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균형을 찾는 일 [음악]

msftz(미스피츠)의 [magicality]가 담아낸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들
글 입력 2022.08.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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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떤 사람인 것 같으세요?'

 

최근에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처음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일을 통해 2주 정도 밖에 보지 못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건가 하는 내적 갈등이 일었다. 또 그런 나의 판단을 상대방도 나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심과, 남이 보는 단편적인 모습보다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 혹은 스스로가 남에게 보여주어 왔던 자신의 모습이 오히려 실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라는 그 질문의 답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여러가지 감정과 복잡한 생각들이 짧은 순간에 한꺼번에 스쳐가며, 결국 그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려 버렸다. 상대방 역시 심각하게 흔들리는 나의 동공과 함께 일렁이는 수많은 생각들을 눈치 챘는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상대방이 보는 자신의 모습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러한 질문을 던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스스로의 시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쉽게 자신하지만, 사실 '나'를 제대로 바라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데 있어, '나'의 시선만을 고집하는 것도, 다른 이의 시선에만 몰두하는 것도, 스스로를 제대로 마주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나’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속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과 세계를 접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비춰보면서 끊임 없이 이러한 ‘균형’을 찾아가겠지만, 동시에 역시 계속해서 변화하는 다양한 존재의 무게들 속에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나’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고민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는, 자신을 포함하여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또 어려운,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솔직하고 섬세하게 자신의 음악 안에 계속 담아 온 뮤지션이 있다. 바로 최근 여섯 번째 싱글 앨범 [magicality]를 발매한 ‘msftz(미스피츠)’이다. 특히 [magicality]에 수록된 두 곡 ‘숨차’‘special’은 ‘나’에게 있어 ‘나’는 어떤 존재인지 또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온 미츠피츠가 스스로에게 또 마찬가지의 고민을 이어온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Track 1. ‘숨차’ : 스스로에게 ‘든든한 사람’이 되는 일


 


 

 

[magicality]의 첫번째 트랙 ‘숨차’는 짧은 호흡으로 구성되는 리드미컬한 진행과 청량한 맬로디, 이와 어울리는 미스피츠(msftz)만의 보컬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곡이다. 그러나 가사의 내용은 이러한 곡의 분위기와 조금 다르다. 제목 그대로 손과 발이 차가워질 만큼, 또 온몸이 떨릴 만큼, 불안함에 괴로워하는 상황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듣기만 해도 아프도록 생생하게 전해지는 불안 속에서 그럼에도 ‘나’를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미스피츠(msftz)가 이 곡에서 정말 담고 싶었던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손발이 차가워질 만큼 불안해서 숨이 찰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확신과 따뜻함을 줘서 내 불안함을 없애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만이 그 어떤 타인보다 강력한 존재이다.

내가 나를 잡아줄 때 가장 효과적인 힘을 느낀다.

 

나는 스스로에게 든든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숨차'는 불안함에 괴로워하는 나에 대해 설명하고 그런 모습의 나도 안아주고,

이끌어주는 내가 있다는 걸 노래하는 곡이다.

 

 

곡 소개에서처럼 ‘나’라는 존재는 스스로에게 있어 정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물론 ‘나’는 하나의 같은 존재이지만, 굳이 병적인 증상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언급하지 않아도 때로는 다른 존재인 것처럼 생각하고 말을 건넬 수도 있다. 그렇기에 스스로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는 굉장히 특별하고, 스스로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의 제목처럼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는, 스스로에게만 해줄 수 있는 위로와 격려의말 혹은 스스로에게만 줄 수 있는 따뜻함이 있는 것 같다. 불안하고 괴로운 상황에서 이러한 말과 온기로 스스로를 붙잡아 줄 수 있다면, ‘나’라는 존재가 스스로에게 정말 ‘든든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벼랑 끝에 내몰아 세우기보다는, 스스로에게만큼은 숨거나 도망칠 수 있는 안전한 곳이 되어 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물론 무조건 스스로를 옹호하거나 도피만으로 일관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스스로를 아끼는 일은 아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마지막까지 ‘나’라는 존재를 놓치 않는 것이다.

 

이는 혼자서만 모든 것을 오롯이 끌어안고 버티는 것도 아니고, 당면한 문제를 계속 외면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기회를 빼앗아버리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에게 ‘나’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인지, 또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물으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대하는 자신의 위치와 태도에 균형을 맞춰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미스피츠(msftz)의 곡들은 스스로에게 있어 자신의 의미를 묻는 지난한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이를 듣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스피츠는 본인 내면의 이야기에 몰두하면서도, 이를 꺼내놓는 과정에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이 전할 수 있는 공감과 위로를 놓치지 않는다.

 

‘숨차’라는 곡 역시 공감되는 가사를 통해,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주는 스스로의 존재를 생각하도록 해준다. 스스로의 존재를 인지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바랐던 확신과 따뜻함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불안하고 괴로운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붙잡을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되어 간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든든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은 역설적이게도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붙잡는 데 쏟는 힘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만큼, 타인과 연결되고 도움을 주고 받는 데에 쏟는 힘과 용기의 균형을 터득해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받는 안정과 용기도, 타인과 나누는 힘과 온기도 모두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그래서 숨차고 괴로운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고립시키지도 외면하지도 않는 스스로에게 정말로 ‘든든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Track 2. ‘special’ :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



 

 

[magicality]의 두번째 트랙 ‘special’은 산뜻한 느낌의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와 미스피츠(msftz)만의 포근한 음색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자신만의 특별한 점을 찾은 미스피츠(msftz)의 자기고백이자 위로가 담긴 이 곡은, 우리에게도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기 자신의 시선에 대해 더 생각하게 해준다.

 

‘special’의 가사 속 ‘마치 초능력처럼 모든 걸 멋지게 보는 넌 왜 자신에겐 그 힘을 잃는 건지’라는 내용처럼, 같은 기준과 태도로 자신과 타인을 바라 보는 일은 참 어렵다. 여기에는 자신을 완전히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는 본질적인 이유가 있기도 하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타인과 자신을 보는 기준을 완전히 같게 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과 타인을 보는 시선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를 존중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제대로 인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감사하게도 사실 나는 사람들의 좋은 점이 지배적으로 눈에 보인다.

하지만 '스스로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니?' 내게 물었을 때

나는 내게 던진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서 마음이 아팠다.

 

남들은 각자 빛나는 본인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데,

왜 나는 찾기 쉬운 조그마한 장점마저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 반짝 스친 생각으로 내가 내게 해준 말이 있다.

 

"사람들의 좋은 점을 알아내고 소중히 여기는 것,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도 노력하면 결국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게 내 능력이고 장점이야!"

 

이 말을 듣고 나는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기뻤다.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알아내는, 자신만의 장점이자 특별함을 발견했을 때 ‘보물’을 발견한 것같았다는 곡 소개의 내용처럼, 스스로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는 순간 마법처럼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특히 곡 안에서도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던 화자가 오히려 ‘사람들의 좋은 점을 알아내고 소중히 여기는 것’을 능력이자 장점으로 여기게 된 생각의 전환이 반짝인다.

 

이는 결국 타인이라는 존재를 배제할 수도, 배제해서도 안되는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데 있어 자신과 타인 사이의 중심과 균형을 잡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가 되어 준다. 특히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는 데 더욱 몰두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화제가 되고, 관련된 콘텐츠들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자신을 어떤 존재로 보고 스스로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우리 앞에 놓인 더욱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언젠가부터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고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 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게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유정, 『완전한 행복』, 은행나무, 2021, '작가의 말' 中

 

 

‘special’이라는 곡을 들으며 유독 정유정 작가의 장편소설 『완전한 행복』이 여러 번 떠올랐다. 『완전한 행복』이 건네는 경고는 미스피츠(msftz)의 ‘special’과는 정반대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 사이 균형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맥락을 같이한다. 자신의 특별함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만 너무 천착하고 심지어 도취되어 버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그렇기에 ‘special’이 전하는 공감과 위로는 자신만큼이나 타인도, 타인만큼이나 자신도 소중하고 고유한 존재라는 사실에 닿아있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에게 오롯이 집중해 내면의 이야기를 전해온 미스피츠(msftz)의 음악에서 ‘타인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 그의 음악을 오독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 있어 자신의 영향력과 타인의 영향력 모두를 인정하고 그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것이야말로, 미스피츠(msftz)가 자신의 음악 안에서 계속 이야기해 온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작점이지 않을까 한다.

 

미스피츠(msftz)가 음악을 통해 나눠 온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위로가, 스스로와 타인 사이에서 또 외부세계와 내면 사이에서 오롯이 ‘나’로 서기 위해 애써온 우리 모두에게 ‘마법’ 같은 위로와 공감의 순간으로 와 닿길 바라본다.

 

 

 

김효중 컬쳐리스트 태그.jpg

 

 

[김효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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