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완전한 나를 사랑하며 내일로 나아가는 법 - 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

<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을 읽고.
글 입력 2022.06.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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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은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자 했던 임상심리학자 김도연님의 “위안 지침서”이다. 완전하지 못한 ‘나’ 자신의 내면을 감싸고 위로하며 '나의 삶'을 위한 좋은 마음을 갖기 위한 습관 45가지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굉장히 귀를 기울인다. 상대방의 고민을 듣곤 ‘나였다면’ 이라는 전제하에 그 상황에 필요한 다양한 위로와 충고를 곧잘 해준다. 그러나 정작 그 대상이 ‘나’로 하여금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우리는 스스로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른다. 애써 힘든 마음을 숨기거나 외면한 채, 혼자만의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 힘들어하고 남들에게 해주었던 위로와 충고를 나 스스로에게는 대입하지 못한다.


그러한 상황들에 관해 다양한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나의 삶’안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오직 바로 ‘나’ 자신이며 상처를 어루만지는 가장 가까운 존재 역시 ‘나’여야만 삶이 우리에게 행하는 수많은 선물을 만끽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두 번째 챕터 [현재에 머무는 연습]을 읽다 보면 이러한 구절이 있다.


 

“스스로가 자신을 잘 돌보아야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두려움이나 불안과 같은 마음의 동요와 긴장이 가득한 날에는 내가 품은 감정들로 인해 기진맥진해지기 쉽고, 포기한 채 멈춰 서버리고 싶지요. 내 앞에 있는 것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먼저 보살펴보아야 합니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뿐입니다.” - p152

 

“자신을 향한 선한 의지를 멈추거나 뒤로 물러나지 마세요. 처음에는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느껴보는 정도로 시작해보아도 좋습니다. 비난하지 말고, 다정한 자각을 유지하며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꺼이 허락해보세요. 허락은 자신에 대한 수용이자 치유입니다. 자기와의 시간을 갖는 동안 애정 어린 말을 건네어봅니다. ‘오늘, 참 많이 힘들었지?’ ‘정말 수고했어.’ ’실수할 수 있어. 괜찮아’와 같은 위안이어도 좋고 하루 동안의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리며 보내는 다정한 미소여도 좋습니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일을 하며 자신에게 힘을 주기도 하고 힘을 빼앗기도 합니다. 호흡을 고르고, 용기를 내어 기꺼이 말을 걸어보세요.” - p153

 


십여 년 전 디자이너 막내로서 첫 회사생활을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 당시 선배들의 수많은 서포트 업무에 치이던 막내였던 나는 워크샵 일정에서도 마지막 순서를 책임지게 되었다. 1년을 마무리하는 종무식 형태의 워크샵이었기 때문에 한 해 동안 수고했다는 사장님의 기념사와 우수사원에 대한 상장수여 및 상금 전달식 등의 순서를 지나 마지막은 장기자랑 형태의 순서였다.


나는 원체 춤과 노래에 자신이 없던 터라, 내가 꾸미는 순서를 어찌 해야 할까 엄청나게 고민을 하다 그때 당시에도 꽤 유행했던 명상이 떠올랐다. 이로써 한 해 동안 수고한 ‘나’를 위로하는 ‘명상의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주변 선배들에게 물어봤을 때에도 워크샵에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상황이라 재미있고, 뜻깊을 것 같다는 말에 힘입어 열심히 준비를 했다.


사실 노래가 너무 부르기 싫고, 춤을 정말 추기 싫어서 이런 상황을 피하고자 마련했던, 캠프파이어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일련의 ‘촛불의식’과도 같은 코너였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큰 감동을 자아냈다.


플레이리스트에 명상음악 몇 곡을 연달아서 저장해놓은 후, 그때에도 글쓰기를 좋아했던 특기를 살려 <한 해 동안 수고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위로하자>는 취지의 긴 글을 쓰고 낭독을 하였다. “그동안 여러분은 업무를 진행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생했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전했을 것입니다.” 라고 운을 뗐던 것 같다. 좀 전까지만 해도 시끌시끌했던 사내분위기는 이내 엄숙해졌고, 쑥스러운 마음에 홍당무처럼 발그레해진 얼굴로 낭독문을 읽고 있는 자그맣게 떨리는 나의 목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에게는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진심으로 전한 적이 있을까요. 가만히 눈을 감으십시오.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던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십시오. 오늘은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과가 좋았던, 나빴던, 한 해를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다독이고 위로하며 아낌없이 칭찬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명상음악 또한,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지금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이러한 내용의 긴 글을 줄곧 읽기 시작했고, 순간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잠깐씩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나와 함께 그 공간에 있던 많은 이들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나의 이야기로 하여금 각자에 대한 생각으로 오롯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대략 20여 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눈을 뜨라고 했을 때,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반짝이는 눈들로 주변에 앉아있는 서로를 바라보며 수고했다고 이야기했던 그 순간들은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잊지 못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 사장님께서 생각지도 못했던 위로가 됐던 순간이라고 말씀하셨었다. 정작 나를 위해서 수고했다, 괜찮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잠깐동안 이었지만, 치유를 받은 기분이라며 “우리 막내, 고마워!” 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생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녹록치 않은 현실에 각자의 힘듦에 관해선 애써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단단해진 상처에 툭 하고 건들리는 작은 위로에도 울음이 터진다. 위로를 바라고 상처가 치유되길 바라면서도 방법을 몰라서 방치하고 내버려둔다. 그러다보면 '나'를 돌보지 못하고 남에게 더욱이 관대해지며 '나'는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났던 건, 여전히 많은 이들은 외로워하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 슬픈마음에서였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나’를 간과한다. 정작 위로가 필요하고 응원이 필요한 건 ‘나’ 자신인데 여전히 우리는 그것을 외면하고 남에게 의지하며 남들 보기 좋은 삶을 살려 한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러한 문제가 대두되고, 해결을 위한 지침서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보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어쩌면 알면서도 풀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조차도 남을 위한 조언과 충고는 즉각적으로 해주곤 한다. 물론 그 충고와 조언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이야길 건네지만, 이와 반면에 날 위한 내 마음의 레시피를 추리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러한 지침서가 필요하다.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서라도, 자꾸만 읽고 습득해서라도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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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챕터에는 ‘나’를 위해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한 120일간의 멘토링 여정이 쓰여져있다. 읽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하나씩 해보면 된다. 업무를 하다 힘이 들때면 10분 정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어도 좋고, 좋아하는 커피를 한 잔 타서 잠깐 바깥바람을 쐬며 커피를 마시고 와도 좋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늘 가던 길이 아닌 익숙하지 않은 길로 가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사진을 찾아서 보기도 하고, 이를테면 유튜브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봐도 좋다.


잠깐의 환기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고, 부정적인 생각을 좋은 생각들로 바꿀 수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현대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쁜 생각을 하는 습관들을 버렸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은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 하나도 스스로 컨트롤 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또한 ‘나’를 컨트롤 하는 것 역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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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고 미미한 것일지라도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을 절대 하찮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 작고 미미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나의 빛나는 일상에 빼곡히 차오르는 기쁨과 행복의 큰 날개를 달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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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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