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비안 마이어가 남긴 흔적을 훑으며

글 입력 2022.08.3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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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특히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더 짙은 아쉬움을 남긴 채 덧없이 사라진다.

 

나는 종종 현재의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남기곤 한다. 시간이 흘러도 남아있는 사진은 그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특별한 사진 기술이나 흔한 '인스타 감성'은 없지만, 날것의 사진이 빠르게 소멸해버리는 순간들과 사람들을 잠시나마 붙잡아둔다.


나는 사진을 그리 잘 찍는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이 좋다. 사진에는 찍은 자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에는 사진을 찍은 이의 얼굴이 담겨있지 않아도 그 사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누군가가 찍은 사진을 본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 또 다른 우주를 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비안 마이어_나는 카메라다_앞표지.jpg

 


 

세상에 예술을 남기고 떠난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


 

살아있는 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비비안 마이어는 2009년 죽는 순간까지 아무에게도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어가 죽은 이후 그녀의 사진 가치를 알아본 존 말루프는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고,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전 무명의 사진가였던 마이어는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급속도로 유명해졌다. 현재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뉴욕 타임스', '보그', '뉴요커'등에 소개되었고, 미국 전역은 물론 스웨덴,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에 걸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신비로운 비비안 마이어의 삶은 영화로도 제작되면서 그녀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도대체 그녀는 왜 사진을 세상에 알리지 않았는가. 마이어는 사생활조차도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수수께끼 같은 마이어의 삶에 여러 개의 물음표가 찍힌다. 하지만 존 말루프가 아니었다면 결코 세상에 떠밀려 나오지 않았을 마이어의 은밀한 열정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마이어가 찍은 사진을 보며 그녀의 인생 여정을 훑었다.

 

그녀의 사진에는 여러 인간상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인간 본연의 모습과 당시 사회의 모습이 하나의 사진으로 압축돼있다. 그녀가 바라본 미국 도시의 모습은 화려하면서도 쓸쓸했던 것 같다. 서정적인 마이어의 시선이 카메라가 되어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사진은 향수를 자극한다


  

 

2009년 마이어의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의 도시 사진들이 대중의 큰 관심을 끈 데는 보는 사람들의 향수를 진하게 자극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사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시간 여행이다. 오래전에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을 거꾸로 되돌아가 그 시절을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단순히 순간적으로 포착된 장면일 뿐인데 여러 순간으로 점철된 전체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나는 과거에 찍었던 사진을 꺼내보면서 그때를 떠올리는 걸 좋아한다. 현재에 돌이켜보는 과거는 특별한 무언가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그리움인지 아쉬움인지 아련함인지 알 수 없지만, 뭐든 괜찮다. 과거는 과거로 남았으니.

 

마이어가 찍은 사진 역시 오래전에 기록된 것이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향수'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 마이어가 뉴욕과 시카고에서 찍은 사진들은 도시 공간과 거리 위에서 복잡하게 교차되는 삶을 담아냈다.

 

대중들이 마이어를 통해 지나간 삶을 다른 각도로 더듬어볼 수 있다는 점이, 그녀의 사진이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다.


 

 

"나는 카메라다"


  

평생 사진을 찍었으면서 그 사진으로 관심을 끌고 싶어 하지 않았던 비비안 마이어는 죽고 난 후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오래전 찍은 그녀의 사진이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관심을 받는 걸 보면, 마이어는 시대를 초월하는 사진을 남긴 것만 같다.

 

마이어는 늘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며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그녀에게 사진은 마치 일기 같은 수단이다. 단순히 사진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그녀에게 카메라는 삶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도 핸드폰에 내장되어 있는 카메라로 열심히 일상을 기록한다. 이제는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기록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특히 찍은 사진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수단도 넘쳐난다. 여러 사진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마이어의 작품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그녀의 사진이 우리에게 반대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보며, 무엇을 위해 사는지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컬쳐리스트.jpg

 

 

[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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