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좋은 글이란 무엇이가.

글 입력 2022.06.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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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오면서 다양한 글을 마주한다. 한 페이지에 한 줄짜리 그림책으로 시작해 길가에 광고 문구로 한글을 배우고 생물 도감과 교과서를 읽고 에세이와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 다양한 갈래의 글을 우리 뇌에 쌓이고 쌓이지만, 사람이라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중에서 뚜렷하게 기억나는 글은 존재한다. 읽은 지 20년은 지났지만 뚜렷하게 기억나는 동화책이나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몇 년 지난 광고 카피 같은 글 말이다.

 

나에게는 좋은 글은 길이가 중요하지 않다.

 

30권이 넘어가는 장편 소설을 보면 누군가는 권 수를 보고 기간 질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주 짧은 단편 시를 보며 이게 무슨 글이냐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읽고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야 비로소 진가가 나오는 글, 사람들의 눈길을 확 끌어 짧고 강하게 뇌리에 심어지는 글같이 '분량'은 사람이 책을 '선택'하는 하나의 조건이 되지 '좋은 글'로 선정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나도 소설을 좋아하지만 4권 이상 넘어가는 시리즈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글이 나쁜 글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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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구조적으로 완벽한 글이 좋은 글일까?

 

고등학생 때 시의 형식이나 소설의 시점, 구조 같은 것들에 대해 배웠지만 내가 썼던 글을 보면 그런 문법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문법적인 요소를 잘 쓰지 못해서 그럴까, 책을 나름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전공자들만큼 글이 어떤 형식인지 어떤 장치를 사용했는지 같은 분석은 잘못한다.

 

정형화된 글만이 좋은 글인가. 그렇다면 자유시나 에세이는 좋은 글이 아닌가?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나는 글의 분량과 구조와는 상관없이 사람에게 크게 와닿아 깊은 인상을 남기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기억 나는 글들의 특징이 뭘까. 공통점을 찾아보면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바를 독자에게 온전히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배달의 민족에서 했던 짧은 단편 시 당선작을 본 적 있다.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제목과 함께 보자, '아니 이런 생각을! 천재인가.' 하는 글들이 많았다. 아리송하다가도 작가가 전하는 바를 이해하자 뇌리에 세게 박히면서 '아 정말 좋은 글이다.'라는 생각밖에는 하지 못한다.

 

분량과 글의 구조는 작가가 전하는 바를 전하기 위해 도와주는 '재료'들이다. 다양한 감정과 인물을 보여주려면 분량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이야기 진행의 반전으로 충격을 주고 싶다면 탄탄하게 구조를 짤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분량이 꽤 되는 장편 소설도 작은 사건이라도 세세하게 기억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짧은 시라도 이해를 못해 나중에는 잊어버리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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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생각을 완전히 문장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나도 글을 쓰고 있지만 쓰다 보면 나조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전 오래오래 생각한다. 쓰는 시간을 하루라고 한다면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시간은 며칠을 소모한다. 내가 전하는 바를 모두 전하기 위해 어떤 단어를 쓸지, 방금 생각난 좋은 문장을 어디 부분에 넣을지 같은 생각을 하다가 생각이 정리되면 글로 옮긴다.

 

그러다 보면 내 머릿속에서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생각과 문장들이 모여 하나의 글이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담긴 글을 쓰면 아주 만족스럽다. 뿌듯하기도 하고 말이다. 좋은 글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작가 본인도 만족스러워하는 글, 원하는 바를 모두 담은 글. 작가의 만족감이 큰 글일수록 독자들 또한 좋은 글이라고 느낄 것이다.

 

자신도 만족스러운 글. 나도 항상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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