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음악을 통해 시간을 나이테로 만들기

'김용준' 전문 필진 인터뷰
글 입력 2022.05.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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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 뒤쪽의 어느 골목에 위치한 문학 살롱 초고.

스피커에서는 재즈 선율이 흐르고,

은은한 빛깔의 간접 조명이 인상적인 곳.

그곳에서 김용준 에디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용준씨의 칼럼, '카페의 리우 앞바다, 보사노바'에 등장하는 안토니오 카를루스 조빙의 '브라질'. 용준님은 음악은 냄새의 예술인데,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서는 러시아의 땅냄새가, 보사노바에서는 리우 앞바다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보사노바는 재즈의 끝과 라틴의 시작 사이에 걸쳐있어, 그것을 대체할 음악이 나타나지 않아 매력적이라고.


 

지난 2021년 11월, 아트인사이트에 '전자음악 씬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며 들어왔다. 그러나, 막상 음악에 관한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직접 음악을 만드는 건 더더욱 아니었기에 많이 헤매고 막막했다. 처음에는 함께 음악을 듣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으나, 그 역시 한계가 있었다.

 

그때 '김용준 전문 필진'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아트인사이트에서 '음악을 주로 듣는 사람'은 애초에 조금 드물기도 했고, 그는 전문 필진에 PRESS까지 겸하고 있어 메인에 종종 노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아트인사이트는 아트인사이트만의 글이 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내부에서 벤치마킹할 사람을 찾고 있던 내게 딱 맞는 대상이었다. 꽤 많은 글을 꽤 자주 꽤 적극적으로 검토해서인지 내적 친분감이 쌓였다. 어디서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번은 꼭 만나 이야기하고 싶었다. 단순한 팬심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도착한 서울. 며칠 새 용산역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내부는 바캉스를 떠나는 여행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외부 광장에서는 퀴어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람과 차의 바다를 뚫고 약속 시간에 지각해 가며 도착한 초고에는 용준 씨가 대충 이런 모습으로 앉아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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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용준 씨의 에세이 '아이폰은 마치 신라시대 장신구처럼'에서 퍼왔다. 용준 씨는 모두 자신이 합성한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자세히 보면, 귀에는 에어팟 프로를 착용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용준 씨는 글을 발행한 이후 그것을 분실하였고, 결국 줄 이어폰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 필자는 노트 한 권과 펜 한 자루만 딸랑 들고 갔는데, 용준 씨는 아날로그 악기로 만드는 선율을 좋아하고 나는 컴퓨터 음악을 즐겨 듣는 것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부분.

 

 

그가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가 되기 위해 처음 기고한 글은 ‘로파이와 아니메’다.

 

‘로파이와 아니메’는 뉴트로라는 큰 흐름 속에서 아날로그적 속성을 가진 로파이 뮤직의 등장을 살펴보고,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음악인 힙합과 재즈 그리고 칠아웃 뮤직이 어떻게 애니메이션과 묶이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글이다. 용준 씨는 당시 썼던 자기소개서와 ‘로파이와 아니메’를 떠올리며, “이제는 너무 까마득해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떠올렸다.


그는 전문 필진으로 활동하며 배현이 씨를 인터뷰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 가는 카페, '이일삼점'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배현이 씨의 음악이 나왔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었고, 사운드였고, 튠이었다. 그는 그것에 감동한 나머지 배현이씨의 인스타그램까지 흘러 들어갔고 가장 최근 게시물을 클릭했다.

 

그런데 그가 앉아있는 카페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 모든 게 운명이라고 느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장님께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배현이 씨의 연락처를 얻을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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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이야기할 때 기타는 빠질 수 없다. 늘 자신을 '줄쟁이'라고 칭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기타를 쳐왔고,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의 기타 사랑은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을 졸업한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그는 밴드 활동을 하며 있었던 에피소드 몇 가지를 이야기 해줬다. 그 중 필자의 기억에 남는 건 단연코 그가 대학의 메탈 밴드부에서 활동하던 시절, 연습실을 암실로 만들고 다 함께 합주를 한 일이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한석봉에게 불을 끄고 글씨를 써 보라고 한 것과 같은 마음인 것일까.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친구는 "손을 보고 연주하는 건 줄쟁이의 수치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에디터로서 가장 뿌듯했을 때로 나의 노랑말들의 '행복회로 터지는 중 / 불타는 중'의 프레스 활동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프레스 활동은 매월 초 대표님께 콘텐츠를 추천하면, 그것과 관련한 컨택이 진행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용준 씨는 대표님께 프레스로 받아 볼 음반을 보내고 컨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연락이 왔다. '나의 노랑 말들'이 용준 씨를 직접 만나 앨범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련된 미팅 자리. '나의 노랑 말들'은 자신들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어 감사하다며 용준 씨에게 거듭하여 말했다.


 
"가끔씩 아트인사이트에서 제가 쓴 글을 보시고 아티스트분들이 직접 퍼가거나 샤라웃 해주시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제가 소개한 앨범이 LP로 재발매 되었는데, 그것의 홍보 자료로 제 글의 일부가 쓰이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그럴 때 기분이 째지죠."
 
 
"인터뷰를 준비하며 ‘왜’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아트인사이트에서의 활동이 사실 엄청난 장점이나 이유가 있진 않아요. 제가 거기에 꼭 있어야 해서 혹은 얻을 수 있는 게 있어서라기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때마침 만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의 최종적인 목표인 ‘좋은 글을 쓰고 음악을 잘 설명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라서 지금까지 함께 한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런 용준 씨에게는 목표가 하나 있다. 모든 음악애호가의 축제인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 위원이 되는 것. 그래서 용준 씨가 아트인사이트에서 소개한 '보수동 쿨러'의 '모래'가 이번 한국대중음악상의 '최우수 모던록 음반' 부문의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을 때, 용준 씨는 홀로 쾌재를 불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후배로서 그의 꿈을 응원한다.

 

 

 

 

'프로젝트 당신'의 목표가 단순히 소개하는 것에 있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아트인사이트의 글들이 어떠한 문화와 소통하여 거리를 좁히고 그것을 진정으로 향유 또는 애호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처럼 '프로젝트 당신' 또한 마찬가지이다. 특히, 내부 필진 인터뷰의 경우는 서로 '문화'라는 관심사를 공유하기에 이러한 의미가 두드러진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은 그의 에세이집인 '언제 들어도 좋은 말'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필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남으로써 그로 인해 나의 편협했던 세계가 확장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실제로 나와 용준 씨는 인터뷰 이후에도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고, 함께 문화초대를 향유한 뒤 맥주를 마시며 한참을 떠들었다.

 

좋은 친구를 얻게 되어 기쁘다. 혹여 이번 회차에서 고민했다면, 다음 기회에는 망설임 없이 참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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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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