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고삐 풀린 부끄러움, 나의 노랑말들 - 행복회로 터지는 중 / 불타는 중 [음반]

내면의 부끄러움도 솔직하게 보여주는 밴드의 음악
글 입력 2022.02.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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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말 - PROFILE IMAGE.jpg

 

 

사랑, 외로움, 슬픔, 설렘, 분노까지, 음악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다. 하지만 부끄러운 감정을 꺼내는 음악은 드물다. 우울마저 멋지게 포장하려는 시대에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듯이, 당당히 속내를 보여주는 아티스트가 있다.

 

나의 노랑말들은 사람들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숨겨둔 감정을 노래하는 밴드다. 열등감, 우울함, 찌질함, 쾌락주의 등 부끄러운 마음을 억지로 꾸미거나 숨기지 않고 유쾌한 노랫말과 멜로디로 감정을 표현한다. 백노루양과 러버맨으로 구성된 인디 팝 듀오는 2020년 부산음악창작소의 지원을 받아 첫 EP <행복회로 돌리는 중>으로 데뷔했다. 이후 드럼 멤버 뚜드러까지 영입해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나의 노랑말들은 즉흥적이고 직관적이다. 밴드의 이름이 탄생한 계기부터 그렇다. “이거 누나의 노랫말 중에서 말이야”라는 대화를 잘못 듣고는 ‘나의 노랑말들'이라고 밴드의 이름을 정해버렸다. 애니메이션 클립과 웹툰에서도 특유의 키치한 이미지를 사용한다. 또한 밴드는 팬 ‘망아지들'과 격렬한 감정으로 소통하며 유대를 맺는다. 다듬어진 이미지보다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 이들의 매력이다.

 

나의 노랑말들의 개성은 음악에서 가장 선명하다. 직설적인 감정과 경험, 복잡하지 않은 사운드와 편곡은 이따금씩 예상하지 못한 주제나 방향으로 변한다. 밴드는 지난 12월 더블 EP <행복회로 터지는 중>과 <행복회로 불타는 중>을 발매했다. 밝고 통통 튀는 모습과 어두운 모습으로 구성된 두 장의 앨범은 특유의 직관으로 내면의 바닥을 긁어낸다.

 

 

행복회로 터지는 중 (2021) 앨범커버.jpg

행복회로 터지는 중 (2021) 앨범커버

 

행복회로 불타는 중 (2021) 앨범커버.jpg

행복회로 불타는 중 (2021) 앨범커버


 

<행복회로 터지는 중>은 하찮고 개인적인 사정들을 담아낸 앨범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고 인간적이라고 말하듯이, 나의 노랑말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처럼 노래한다.

 

‘터지는 중' 사이드는 발랄한 신스팝 앨범이다. 앨범의 전반적인 사운드는 첫 트랙 ‘레몬구리’에서 제시된다. 전자드럼과 신디사이저로 진행되는 트랙은 복잡한 화성이나 리듬보다는 단순함을 추구한다. 레몬과 개구리의 합성어라는 제목처럼, 박자와 화성의 불규칙한 변주는 밴드가 표현하는 범주 밖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앨범을 구성해야 할 사운드는 대부분 신디사이저를 통해 해결된다. 드럼과 베이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리드와 패드, 아르페지에이터까지 연출하며 소리를 겹겹이 쌓아 올린다. ‘Yellow Poney’의 신디사이저는 일렉기타와 함께 우주적이면서 발랄한 연출을 보여주며, ‘갓뎀레인'에서는 곡이 흘러가는 내내 리드의 멜로디가 반복되어 비 내리는 날씨를 표현한다.

 

‘터지는 중' 사이드의 이야기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다. ‘포테팁초'는 포테토칩이란 단어를 발음하지 못하는 이야기로, 포테토칩과 포테팁초를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언어유희가 돋보인다. ‘주정메모' 또한 술에 취한 상태로 메모장에 적어둔 이야기를 그대로 사용했다. ‘냉동버거'는 냉장고 속 썩은 음식을 보고 생긴 트라우마를 노래했다. 가볍지만 솔직한 이야기들은 밝고 통통 튀는 신디사이저 위에서 재기발랄한 음악으로 탄생했다.

 

이어지는 사이드 <행복회로 불타는 중>은 전작에서 터진 행복회로가 불탄다는 의미의 연작이다. ‘터지는 중' 사이드가 발랄한 신스팝이었다면, ‘불타는 중' 사이드는 좀 더 몽환적이고 사이키델릭한 록 사운드에 집중한다. 곡의 메시지는 좀 더 깊고 심오한 내면으로 들어간다.

 

첫 트랙 ‘다음 생엔 더 멋진 인간으로'는 어두운 분위기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곡의 사운드는 어쿠스틱 드럼과 기타의 스트럼으로 채워지며, 슬픔과 고통의 노랫말은 단조로 반복되는 진행 위에서 움직인다. 특히 ‘터지는 중' 사이드에서 사운드의 대부분을 채우던 신디사이저는 밴드 셋의 일원으로 편입된다.

 

‘불타는 중' 사이드의 어두운 화성과 복잡한 사운드는 앨범의 난해함을 더한다. 신디사이저는 종종 이질적인 화성을 연출해 앨범의 사이키델릭함을 한껏 끌어올린다. ‘물멍'은 급박한 리듬 위에서 충격을 받아 어지러운 정신 상태를 난잡하게 표현했다. 특히 ‘민트는 잘못이 없다’의 내레이션과 사이키델릭한 신디사이저의 연출은 평범하지 않은 모습에 대한 슬픔을 절망적으로 묘사했다.

 

‘불타는 중’ 사이드의 가사는 좀 더 심오한 주제로 빠져든다. ‘몸 속 로보트 나가'는 SF 만화가 연상되는 로보트 이야기를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며, ‘KARMA’는 인도계 종교에서 다루는 윤회와 업보를 통해 인생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마지막 트랙 ‘새벽틈'은 시적인 가사를 통해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마음을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로 표현했다. 심오한 가사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고민과 통찰은 밴드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

 

나의 노랑말들이 상반된 두 장의 앨범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빛을 비추면 그림자가 드리우듯이, 밝은 표면엔 어두운 내면이 숨어있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입체적이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답다고 해도 찌질하고 우울한 모습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이길 꺼린다. 어두운 내면은 부끄럽고 때로는 약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의 노랑말들은 두 장의 사이드를 통해 그들의 표면과 내면을 관찰했다. 노란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정신없이 팬들과 떠드는 외면의 <행복회로 터지는 중>, 그리고 현실의 고통과 마음속 혼돈을 마주하는 내면의 <행복회로 불타는 중>까지, 나의 노랑말들은 솔직한 모습을 앨범에 그대로 녹여냈다.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마저도 당당히 드러낼 수 있을 때 혼돈과 흔들림은 줄어든다. 어떤 모습이어도 솔직할 수 있는 음악은 사람들이 나의 노랑말들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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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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