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비포선라이즈'로 감상하는 영화 속 대화 이야기

글 입력 2022.08.0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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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화는 우리의 영혼이 안온하게 가득 채워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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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셀린은 파리로, 제시는 비엔나로 향하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은 뒤 각자 책을 읽고 있다. 옆자리에 탄 한 노부부의 논쟁으로 시끄러워진 기차에 신경이 쓰이는 셀린은 우연히 제시 옆자리로 자리를 이동하게 된다.

 

이 둘은 적당히 짧은 시간 동안 깊이 있는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를 더 알아가고 싶어지게 된다. 제시는 셀린의 감정도 자신과 동일하다고 느꼈는지 그녀에게 용기 있게 대화를 더 하고 싶다며 함께 비엔나에서 내리자고 권한다.

 

밤새도록 비엔나 거리를 걸으면서 단 하루 만에 그들은 서로에게 운명적인 사랑의 끌림을 강렬하게 느낀다. 하지만 계획 없던 즉흥적인 여행의 끝은 헤어져야만 하는데 과연 이들은 사랑 앞에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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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의 대화 장면



셀린 :

내가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거에, 남자에 인생을 걸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야 된다는 거에 의무감을 느껴

 

제시 :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는 꿈 말이야

가끔은 가능하게 느껴져 반면 어떤 때는 어리석게 느껴지지

그게 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숙박되는 게 두렵다거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존재여서가 아냐 그건 자신 있거든

다만 솔직한 심정으로 고백하자면 난 내가 정말 잘하는 게 뭔지 아는 상태에서 죽길 원하는 것 같아

 

 

 

비포 선 라이즈에 대한 에디터의 견해


 

얼마 전, 한 OTT 드라마 예고편에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필자를 단숨에 집중시켰다. 매일은 아니지만 주어진 일상에 평상시와 다른 활동이 주어지면 최소 5줄이라도 남기려고 일기장을 살포시 연다. 그저 혼자 보게 될 일기장이어도 그전에 쌓아 올렸던 다른 일상 글과 차별점을 두고 싶어 약간의 가공은 필수가 된다.

 

여기서의 가공은 거짓까지는 아니지만 언젠가 한 번은 들여다볼 일기장 속 나의 필력에 만족을 느끼기 위해 문장을 수정하는 태도에 공허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일기장이라는 장소에 솔직함이 많이 들어갔다고 자신하지만 일기로는 마음의 텁텁한 갈증과 허기짐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감정은 손이 많이 가는 부위라 이해를 받고 피드백을 들어야 차분해지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감정의 이 2가지 핵심(이해-공감, 피드백) 절차는 단독이 아닌 쌍방이어야 비로소 감정에 걸리는 찌꺼기가 남지 않고, 시원하게 어디론가 잘 소화된다.

 

그런데 이 감정 소화능력을 해소하는 방법론에 충분히 바삭함에도 성인들은 마치 구전 민요 <갑돌이와 갑순이>의 주인공으로 빙의된 듯 마음을 꼭꼭 숨겨야 현명한 태도라고 착각하고 만다. 설령 좋아해도 안 좋아하는 척, 미안해도 쑥스럽다며 애써 회피한다. 또 내 주관에 대한 첫 입을 떼기 전, 상대의 이해-공감 능력을 의심하며 솔직하게 말하기까지 생각 회로는 복잡하고 더뎌 기존에 하려던 말의 방향성을 잃을 때도 왕왕 있다.

 

“이상형이 뭐예요?” “아 저는 말이 잘 통했으면 좋겠어요.” 이상형의 질문을 받을 때 FM처럼 나오는 유형 중 하나의 답변이다. 무언가가 매우 잘 통함에 있어서는 솔직하고 용기 있는 매력적인 무기가 장착되어 있어야 하는데, 밑에 구멍이 뚫린 건지 무기가 사라지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며 이로써 대화는 나이가 찰수록 더 어렵고 조심스러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셀린(줄리 델피)와 제시(에단 호크)의 재지 않고 요동치는 자신들의 감정들에 큰 용기를 내는 대화의 흐름을 보고 있자니 내게 소유된 영혼이 투명막의 문을 열어 저들이 걷고 있는 비엔나로 영혼을 여행시키고 싶었다.

 

대화로 인생에 대한 효율성을 부여해 가지치기 되는 생각 회로를 막힘없이, 주저 없이 누군가에게 존중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남을 긴 인생에 큰 욕심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화는 이렇다. 누군가와 같은 것을 바라보고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다른 결과 값의 감정선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상대의 생각 회로가 나와 완전히 다를 것을 예상하지만, ‘그래도 난 저 사람에게 이해받을 수 있어’라는 감정이 생겨나기도 전에 당연하게 하고 싶은 말을 상대 앞에서 자연스레 피력할 수 있는 일이다. 즉 ‘내가 그걸 그렇게 말해서 상대가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복잡한 생각의 둘레에서 저 멀리 떨어지게 만들어주는 관계의 이해도가 얼추 비슷한 사람과의 소통을 말한다.

 

또한 현실감각에만 치중 시켜야 할 것 같은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경우의 수를 펼쳐두고 다방면적으로 질문의 오고-감을 즐길 수 있다면 서로가 한 인간으로서 이론으로 배울 수 없는 새로운 감각들이 서로에게 물들기 마땅할 것이다.

 

대화를 구성하는 여러 원소 중 각 나라마다 다르게 새겨진 언어는 인류가 창조한 훌륭한 과학성의 핵심이다. 인류를 포함한 모든 관계를 지탱하는 힘은 (비) 언어의 활용을 통해 앞으로의 일이 진행된다. 언어의 소리화는 인간의 특권인데 이 특권을 아깝게 아껴두지도 말고, 그렇다고 마음에도 없는 가식으로 치장하지도 말고 그 중간 어디쯤에서 사람-사람과의 대화에 진정성의 의미를 곱게 담아보는 시간을 <비포 선라이즈>를 보며 깊게 사유되기를 바란다.

 

 

 

대화에 대한 또 다른 영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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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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