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 여기 이 순간 만나는 차별화된 클래식 축제 - 힉엣눙크! 페스티벌

글 입력 2022.09.10 02:4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M1_Poster.jpg

 

 

 

HIC ET NUNC! HERE AND NOW!


 

1년에 한 번, 가장 차별화된 클래식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힉엣눙크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올해로 다섯 살을 맞이한 '힛엣눙크(Hic Et Nunc)'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현악 오케스트라이자 미국 CNN이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라고 극찬한 세종솔리이스츠가 2017년부터 선보이는 뮤직 페스티벌이다.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Here and Now)'를 뜻하는 '힛엣눙크(Hic Et Nunc)'는, 그 이름처럼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페스티벌이다. 필자는 8월 16일부터 9월 6일까지 진행되는 6개의 메인 행사 중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8월 31일 갈라 콘서트에 다녀왔다.

 

이번 갈라콘서트는 '탄둔 - 엘레지: 6월의 눈', '피아졸라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그리고 '차이콥스키 - 세레나데'로 이루어졌다. 세 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탄둔의 곡으로, 평소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곡이었다.

 

 

 

탄둔 | 엘레지: 6월의 눈


 

갈라 콘서트는 중국출신의 미국 작곡가 겸 지휘자 탄둔의 곡으로 시작되었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영화 '와호장룡'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보다 새롭고 다양한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면서 클래식과 비클래식, 동양과 서양, 전위 예술과 토착 예술의 경계를 끊임없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음악 특징은 무대배치에서부터 알 수 있었는데, 무대 중앙에는 첼리스트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 주위를 익숙하면서도 낯선 4개의 동양의 북이 감싸고 있었다. 프로그램 소개서에는 피아졸라의 사계가 첫 번째 곡으로 소개되어 있었으나, 무대배치를 본 순간 공연 순서가 바뀌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첫번째 곡은 롯데콘서트홀이라는 장소와 만나 더욱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13세기 중국 극작가 관한칭이 쓴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엘레지: 6월의 곡'은 연민과 순수, 미와 암흑을 노래하는 동시에 희극 속 모든 희생자를 위해 부르는 비가라고 한다.

 

곡의 하이라이트는 첼리스트와 네 명의 타악기 연주자가 대치하는 동시에 연합하는 순간인데, 무대를 에워싼 반야드 스타일의 공연장이 이 순간을 극대화시켰다. 타악기 연주자들이 온 힘을 다해 내려치는 타악기의 소리가 공연장 전체에 넓게, 그리고 더욱 크게 퍼져나가며 첼로 소리와 더 극적인 대치를 만들며 관객들을 곡에 완전히 집중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곡이 이곳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것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이 생길 정도였다.

 

이 곡의 또 다른 인상깊었던 점은 일반적인 타악기와 더불어 종이 찢는 소리, 그리고 돌과 캔의 거친 소리가 하나의 악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클래식에서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소리가 음악을 더욱 다채롭게 함과 동시에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마치 클래식으로 연주하는 난타를 감상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이번 무대는 우리에게 패션디자이너로 잘 알라진 정구호 디자이너가 이번 무대의 연출가로 참여하였는데, 그래서인지 보다 섬세하고 독창성 넘치는 연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 - 힉엣눙크2.jpg

 

 

탄둔의 작품이 공연장을 한 바탕 휘몰아친 후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가 연주됐다. 비발디의 나라와는 반대편인 남반구에 위치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는 여름으로 시작해 봄으로 마무리 되었다.

 

피아졸라만의 감성이 담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속에서 숨겨진 비발디의 <사계>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비발디의 <봄 협주곡> 가운데 첫 악장의 단편적인 부분들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맨 마지막 부분에 살짝 집어 넣은 점이 새로우면서도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미션 후 이어진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덧없이 완벽한 마무리였다. 차이코프스키 스스로가 굳은 확신을 가지고 작곡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말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난 작품이다"고 말한 곡인만큼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정말 장엄하면서도 우아했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2악장의 왈츠의 아름다운 선율은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으로 남아있다.

 

앙코르 무대 브람스의 '왈츠' 연주를 끝으로 갈라 콘서트가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9월 6일, 6번째 공연을 마지막으로 5번째 힉엣눙크 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지속적으로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며 창작의 역사를 쓰고 있는 힉엣눙크 페스티벌이 내년에는 어떠한 무한한 가능성과 새로운 클래식으로 우리의 곁을 찾아올지 기대된다.

 

 

[김히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