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연과 발 맞추어 걷는 다는 것은 - 도서,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글 입력 2022.07.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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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의 참여자들이 함께 장승을 세우고 있다

(출처: 전북환경운동연합 누리집)

 

 
"순리 자연 한 흐름을 거스르고 30년 동안 막혀있는 새만금의 생명의 물길을 트고자 노력한 이들이 해창에서 생명평화를 바라는 장승을 세우고 기도회를 엽니다. 상생의 대안으로 갯벌 생태계와 환경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해수유통 확대의 장이 되기를 바라면서 두 손을 모읍니다."
 

 

지난 6월 회사에서 한 소식을 들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이 부안의 옛 해창 갯벌에서전북 5대 종단협의회와 새만금살리기공동행동과 함께 5기의 장승을 세우고 문화제를 열었다는 것이었다.

 

간척 사업 이전의 새만금은 생명의 보고였다. 세계적인 규모의 갯벌에서는 조개와 바지락은 물론이고 봄이면 실뱀장어와 주꾸미가, 여름이면 갑오징어와 꽃게들이,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숭어가 났다고. 그러나 2006년 방조제가 완전히 막히고 무엇도 찾지 않는 불모의 땅이 되어버렸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의 성직자들은 힘을 하나로 모았다. 이들은 2020년 6월부터 2021년 2월까지 20차례의 기도회를 진행했고, 관련 기관의 후속 대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의미 있던 것은 ‘30년 동안 유지해 온 담수호 계획을 포기한다’는 것. 이를 계기로 새만금의 해수유통이 확대될 수 있었다. 그 후 많은 날이 지나지 않았지만 새만금은 조금씩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해창 갯벌의 장승은 1999년부터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새만금 갯벌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세워졌다. 개중에는 도요새의 고향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세운 조형물도 있었다고.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오래되어 쓰러진 장승과 솟대를 다시 세우고, "도요새를 부탁해요", "생명수를 잇다", "방조제를 터라", "공동의집 지구", "자연과 조화로운 삶"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장승을 새로 세웠다. 자연을 위하는 마음 하나로 인종, 국적, 종교, 성별을 막론하고 하나가 된 것이다.

 

이처럼 자연은 그 자신을 재생하고 치유한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을 연대하게 한다.

 

일찍이 이러한 자연의 기능에 주목한 학자가 바로 랠프 월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마거릿 풀러 등 당대의 위대한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그는 물질보다 정신을 강조하며 직관으로 진리를 깨우칠 수 있다고 여겼다. 더불어 현실세계 너머에 거대한 초월세계가 있다는 초절주의를 주창했다.


 

“자연은 하나의 언어다. 나는 이 언어를 배우고 싶으며, 이는 새로운 문법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의 언어로 쓰인 위대한 책을 읽기 위해서다.”

 

"숲에서 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이 치료할 수 없는 것은 그 무엇도 없음을 느낀다. 적나라한 대지 위에 서면 하찮은 자기중심주의는 모두 사라진다.“

 

 

에머슨은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자연은 삶의 터전이 되어주고, 인간은 그것을 토대로 성장하고 발전한다. 또한, 자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며, 그것으로부터 미적인 감수성을 얻기도 하고, 자연과 영적으로 교감하며 더 나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자연을 재현하며 예술을 행할 수도 있으며, 자연을 통해 정신을 훈련할 수도 있다.

 

에머슨과 초절주의는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쓰임이 다하면 버려지던 당시 사회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며, 미국 정신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이들도 자본주의라는 주류의 흐름을 막진 못했다. 듀이를 필두로 한 실용주의가 대두되면서 초절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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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에머슨의 ‘자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몬슨예술갤러리 수석고문이자 메인주 계관시인을 역임한 스튜어트 케스텐바움이 ‘자연은 어떤 식으로 말하고, 우리는 어떻게 귀 기울이는가’를 주제로 스물한 편의 에세이를 묶었다. 책에는 시인, 에세이스트, 철학자, 환경보호활동가, 생물학자, 생태학자, 조경가, 농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이 경험한 자연을 이야기한다.

 

책 속에서 에머슨의 ‘자연’은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의 비공개 연설문을 통해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으로 확장되고, 이어서 ‘천 년을 사는 로키산의 소나무’, ‘북극성을 따라 움직이는 새들의 야간 비행’, ‘코로나 락다운으로 인한 연못 수영’ 등의 다채로운 주제들을 통해 그저 배경에 불과했던 자연은 '무한한 사랑과 생명력의 대지모신', '많은 사회적 족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탈출구', '무심하지만 모두에게 평등한 자유 그 자체로서의 자연'으로 까지 나아간다.

 

 
"우리는 무언가 진실하다고 말할 때 그 단어의 뿌리가 나무, 휴전과 유사하다는 걸 안다. 우리는 나무의 한결같은 성격과 유연한 정신에서 진정한 삶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때 훼손되기 쉬운 땅과의 긴 전쟁을 벌여온 우리는 비로소 평화로운 공존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책 55~56쪽
 


에머슨이 세상을 떠난 지 20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가 제시한 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다다랐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자연을 알고, 자연의 기능을 알고, 자연의 속도를 아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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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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