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그거 다 포장인데요?

그가 보여주고자 한 찐따스러움
글 입력 2022.07.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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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신선한 충격...!

 

<찐따 박성빈>의 첫인상이었다. 이토록 가감없는 글이라니. 아트인사이트 메인 화면에 꾸준히 올라와서 종종 봤는데, 그때마다 매번 에세이 제목에 한 번 놀라고, 에세이를 보는 중에 두 번 놀랐다. 자신의 이름을 건 에세이, 정말 진솔한 내용, 꾸밈도 뺌도 없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진짜 내밀하고 꾸며지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글에 담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보여주기 꺼려지는 면, 남들이 보고 욕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 너무 딥하고 내밀한 면, 부끄럽고 창피한 면, 어둡고 음울한 면, 꾸며지지 않은 민낯 그대로의 면,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면들을 쉬이 드러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건 나도 그렇다. 

 

그런 걸 녹였을 때, 내 글을 보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예측되지가 않아서 더 무섭다. 날 어떻게 생각할까?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날 어떻게 여길까? 못난 놈이라며 손가락질을 할까, 아니면 그런 일도 있었구나, 라며 이해를 해줄까?

 

그렇기에 처음엔 <찐따 박성빈> 시리즈가 불편했던 것 같다. 진솔한 글에 반응해서 나 또한 하나부터 열까지 낱낱이 파헤쳐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다 벗겨지는 것 같아서, 나 역시 다 벗은 상태로 봐야할 것 같았기 때문에 보고 싶으면서도 보기가 꺼려졌다. 내가 나한테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난 그 글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솔직하게 글을 쓰는 분이 계신데, 나라고 못할 건 뭐람? 이렇게 맘속으로 중얼거리며 말이다.

 

해가 지나고, 우연찮은 기회로 성빈님과 연락이 닿게 된 나는 곧바로 인터뷰 요청을 드렸고, 우린 7월 1일 군자역 근처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저는 글이 포장지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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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H(이하 K). 평소에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으세요?

 

PSB(이하 P). 책 읽고 쓰는 걸 좋아한다는 말을 제가 감히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K. 좋아하시면 좋아한다고 말하셔도.

 

P. 네.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약간 끼적이는 차원이었는데, 그걸 넘어서서 완결된 활동을 하면 글을 주기적으로 쓸 수 있으니까 참 좋겠다 싶어서 시작을 했죠.

 

K. (본인이 기고한 글 중)제일 좋으셨던 글은 뭐예요?

 

P. 찐따 같은 나를 보여주는 글이 있어요. (<찐따 박성빈>) 그 글 쓸 때는 엄청 날 것으로 쓰려고 노력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 보잘 것 없는 나, 바보 같고 멍청한 나, 찌질한 나 같은 것들을 다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시리즈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진짜 솔직한지는 모르겠는데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친구가 죽고 싶다고 했던 걸 소재로 글을 쓴게 있거든요. <나는 미움이 너무 많아>인데. 그거 쓸 때 제일 제가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친구는 자살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데도 저는 거기에 공감을 못하는 거니까. 그거 쓸 때 기억이 좀 많이 나네요.

 

K. 글을 쓰고서 친구분한테도 '내가 이런 글을 썼다'라면서 보여주셨나요?

 

P. 올리기 전에 보여줬죠. 그 친구는 그런 거에 과민 반응하는 친구는 아니어서 '괜찮다, 올려라'라고 하고.

 

K. 그래서 저도 그 시리즈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P.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의 제가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모르겠지만.

 

K. 진솔한 면들이 많이 보이는 글이었잖아요. 전 진실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되게 어려운 일이구나, 를 글 쓰면서 느꼈거든요. 근데 성빈님 글을 보고서는 좀 자유로움을 느꼈죠. 이런 글을 쓰시는 분이 있으니, 나도 못할 건 없겠다.

 

P. 저는 글이 포장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도 어느 정도 나를 드러내고 싶고 포장하고 싶고 과시하고 싶어서, 그런 욕망 때문에 글을 쓴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그런 게 없지 않고 많이 있거든요. 

 

K. 저도 있어요 그런거.

 

P. 그러면 진짜 나랑 '내 안의 나'가 다르잖아요. 간극이 있는 거잖아요. 결국에 돌이켜 보면 글 속의 나는 이런데 진짜 나는 안 이러니까 내가 점점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더이상 포장하지 않으려 했어요. 포장하는 건 신물이나서요. 나는 멋있는 사람이 아닌데, 나는 그냥 찌질한 새낀데, 그런 걸 써봤자 나만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솔직하려고 했어요.

 

K. 그 괴리감을 견디지 못하셨던 건가요?

 

P. 제가 1편에 그렇게 썼거든요. 사람들이 초라해지고 불편함을 느끼는 건 나를 포장하고 싶은 욕망 때문인데, 나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 아마 그렇게 썼을 거예요. 그게 진짜 제 의도였어요.

 

K. 그 이후로 14편 가까이 쓰셨어요. 세 보니까 그렇던데.

 

P. 계속 쓰려고 해요. 저 지금 사표 던지고 나왔거든요?

 

K. 다니고 계신다던 회사쪽에요?

 

P. 무책임한 거잖아요. 무책임하고 무례하고 예의없는 건데, 이것도 써야 돼요. 이 면모도 저의 찐따 같은 면이니까. 이것도 써야 되는데 쓰기가 민망해지더라고요. 제가 살면서 겪은 부끄러운 일들 중에 거의 손가락 안에 드는 일인데, 이것도 글로 써야 좀 풀어질 텐데 지금 당장은 민망해서 못 쓰고 있어요. 

 

K. 안 올리신 지도 꽤 되셨던 것 같아요.

 

P. 1월에 원서 준비한답시고 까불어서 손 놓고 있다가 잘 통과해서 취업이 됐는데, 에잇! 이러면서 금방 던진 거죠.

 

K. 좀 있으면 또 새 글이 올라오나요.

 

P. (웃음)이제 지금 개백수라서 진짜 쓸 수 있거든요?

 

K. 아, 압박 드리는 거 아니예요.(웃음)

 

P. 쓸 수 있는데, 창피해서 못 쓰겠습니다. 아직 제가 창피해요. 던지고 나온 제 모습이 창피해요.

 

K. 이제 녹여내는 과정이 필요하니까.

 

P. 체화하는 중인 것 같아요. 거의 무단 퇴사죠. 알바 런 한다고, 추노한다고 하잖아요.(웃음) 저 진짜 그거예요. 추노했어요.

 

K. 어떤 점이 많이 힘드셨어요?

 

P. 업무 강도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9시 반까지 출근하고 6시 반까지 일하는데요, 매일 발제하고 매일 기사를 써야 돼요. 근데 처음이니까 이걸 소화 못 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밤 8시까지 있었어요. 회사에 12시간 있는 거죠, 자발적으로.

 

그리고 이제 재판 하는 곳에 가서 취재를 하면 글을 30~40분 안에 다 써야 되거든요. 

 

K. 30~40분 안에요?

 

P. 네. 그래야 돼요. 그렇게 빨리 써야 사람들이 봐요. 다른 기자나 다른 언론사들이랑 경쟁도 해야 되니까.

 

K. 빡세긴 하네요.

 

P. 그건 훈련하면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훈련하면 되는데 제가 그 훈련을 못 견디겠는 거예요. 보통 기자를 하시는 분들이 아침 8시에 나가서 밤 8시까지 일하는 걸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쓰는 이 기사 한 줄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어느 정도는 기여할 수 있겠다'라는 믿음 때문이에요.

 

근데 저는 못하겠어요. 저는 그 정도의 사명감이 없거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질문을 잘 해야 되고 의문도 잘 품어야 해요. 이게 왜 문제지?

 

K. 재판 판결문을 보고서요?

 

P. 판결도 판결인데, 어떤 현상을 기사로 쓸 때 이게 왜 문제일까? 여기서 독자들이 어떤 문제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해야 되는데 저는 그런 문제점도 못 느끼겠는 거예요. 팀장님이 "이게 문제잖아."라고 하시면 난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왜 문제지? 뭔데, 그냥 벌어진 일이잖아. 그럼 중계하면 되는데 왜 내가 이걸 반영해야 돼?

 

그러니까 기자들은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끊임없이 자문하고 질문을 던지는 삶을 살아왔고 저는 그냥 순응하면서 살아온 거예요. 28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이제 안 되는 거죠. 나는 여태껏 그냥 순응하면서 살아왔는데 졸지에 질문을 하게 됐으니까 입에 안 붙는 거예요.

 

그런 것도 있고, 그냥 도망가고 싶었어요. 12시간 동안 있는 걸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냥 도망가고 싶었고 놀고 싶었어요.(웃음) 막말로 그런 고민을 안 하고 싶어서 그냥 던지고 나왔습니다. 인턴 할 때랑 차원이 달라요.

 

K. 아 그런가요?

 

P. 인턴 할 때도 힘들었는데, 이 정도나.. (힘들 줄은)(헛웃음)

 

K. 학보사랑은 비교도 안 되는 거죠?

 

P. 학보사는 주에 하나고, 여기는 매일~매일. 월화수목금, 월화수목금(웃음) 그냥 지옥인거예요. 나중을 생각해봤을 때, 난 미래에도 이러고 있겠네? 그걸 버틸 사명감같은 게 전혀 없어서.

 

K. 주에 하나 쓰는 것도 힘든데 매일매일 하나면 좀 끔찍한데요.

 

P. 퇴근하고 나서도 계속 내일 뭐 쓰지?를 고민했어요.

 

K. 그게 되게 힘들잖아요. 일 하고 나서도 일 생각을 한다는 게.

 

P. 뭐, 모든 직업이 다 그렇겠지만요. 그런 걸 다 버리고 날 것으로 말씀드리면, 그냥 도망가고 싶었어요. 던지고 나오고 싶었어요. 도망갔습니다. 추노 했습니다.(웃음)

 

K. 솔직하시니까 정말 좋은데요.

 

P. 아니, 솔직한 게 아니라 이게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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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찐따미 - 1) 

 

 

 

그거 다 포장인데요?


  

K. 학보사 활동 중에 인상 깊었던 활동이 있나요?

 

P.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분들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경쟁률이 떨어졌다, 어쨌다 하는데, 그 당시에는 거의 100:1 수준이어서 왜 이 열풍이 부는가에 관한 기사를 쓰고 싶어서 공시생 분들 인터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인터뷰 전에는 이런 마음이었어요. 그냥 그 사람들 할 거 없으니까 하는 거잖아. 그냥 그런 마음이었어요. 할 거 없으니까 그냥 공부나 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하는 거잖아. 라고 생각하던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제 마음이 읽혔나봐요. 말로 한 건 아닌데 태도에서 읽혔나 봐요. 어느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 되게 열심히 살았다. 나 진짜 열심히 살았다. 기성세대가 하라는 명령, 주문 다 이루면서 성취하면서 살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우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거다, 이런 말을 하시는데 너무 어지러운 거예요. 치열한 삶의 근력을 제가 함부로 재단한 거니까. 그때 뒤통수를 너무 세게 얻어맞아서 아직도 그 답변이 기억나요.

 

K. 그렇게 답변을 들으면 저도 그렇게 느낄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쇼크 느낌으로.

 

P. 저의 그 안일한 좁은 시야를 확 혼내주는 말씀이셨죠.

 

K. 그런 내용도 쓰셨잖아요. 학보사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기억은 안 나실 수 있는데.

 

P. 그거 그냥 포장하려고 쓴 거예요 솔직히. 솔직히 포장이었어요.

 

K. ...????(당황한 웃음)

 

P. 뭘 내가 목소리를 반영해~ 그럼 제가 기자를 하고 있었겠죠. 그냥 그거 꾸민 말이에요.

 

K. (웃으며)괜찮... 괜찮아요..?

 

P. 어우(웃음). 예. 그 당시에는 진짜 그렇게 느꼈을 수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하는 말이에요. 그냥 또 좋게 좋게 글로서 나를 포장하려고 그렇게 쓴 것 같아요. 뭘 반영해~ (웃음) 지금 내가 어떻게 벌어먹고 살지도 모르는데. 

 

K. 아 진짜.. (웃음)너무... 너무 솔직하셔서..

 

P. 아니 진짜 그런 것 같아요. 뭐, 그 당시에는 진심이었겠죠.

 

K. 잠깐만요.. 그러니까... 지금 생각해보니까 다..?

 

P. 다 개소리였다~ 그냥 다 포장이었던 것 같아요.

 

K. (웃음)하아...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며) 음~ (헛기침)

 

P. 지금 기억이 하나 나는 게, 말씀해주신대로 옛날에 그런 말을 되게 많이 했어요. 재단하지 말자,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 이런 비슷한 맥락의 말이 많은데, 그런 말을 한 배경은 그런 거였어요.

 

한창 대학생 때는 제가 인권이나 소수자 문제나, 차별, 혐오 이런 문제들에 관심이 많을 때였거든요. 그게 왜 그랬냐면, 지적여 보이고 싶어서, 똑똑해 보이고 싶어서, 그리고 실제로 그런 문제들이 엄청 중요한 문제 같아 보이는 거예요.

 

근데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밖에 나와 보니 진짜 한 개도 안 중요한 거예요.

 

K. 에...?

 

P. ... 아, 그러니까 중요하죠! 중요한데!! 중요한데, 물론 중요해요. 제가 폄하하고 이런 게 아니라. 근데 나한테는 안 중요한 거예요. 나한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제 나는 밥을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처지에 있는데 그 처지에서 제가 페미니즘이 어쩌고 혐오 표현이 어쩌고 수저 문제가 어쩌고 그런 걸 더 이상 파고들 수가 없더라고요. 실제로 밖에 직장 동료들이나 주변인들 보면 그런 얘기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어요. 

 

그 시기의 저는 정의감에 도취되어 있지 않았나.

 

K. 지금 생각해보면 그랬다는 거죠? 과거에?

 

P. 네. 그때는 부모님이 주신 용돈 받으면서 대학 생활을 했기 때문에 현실 감각이 좀 없었죠. 지금은 그래도 그 당시보다는 (현실 감각이) 좀 있어서. (웃으며 다시 표현을 고친다) 아 물론 중요하죠.

 

K. 아 네. 그렇죠, 그렇죠. 무슨 말인지 압니다. (웃음)

 

P. 중요한데, TOP 순위는 아니에요. 그런 것에 생각이 많이 들진 않아요. 지금은 이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우선인 거죠. 제 앞날에 대한 생각이 더..

 

K. 듣고 나니까 약간 궁금하네요. 성빈님 대학 생활은 어떠셨을지.

 

P. 대학생활...? 정의로운 박성빈..

 

K. 막 엄청 뛰고 다니셨던 거예요? 그런 얘기들을 접하려고?

 

P. 한때 비영리 독립 언론 D에서 활동을 했어요. 이름부터 그렇잖아요. 비영리 독립 언론이라 하니까 시민 단체 같고. 그러다보니 정의, 인권, 평등, 다양성, 그런 가치를 주장하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저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점점 그것 밖에 머리에 안 차더라고요.

 

K. 여기 관련 글도 제가 봤는데.

 

P. 네. 제가 아마 썼을 거예요. ('올바른' 인간들 사이에 결정하는 사람이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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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찐따미 - 2) 

 

 

 

위선자가 되기는 싫어서


 

K. 아무튼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처음엔 너무 솔직하게 얘기해주셔서 당혹스러웠는데, 전 이 모습이 성빈님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P. 매력은 아니에요. 그냥 모르겠습니다.

 

K. 인터뷰 요청 받았을 때 어떠셨어요.

 

P. 왜 날?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이 훨씬 많은데. 그래서 제가 (섭외 요청이 왔을 때) 물어봤잖아요. 의도가 뭡니까?

 

K. 저는 성빈님 글이 매력적이라고 느꼈으니까요.

 

P. 글이 매력적인 거지, 저는 매력적이지 않잖아요.

 

K. 다르다 생각하시는 거예요?

 

P. 물론 그 시리즈는 최대한 저를 드러내려고 했는데, 아무리 날 것으로 썼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되어 있어요. 저를 포장하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들이.

 

K.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알몸 상태의 자신을 드러내는 건 진짜 용기 있는 일이니까요. 글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안하고서 공개적인 장소에 글을 쓰는 건 어찌보면 무모한 일이잖아요. 전 그게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면 때문에 성빈님 글이 좋았던 거예요. 이거 포장하는 거 아니고요, 제가 진짜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게 어려운 거를 글 쓰면서 느꼈으니까.

 

P. 저를 놓은 거예요. 스스로를 포기하면 돼요.(웃음)

 

K. 성빈님은 어느 정도 자신을 포기하셨다는 말인가요?

 

P. 저는 저를 조금은 아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를 다 알았다, 이런 건 아닌데... 전 그냥 저를 더이상 포장하고 싶지 않아요.

 

K. 자신을 내려놓는 느낌?

 

P. 옛날보다는 저를 조금 놓은 것 같아요. 내가 과거에 했던 행동들이 다 나를 몰라서 한 거였고, 그래서 부끄러웠구나, 싶더라고요. 나중에 돌아볼 때 부끄러웠거든요. 지금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니까 그런 게 좀 덜해요. 내가 어떤 인간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과거보다는 더 알게 되었다는 거죠.

 

K. 그럼 성빈님은 그런 포장된 모습을 보기가 되게 싫으셨던 거예요?

 

P. 네 어느 순간부터...

 

K. 그게 가식 같다고 느껴져서?

 

P. 내가 아닌 거잖아요. 계속 말씀드리지만, 정의가 어쩌고, 소수자가 어쩌고... 그런 거 다 포장이란 말이에요. 관심 없어요 솔직히!! 그냥 다..!!!

 

K. (P님을 진정시키며)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네.....

 

진정된P. 어느 순간 (옛날 글을) 읽는데, 나 이런 생각 하지도 않는데??

 

K. .... 음... 근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성빈님의 한 면 아닌가요? 과거에 그런 요소들에 관심을 가졌던 건 사실이잖아요.

 

P. 뭐, 그렇죠. 아예 관심이 없으신 분들 보다는...

 

K. 근데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또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이신 거예요?

 

P. 그렇죠. 활동가나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분들은 자기가 믿는 신념을 관철하려 하시거든요. 그 정도가 돼야 관심을 가진다는 말을 하지... 저는 패션? 패션처럼 그런 걸 몸에 두르고 치장한 거죠. 너네 이거 알아? 난 알아. 그러니까 난 똑똑해.

 

K. ...근데도 뭐랄까... 저는 그런 것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 하거든요? 진짜 활동가처럼 앞에 나서서 뭔가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 톨만큼의 관심이 있다면 아예 관심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주의예요. 성빈님께서는 진솔한 자신의 모습을 중요시 여겨서 그런 모습이 좀 아니다, 라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것도 되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사실 아예 관심 놓고 사는 사람도 많잖아요, 솔직히. 이 세상에서 노동자가 죽고, 누가 차별 대우를 받고, 이런 거 그냥 한번 흘깃 보고 넘겨버리면 편하잖아요. 그냥 눈 딱 감으면 되는건데. 뭐라 하는 사람도 없을 거고.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걸 넘어서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저는 대단한 것 같아요.

 

성빈님 뿐만 아니라 그런 걸 소재로 글을 쓰시는 분들 모두요.

 

P.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K. 목소리를 아예 안 낼 수도 있잖아요. 그냥 자기가 쓰고 싶은 걸 편하게,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나의 취미는 뭐고, 이런 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문화 예술에 대해서도 충분히 쓸 수 있잖아요. 제가 여태껏 그런 식으로 글을 써왔거든요. 그런 저에게 소수자와 관련된 글을 쓰는 거?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그런 거 못 쓰거든요. 뭔가 쓰려고 하면 '내가 뭐라고 이런 글을 써', '난 활동가도 아니고 잘 모르니까 그냥 안 써야지'하고 넘겼단 말이에요. 

 

근데 성빈님은 안 그러셨잖아요. 찾아보고 쓰신 거잖아요. 포장 아니고요? 껍데기 쳐드리는 것도 아니에요. 단지 전 그런 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래요. 물론 성빈님이 과거의 그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으시다면 제가 더 할 말은 없긴 합니다만.

 

P. 제 마음들도 그런 게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에는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이게 결국에는 위선처럼 느껴졌어요. 전 위선이 정말 나쁘다고 생각하거든요.

 

K. 오히려?

 

P. 전 무지보다 위선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전 위선이 조금 더 컸던 것 같아요. 관심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제가 스스로 제 마음을 검열했을 때, 이건 진짜 그 문제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이게 위선이니까 굉장히 부끄럽다.

 

K. 위선이 어떤 면 때문에 안 좋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P. 거짓말치는 거니까요. 구라니까. 나도 속이고,

 

K. 남도 속이고,

 

P. 세상도 속이고 다 속이는 거니까. 그냥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내로남불 싫어하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네가 싫다고 말했던 그 사람이랑 똑같이 행동하고 있네? 이런 거랑 약간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해요. 알면서도 하네? 이런 거잖아요. 

 

K. 주변에서 누가 그런 거짓말을 한다는 걸 많이 느끼셨나요.

 

P. 네. 좀 있었죠. 처음엔 '와, 이런 생각을 해? 되게 정의롭구나'이랬는데 오래 보다보니까 '너나 나나 똑같구나'이렇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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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찐따미 - 3)

 

 


나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과정


  

K. <글쓰기는 자기 미화라서>에 마지막 문단, '모든 글쓰기는 자기 미화다. 글 쓰는 주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자학적 글도 마찬가지다. 자기혐오를 제 윤리성의 증거로 내세워서다.'그리고 이후에 '나는 바뀌고 싶다. 나를 사랑하고 싶다'라고 쓰셨어요. ...이것도 혹시 포장인가요?

 

P. 나를 바꾸고 싶다, 나를 사랑하고 싶다, 이런 건 제 다짐이고요. 자학을 하는 글도 '나는 자학을 할 정도로 윤리적인 인간이야'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자학을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K. 자학을 할 정도로 윤리적인 인간이라는 게 어떤 뜻이에요?

 

P. 나는 나를 까내릴 수 있을 정도로 나를...

 

K.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인가요?

 

P. 정확히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나 스스로를 검열의 대상을 삼을 수 있을 만큼 나는 윤리적인 인간이다, 이런 차원이겠네요. 나는 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도덕적인 인간이야. 이것도 어떻게 보면 포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자학 같은 경우도.

 

K. 아 자학도?

 

P. 자학도 포장일 수도 있다.

 

K. '도덕적인 면'이라는 게 포장이 아니라, 오히려 자학이 포장이다?

 

P. 네 어떻게 보면요.

 

K. 저는 반대로 얘기하실 줄 알았어요. 자학을 하기 위한 도덕적인 잣대를 포장이다, 라고 얘기하실 줄 알았거든요. 아까까지 저희가 얘기했던 거랑 이어져 내려와서 그런 걸 포장이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요.

 

P. 자학도 포장일 '수' 있다. 단정은 아니고요.

 

K. 어떤 의미에서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P.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 중에 하나가 내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잖아요. 근데 그 대상을 자기로 삼는 거죠. 난 이렇게 문제가 많은 인간이었던 것 같아, 난 자기 반성을 할 줄 아는 인간이야, 를 보여주고 싶어서 자학을 하는 거죠. 진짜 자기 반성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 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포장이잖아요.

 

K.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형식이다보니까?

 

P. 네. 맞아요. 

 

그리고... 마지막 줄(나는 바뀌고 싶다. 나를 사랑하고 싶다)은 제 다짐인데 제가 그 다짐대로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K. 어떤 점에서요?

 

P. 바뀌고 싶다, 그러려면 나를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쓴 거잖아요. 그런데 그 이후에도 제가 부모님께 잘 해드리진 못했거든요. 똑같아요. 글에서만 그런 거예요. 그래서 '뭐 별반 다를 거 없네. 아직 그 다짐을 실천한 게 아니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있네.'싶은 거죠.

 

K. 지금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마음보다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마음이 더 큰 상태인가요?

 

P. 나를 사랑하려면 나를 알아야 하잖아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말을 하려면 그걸 알아야 할 수 있는 건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충동적인 것도 이제 알았어요. 이렇게 (사표를) 던지고 나오기 전에는 제가 생각보다 착실한 인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또 아니잖아요, 지금 보면. 이렇게 충동적일 수도 있고 무책임한 인간일 수도 있구나, 또 안 거잖아요. 아직까지는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K. 알아가는 단계를 어떻게 보면 '나를 사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거겠네요?

 

P. 그렇죠. 제가 던지고 나서 다음날 든 생각이 '아, 너무 창피하다. 나중에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였거든요. 나중에 제가 실제로 다시 그러지 않으면 '나 그래도 옛날보다 괜찮아졌네? 나아진 나를 보고 있는 거네?'라고 해서 사랑할 수도 있죠.

 

K.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를 알아야 가능한 건데, 지금은 그 과정에 있다, 라고 한다면.... 

 

그러니까 이런 거군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포장되지 않은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걸 다시 얘기하자면, 포장되지 않은 말을 하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P. 포장지가 없어야 진짜 내 모습을 알 수 있으니까요.

 

K. 아... 이걸 들으니까 성빈님이 포장되지 않은 것을 그토록 중요시 여기는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아요.

 

P. 저도 몰랐어요. 몰랐는데 대화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K. 포장된 모습에서 괴리를 느끼고 그걸 보면서 '이건 내 진짜 모습이 아닌데, 이걸 남에게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싶고, 동시에 꾸며진 모습이 남에게 사랑받는다면, 그건 곧 진실된 사랑이 아니니까 그것에 대한 허전함도 정말 크셨을 것 같고.

 

P. 저는 이제 그만 초라해지고 싶고, 그런 걸 못하겠어요.

 

 

 

투명한 가면 아래



K. 어떻게 보면 가면이라고 하죠? 오늘 만나뵙고 얘기를 나눈 성빈님은 가면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P. 있을 겁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있을 거예요.

 

K. (웃음)아 물론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근데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그 가면의 농도가 굉장히 얕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죠?

 

P. 무의식 중에 튀어나올 때도 있지 않을까.

 

K. 그건 우리가 손 쓸 수 없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해 주셨듯이, 우리는 지금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튀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아, 그렇구나'하고 인지만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성빈님이 쓰신 에세이를 먼저 보고 왔잖아요. 그래서 성빈님이 보여주시는 모습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정말로요. 매력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억지로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매력으로 안 다가올 때가 있잖아요.

 

P. 너무 인위적이다?

 

K. 네. 그런 면에서요. 근데 성빈님은 그런 인위적인 모습이 거의 없으시니까.

 

P. 면접이나 자소서 쓸 때는 무조건 포장해야 되는데 그럴 땐 너무..

 

K. (웃음)아, 잘 안되니까? 진짜 그럴 수 있겠다.

 

P. 예를 들면 "왜 기자가 되려고 하세요?"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그렇게 이야기 했거든요. "사회 경제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싶습니다."라고요. 근데 그거 다 개뻥이고요,

 

K. (웃음)

 

P.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요~ 있어 보이잖아요! 라고(웃음) 말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누가 뽑아줘요. 

 

K. 옛날 SNL에 유병재가 나와서 면접보러 갔을 때 면접관들에게 대놓고 얘기하듯이. "다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가서 경력을 쌓나??"(웃음)

 

그렇게 해서 곤란했던 경험이 있으세요? 포장을 너무 안 해서 곤란했던 경험이요. 아까 면접 같은 상황이 있었고.

 

P. 가끔 제가 솔직함을 빙자해서 배설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순간이 있어요. 모욕적인 언행이나 상처가 될 말을 정제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내뱉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누군가한테 장난을 치는 상황에서 특히요.

 

K. 그럼 성빈님도 누가 자신에게 필터링없이 얘기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신가요?

 

P. 그래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친밀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생각해서요. 물론 이런 자리에서는 스스럼 없이 얘기할 수 있는데, 직장에서나 그런 곳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없겠죠.

 

K. 좀 아찔하네요. 방금 그 생각을 해봤는데.

 

P. 사회성이 없는 거죠. 한 끝 차이인 것 같아요. 사회성이 없는 거랑 솔직한 거랑. 근데 이제 (공적인 자리에서)참을 때 느꼈죠. '아, 내가... 이거 참아야지. 여기서 말하면 큰일난다.'

 

K. (웃음) 예전의 성빈님은 내뱉는 스타일이 아니셨나요? 아니면 예전에는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참았다던가요.

 

P. 예전에는 별로 의식을 안 했어요. 이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그래, 이런 스타일인가 보네.' 싶었는데 저 스스로 솔직해지려고 노력을 하다보니 이런 말이나 발언의 의도 같은 것들이 의식 되는 거예요.

 

K. 그러면 예전에는 편견 없이 들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까요?

 

P. 어, 그러면 옛날이 더 좋은 거 아닌가??(웃음) 그게 더 좋은 것 같은데.

 

K. (웃음)맞는 거죠? 

 

P. 그냥 액면가 그대로 들었다고 할게요. 듣고서도 별 생각 없었다면, 요즘에는 이제 그런 말을 하면 '이상한데? 왜 이렇게 덜 솔직한 것 같지?'라는 생각을 해요.

 

K. 옛날엔 오픈 마인드였다면, 요즘엔 클로즈 마인드?

 

P. 좀 폐쇄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나 스스로 열리려고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장벽이 생긴 것 같아요. 별로 안 좋은 것 같네요. 안 해야 될 것 같고요. 나한테만 하면 되는데, 다른 사람한테 하니까.

 

K. 과도기네요.

 

P. 살짝 그렇죠. 그런 것 같아요.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다시 듣게 된다면 불편할까? 그 생각을 하면서 말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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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찐따미 - 4)

 

 

K. 지금까지 포장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나는 나를 왜 자꾸 포장하려 하지?라는 자각을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쉽지 않은 거잖아요. 그걸 하게 된 계기도 있나요.

 

P. 제가 <세월-글쓰기는 자기 미화라서> 전에 <나는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게 제 이야기가 많이 반영된... 에세이도 아니고 기사도 아닌 아무튼 이상한 글인데, 거기 앞부분에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와요. 그걸 쓰면서 저를 좀 돌아봤던 것 같아요. 어, 왜 이렇게 멋있게 쓰려고 해? 왜 나는 날 자꾸 포장하려고 하지?

 

글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일부러 멋있게 쓰려고 하고, 단문으로 쓰려고 노력하긴 하는데 굳이 단문으로 안 해도 될 문장까지 단문으로 쓰려다보니 흉내내려는 글이 되어버려서. 그런 걸 보다보니까 '이건 내가 아닌데.'싶었고요.

 

...글이네요. 어떤 스타일이나 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글이 아무래도 좀...

 

K. 글이 많이 주요했군요.

 

P. 저도 몰랐는데 그러네요.

 

K. 그런 고민도 좀 해보셨을 것 같아요. 에세이를 쓰면서 어디까지 써야 되지, 이런 걸 써도 되나, 싶은 게 좀 있지 않으셨어요? 표현의 수위나 적나라함 같은거요.

 

P. 그런 건 고민 안 했고요, 대신 남의 얘기를 썼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남의 사연을 내가 의식대로 활자화하는 게 윤리적인가? 그래서 글에 등장하는 대상이 있으면 써서 보여줬죠.


K. 처음 얘기해주셨던 친구분 사연처럼.. 

 

자,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자신을 포장하지 않으려 하셨잖아요. 글도 솔직하게, 표현도 솔직하게, 하다못해 인터뷰까지 솔직하게 해주셨구요. 지금까지 자신의 변화는 만족스럽나요? 

 

P. 아직이요.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 뭔가 철이 없어요. 솔직함을 드러내려고 노력을 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철이 없는 것 같아요. 철이 있었으면 제가 추노하지 않았겠죠.(웃음) 내면의 마음은 이만큼 나아진 것 같은데 현실 감각은 그대로인 것 같네요.

 

*

 


 

그는 힙합 음악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힙합 음악이 자주 삽입되어 있었다. 아쉽게 몇몇 영상은 연령 제한에 걸려 본문 내에서 들을 수는 없었지만, 본문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음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음악을 골라보자면 'Goofy'다.(<자존감 수업은 전부 꺼지라고 해>) 오른발 왼발 합을 맞춰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가사에 자동으로 고개가 주억거려졌다. 그래, 세상의 템포에 나를 맞출 필요는 없으니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없으니까.

 

힙합은 다른 음악 장르에 비해 가사가 직설적이다. 직설적이고 거침없고 파워풀하다. 스토리텔링에 가장 능한 음악 장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향해 빅엿을 날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음악 장르이기도 하다. 그런 모든 요소들이 그와 참 닮았다 생각했다. 숨김없이 모든 걸 드러내려 노력하는 그에게서 힙합의 모습이 보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포장, 가식, 위선, 자신을 감싸는 모든 걸 다 집어던진 채, '제발 나의 날 것을 보시오!'라며 소리치는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젠 너무 포장하지 않아서 걱정이라는 그. 포장되지 않은 말들만 많이 해줬기에 인터뷰 내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았지만, 그랬기에 정말 순수한 상태의 그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정말 재밌었던 인터뷰였고, 모든 걸 내려놓고 편하게 대화를 했던 인터뷰였다. 이번 글은 그래서 우리가 나눴던 대화 그대로를 옮기려 노력했다. 가능한 한 그가 했던 표현이나 말들을 고치지 않고 온전히 글에 녹여내려 했다. 나도 모르게 그를 포장하려고 할까봐, 그게 걱정이었을 뿐. 

 

있는 그대로의 속 시원한 얘기를 들려준 박성빈 에디터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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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진마저 포장되지 않은 것을 준 그는 대체... )

 

 

 

컬처리스트.jpg

 

 

[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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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리원
    • 저도 "찐따 박성빈" 올라오기만 기다렸어요.저는 같은 고민을 했었는데요. 저는 '포장'을 계속해서 의식하기보다는 그냥 포장된 모습도 나의 모습이라고 수용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 0
  •  
  • 파랑파랑
    • 아, 정말 솔직 담백하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의 답변 중에 저랑 닮은 부분들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찐따 박성빈> 모조리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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