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의를 향한 마음, 인생의 '벽'을 극복하는 길 [영화]

글 입력 2022.09.0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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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이순신 장군 하면 생각나는 명언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위 문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단언컨대 모르면 간첩이 아니고, 간첩조차도 알고 있는 위대한 명언일 것이다.

 

때문에 매체에서 단골로 활용하는 소재가 바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학익진’ 전법과 ‘한산도대첩’ 일 것이다. 이순신 하면 거북선이고, 거북선 하면 한산도대첩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지난 7월에 개봉한 김한민 감독의 ‘한산’이다.

 

이전 작인 명량에 이어 이순신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이다. 사전 공개된 정보로는 첫 작인 명량 이후에 한산도 대첩을 다루는 '한산',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을 다루는 '노량'으로 총 3부작으로 제작 및 상영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순신이라는 위대한 인물의 서사를 영화로서 제작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스럽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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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물을 바라보다


  

영화 한산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한산도대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과거 삼국시대부터 시작해 고려, 조선을 거쳐 ‘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잊을만하면 역사에 등장해 대한민국을 괴롭히는 존재들이다. 백제와 교류할 때에는 가르침을 받던 존재로 알려져 있지만 시대가 지날수록 백성들을 못살게 구는 존재들로 악명을 떨쳤다.

 

더구나 일제강점기라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이라는 소재는 하나 된 분노와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에 아주 좋은 장치로 작용한다. 그래서인지 상당수의 대하드라마와 역사 기반 영화들은 일본을 자극적이고 신파적인 소재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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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횡포에 처절하게 짓밟하는 백성들, 저항할 의지조차 없이 무기력한 백성들의 모습, 야만적이고 변태적인 목소리와 억양으로 칼과 조총을 들고 해안가 백성을 괴롭히는 모습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 ‘한산’에서 일본을 다루는 자세는 냉정하고도 잔잔했다. 왜군을 무식하고 폭력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특정 목표를 가지고 전황을 살피는 군인의 모습, 쇼군의 지시를 받으면서도 서로 정치를 펼치며 내부적인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치가의 모습 등으로 조선과 대치한 왜군이 결코 쉽지 않은 존재였음을 표현한다.

 

 

 

2. 승전임에도 냉정하게



2019년에 개봉한 '미드웨이'라는 영화가 있다.

 

일제의 진주만 공습을 소재로 한 영화이며,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미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승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국에 대해 결코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지 않는다.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응한다. 암울한 상황에도 지휘관과 참모들이 기지를 발휘해 수싸움을 한 끝에 아슬아슬하게 미국이 승리를 한다. 한산 역시 미드웨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본국의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며, 적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 압도적인 전력 차에도 지휘관의 굳은 의지와 현명한 판단, 참모들과 아군의 보이지 않는 헌신을 통해 전세를 뒤집을 작은 구멍을 발견한다. 적국 또한 방심하지 않고 최선의 준비를 한다.

 

그렇게 운명을 건 전투에서 극적인 승리를 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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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지만 차갑게, 이순신 혼자의 힘으로 달성한 승리로 묘사하지 않는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의병들의 활약과 적국의 심장에서 정보전을 펼친 인물들, 적이지만 이순신의 가치관에 감동하여 변심한 인물, 전쟁을 위해 불철주야 노동하는 백성들까지. 어느 누구도 놓치지 않고 화면에 담았다.

 

 

 

3. 메세지는 강렬하게



'의를 향한 마음, 그거면 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 혼란스러운 전시 상황에서 손에 피를 묻히는 내 행동이 옳은가에 대한 물음이 계속 나온다. 처음에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살생을 행하고 나아갔지만 길어지는 전쟁 속에서 마주하는 '나'의 모습은 마치 귀신과 다를 것 없다.

 

적국의 군사를 해하는 일은 명예를 떠나 희락이 되었고 민생을 희롱하는 일은 나의 쾌락이 되었다. 목표를 향한 의지는 뒤틀린 광기가 되어 빠르게 전염되었고, 숭고한 목적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런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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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있다.

 

광기에 휩싸인 전장 속에서도 스스로를 올곧게 하며 자신만의 의를 찾아 고독한 싸움을 한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가치관을 지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처음의 마음으로 당당하게 나선 발걸음은 이내 현실에 벽을 마주하고 만다. 높은 벽을 마주하고나면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1. 벽을 넘어간다.

2. 벽을 돌아간다.

 

눈 앞에 있는 벽을 넘어서면 무엇이 있을까. 또다시 높은 벽이 내 앞을 가로막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벽을 넘다가 떨질 수도 있고 벽을 돌아가더라도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벼랑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눈 앞에 있는 벽을 해결해야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벽 너머의 무언가를 바라보기보다 벽을 '극복'할 때 각오한 그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의를 향한 그 마음만 지키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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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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