릴화, 유화, 과슈, 수채화를 통칭한 장르이다.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기에 '유니크 피스'이고, 작가가 직접 그렸기에 '원화'이기도 하다. 물론 유니크 피스가 아닌 연작 작품들도 존재한다. (ex. 고흐의 해바라기 시리즈)


드로잉과 크로키도 원화이면서 유니크 피스다.

 

2. 판화

판화는 말 그대로 판을 활용한 작품이기에 '복수의 예술'이라고 불린다. 우드 컷, 에칭, 석판화, 실크 스크린 등 판화 종류에 따라 찍히는 면, 선, 특징이 달라진다.


여기에 초보자들이 헷갈려 하는 용어 몇 가지도 책에서 정리해 주었다.

 

○넘버링

판화에는 분수가 적혀있다고 한다. 5/100 이런 식으로. '100'은 판화로 찍은 작품의 총 매수이고, 앞의 '5'는 그 순서다. 이때 순서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진 않는다고 한다. 다만 요즘은 총 매수를 한 번에 찍지 않고 20매씩 나눠서 점점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 일찍이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팬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고.

 

결국 같은 가치로 취급받으니, 판화가 발행했을 때 바로 사는 게 유리하겠다.


○AP(Artist Proof) = EA = HC

A/P라고도 표기한다. 작가가 보관하는 용도로 전체 매수의 10% 이내를 차지한다.


○TP (Trial Proof) = SP (State Proof)

에디션을 내기 전에 찍는 테스트 판이다.


○PP (Presentation Proof)

작품을 교환하기 위한 표기.


○CP (cancellation Proof)

에디션이 끝난 후에 더는 찍지 않으려고 판을 훼손시킨 표기.


3. 아트 토이, 아트 포스터, 사진, 드로잉

회화나 판화는 본격적인 느낌이 강해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때 아트 토이나 아트 포스터, 사진 등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특히 초보 컬렉터에게 드로잉 컬렉션을 권유한다.


드로잉은 완성을 위한 그림이 아니라서 작가의 솔직함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고, 조수 없이 혼자 진행하기에 오롯이 작가의 느낌이 담긴다고 한다.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합리적이기까지 하다니 초보 입장에선 솔깃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을 어디서 살까?

 

갤러리(상업 화랑)

    화랑 협회 사이트 참고.

    모든 화랑이 있는 건 아니지만 100여 가지가 넘는다. 갤러리는 직접 전시 기획하는 1차 시장, 전시 유통만 하는 2차 시장으로 나뉜다.


    한국에서 미술관은 쉬이 말해 전시를 관람하는 곳이고, 갤러리는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아트 페어

      키아프, 프리즈 페어, 아트 부산, 대구 아트 페어 등 국내에서도 다양한 페어가 열린다.

       


      IMG_9950.JPG
      p.290

       

       

      아트페어에는 100~200개 이상의 갤러리들이 참여하므로 많이 걸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하는 게 좋다. 저자는 아트페어를 여행에 빗댄다. 어디를 먼저 가볼지 지도를 펼쳐보고, 다양한 부대행사에 참여해 여행지를 알아가고, 가볍고 신나는 마음으로 즐기게.


      여행지에서 사는 기념품과 다른 게 하나 있다. 작품을 사고 바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페어가 끝난 후 운송 일정에 대해 알림이 온다. 운송비 별도.


      옥션(경매)

        경매는 어려워 보이는 이미지가 있는데, 의외로 초보자에게 장점이 뚜렷해서 신기했다.


        현대미술 플랫폼 아트시에서 말한 4가지 장점에 저자의 생각을 덧붙여 총 5개다.


        1. 가격 투명성 : 모든 작품의 가격, 추정가, 예상가 등 견적 공개.
        2. 시장 비교 : 과거의 경매 결과를 통해 비교 가능.
        3. 적시성과 용이성 : 최고가를 제시한 사람이 사므로 갤러리를 통한 것보다 빠르고 간단하다. 갤러리와 관계를 맺는 등의 노력도 필요 없다.
        4. 전문가 지원 : 경매 회사에는 판매 담당이나 거래량 많은 미술품을 연구하는 팀이 사내에 존재. 작품 진위 여부 가리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5. 오락성 : 저자가 덧붙인 장점이다. 비딩(입찰)을 계속할 수 있어서 긴장감과 경쟁심을 부추긴다고 한다.

        작가          

          인스타 DM 등 작가 개인에게 연락해 구매 방법을 물어보는 방식도 있다. 대개 직접 만나는 건 아니고, 판매 가능한 갤러리를 알려준다고 한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만 인지했는데 이런 소통도 가능하다는 건 처음 알았다.


          아트 딜러(아트 컨설턴트)

            좋은 미술품을 구해다가 자신의 고객에게 제안하고 판매하는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아트 컨설턴트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을 사지?

             

            '좋은 작품'을 사고 싶은 건 모두 똑같은 마음일 거다. 그런데 '좋음'이란 대체 무엇인가. 시장에서 잘 팔릴 작품? 작가의 독특한 개성이 잘 드러난 작품? 현대성과 시의성을 갖춘 작품?


            이걸 다 제쳐두고,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좋은 작품의 일순위다.

             

            작품은 생필품처럼 소박한 가격도 아닐 뿐더러, 한번 소장하면 리세일을 하기 전까지는 계속 자신이 보관해야 한다. 주식이야 뭐 주식창을 들어가면 안 보인다지만, 미술 작품은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지 않은가. 볼 때마다 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 텐데 다른 사람의 말이나 조언에 의지하기엔 무척 위태롭다. 


            미술 작품은 취향의 집합체라고도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시각예술이다보니 사람마다 보는 것이, 끌리는 것이, 느끼는 것이 다 다르니까.


            나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은 초보자들이 해야 할 가장 첫번째 일이자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 그에 앞서 꽤나 현실적인 예산 이야기를 하자면, 저자가 제시한 두 가지 기준을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 향후 5년간 쓰지 않아도 되는 돈

            - 없어도 일상에 문제없을 돈

             


            즉 무리하지 말라는 거다. 초보자들은 대개 열의가 넘치는 탓에 처음부터 무지막지한 걸음을 내딛고 싶어한다. 하루 이틀 하고 말 것도 아니니 천천히, 깊게 컬렉팅의 세계로 들어서자.


            다시 취향 이야기다. 나의 취향을 잘 모르겠으면, 안목을 기르려면, 결국 많이 보는 게 답이라고들 한다.

             

            여기서 한 번 더 막힌다. 대체 어디부터 가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나침반으로 삼을 만한 자료가 책에 담겼다.

             

             

            IMG_9951.JPG

             

             

            나는 미술관을 종종 찾는데 작년이었나. 금호 영 아티스트 상 전시회에서 배헤윰 작가의 작품을 보고 처음으로 추상미술에 관심이 생겼다. 정체를 알 수 없던 색, 면 따위에서 흐름을 발견한 것이다.


            수상작 또한 다수의 취향이므로 전적으로 믿고 따르긴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좋다고 한 이유를 찾아가며, 나의 느낌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며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길러보는 것도 좋겠다.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을 발견한다는 건 꽤나 재밌으니 말이다.


            또, 취향을 찾기 좋은 미술관 몇 곳을 저자가 소개해 주기도 했다. 애석하게도 모두 서울이다.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 스페이스 K 미술관          
            - 리움미술관          
            - OCI 미술관          
            - 일우스페이스 미술관          
            - 금호미술관
             

             

            취향을 찾고 안목을 높인다는 건 결국 내가 나를 더 잘 알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어떤 형태에 끌리고, 그 형태가 어떤 느낌을 자아내고, 그게 내 삶에, 거창하다면 내가 관람하는 그 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취향을 찾다 보니 내가 보이네


             

            뭉크의 <절규>는 수많은 현대문화에서도 패러디가 되었다. 무조건 아름다운 그림만이 좋은 작품이 아니라는 거다. 추한 미술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 (중략) 추한 미술, 쉬운 미술, 어려운 미술, 난해한 미술, 재밌는 미술 등 모습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p.216

             


            여기에서 '미술'을 '하루' 내지는 '삶'이라고 바꿔도 이상할 게 없다는 건 그만큼 미술과 우리네 일상이 가깝다는 증거 아닐까.


            제아무리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라고 한들 자신의 마음을 끄는 작품이 단 하나 정도는 있다. 확신한다. 내 주변인에 그런 사람이 있었으니. 함께 보러 간 전시회에서 그가 한 사진 앞에 못 박힌 듯 서있었다. 꿈쩍도 않고 가만히. 좋다는 말을 하더니, 아트숍에서 그 사진을 구매했다. 


            그의 순간적인 반응이 미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진 않아도 그의 공간 한 편을 차지하고 있으니 충분히 커다란 의미 아닐까.


            책을 읽기 전엔 아트 컬렉팅이 마냥 어려워 보였다.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 같고, 우리 집은 복층도 아니라 벽에 걸 지도 못할 듯하고, 보관은 또 어떻게 하느냐고.

             

            그러나 걱정만큼 어렵지 않았다. '반드시'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하고 싶은 만큼만 해도 충분한 것이다. 삶이든 미술이든 뭐든.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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