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여행 [여행]

글 입력 2022.07.2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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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듣기만 해도 참 설레는 단어이다.


여행을 참 좋아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행하지 못한 지 몇 년이 지나고 있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그 과정이 (나에게는) 매우 귀찮게 다가온다.

 

먼저, 같이 다녀올 사람을 구해야 하고 그다음엔 그와 여행 장소, 일정, 이동 수단, 숙소, 공비 등 맞춰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의견 조율과 자료조사가 필요하며 최소한의 비용과 최대한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릴 땐, 부모님이 잘 준비해 주신 여행에 내 자그마한 몸만 실으면 되었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 커버려서 이 과정을 더 이상 남에게 미룰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여행을 위한 준비가 너무나 귀찮은 지금의 나는, 여행을 잘 떠나기 위한 나만의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

 

 

 

가족 여행 : 여행의 시작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우리 가족은 여행을 자주 다니곤 했다. 매우 가정적이신 아버지 덕분에 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한 달에 한 번씩은 온 가족이 다 함께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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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그 편안한 울타리 덕분에 여행 동안 나는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갖고 싶은 것을 가졌다. 매 순간이 즐거웠고 편했다.

 

아빠가 운전해 주셨던 차는 매우 편했고 그 차에서 내려 본 모든 것은 항상 좋았다. 엄마가 날마다 코디해 준 귀여운 옷도, 오빠와 동생이 치는 스스럼없는 장난도 좋았다.


모든 게 편하고 좋았던 우리의 여행은 오빠의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막을 내렸다.


 

 

사라진 여행 : 여행의 공백


 

자주 여행을 갔었던 우리 가족이기에 나는 가족여행을 가기 힘들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이 오빠의 고등학교 진학과 나의 입시가 시작되면서부터 펼쳐진 '여행 공백'이 실감 나지 않았다.

 

아니, 우리 가족에겐 여행 '공백'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 단어라 생각했다. 이번 달에 못 갔으니, 다음 달에 중간고사 끝나고 가면 되겠지. 이번에도 못 갔으니 여름방학 때 가면 되겠지.

 

갖가지의 이유로 여행에 미뤄짐이 생겼고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는 저물어져 갔다.

 

 


새로운 여행 : 여행의 재기


 

길고 길었던 입시가 끝나 잠잠한 하루들이 연속되던 와중에 갑자기 고등학생 때 읽었던, 한 성우의 sns 글이 번뜩 떠올랐다. 평화롭던 시절에 다녀온 여행이, 지금의 나를 살게 한다는 내용의 글.

 

성인이 되어 대학교에 입학했고 입시 전쟁이 끝난 후의 내 상황은 여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이 평화로움 속에서 드디어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성인이 되던 해였기에, 나는 가까운 일본으로 당장 떠나기를 계획했다. 출발 전의 모든 준비 과정은 함께 간 언니와 나, 우리 둘의 온전한 몫이었기에 상당히 귀찮았고 또 귀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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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음 반 설렘 반으로 떠난 20대의 첫 여행은 만족스러웠다. 일본 문화에 익숙했기 때문에 이국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한국과 비슷한 듯 다른 공기 내음이 내 몸속에 인상 깊게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의 성공적인 생경함을 경험한 이후 친구들과 여행을 줄곧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파릇파릇한 일탈을 우당탕탕 여행기로만 남기기엔 아까웠기에 우린 출발 전에 만나 세세한 일정과 예산을 계획했다. 무려 워드 작성으로!

 

딱 3번의 진행되었던 우리들의 발랄한 여행기는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잠잠해졌고 나는 전보다 더 여행에 목말라가게 되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 상황에서의 막연한 기다림에 지친 나는 '여행'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홀로 여행 : 여행의 재정의


 

약간의 고민 끝에 여행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자기만족의 행위라 정의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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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이름을 내세워 익숙하지 않은 곳에 가서 느끼는 편안함은 마치 내가 '낯섦'이라는 하나의 역경을 이겨낸 기분을 들게 해주었고, 그 역경을 이겨내고 얻은 편안함은 내가 진정 여행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의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나에게 그 지표가 드러나면, 분하게도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된다. 낯섦의 강도가 강할수록 더욱 깊게 느껴지는 아쉬움은 내가 귀찮음을 뒤로하고 또 다른 여행을 떠날 이유가 된다.

 

'낯섦'과 '편안함'으로 재정의된 나의 여행으로 나는 휠씬 더 쉽게 자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여행을 꼭 누군가와 시간 맞춰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낯선 공간은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도 있다는 것 또한 인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깨달음 덕분에 1시간 거리의 마로니에 공원도 30분 거리의 도산공원도 모두 내 여행지가 되어가고 있다.


나에게 항상 크고 거창하게 다가왔던 여행이 생각보다 단순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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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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