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를 향한 암호 -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호안 미로, 자유를 갈망하다
글 입력 2022.05.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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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기]1Joan Miro, 1944, ⓒ Hereus de Joaquim Gomis. Fundació Joan Miró, Barcelona.jpg

 

 

순수한 색과 시적이고 상징적인 기호를 사용하는 독창적 화풍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호안 미로의 전시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이 2022년 4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다.


호안 미로는 제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을 겪으며 전통적인 회화의 방식을 부정하는 '회화의 암살(Assassination of Painting)'을 선언해 당대 미술가들에게 강렬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회화, 드로잉, 판화, 조각, 세라믹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했다.


또한 특유의 상징적 모티브를 구축하며 독특한 우주론을 표현하였는데, 궁극적으로는 '원대한 자유'를 그려내고자 했다. 특히 제한된 회화적 요소와 상징적 언어를 사용하며 작품의 해석을 관객에게 맡기는 형태는 문학 장르 중 '시'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제한되고 시적인 독창적 화풍이 관객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다양한 해석과 자유를 가져오는 것이다.

 

 

[꾸미기]1[꾸미기]11부_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jpg [꾸미기]1[꾸미기]12부_여인 III.jpg


 

내가 ‘여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피조물로서 여자가 아니라 우주를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마치 '암호' 같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어떻게든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에 숨어있는 뜻을 찾아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물론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인 새와 별 그리고 여인은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지만 점차 그것이 변형되고, 혼합되고, 재창조 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매우 추상적이고 암시적이어서 무척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선명하고 순수한 색 안에 특징적인 기호들이 나란히 놓여있어 공간감과 거리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때로는 한자(漢字)와 같은 '이디어 그램(Ideogram: 표의문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미로의 우주론적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미로는 원근법과 중력에서 자유로우며 전경과 후경의 관습적 구분이 없고 부피가 만들어내는 환영에 구애받지 않는 등 그만의 독특한 우주론적 시야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자유'를 담아내려 노력하였다.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호안 미로가 말하는 '우주'가 곧 '여인'을 뜻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여인'을 통해 또 다른 우주를 발견하고 자유를 얻고자 했고,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호안 미로 특유의 언어라고 여겨지는 "여인, 새, 별"은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던 그의 염원이 담긴 간절한 신호(Sign) 이자, 시그널(Signal)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꾸미기]13부_탈출하는 소녀.jpg

 

 

1920년대 후반과 30년대 초반 호안 미로는 입체 구성을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오브제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오브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사물들을 다른 요소와 함께 배치하고 조립하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에 오브제에 색다른 정의와 의미를 부여하며 그의 예술관을 더욱 공고하게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


더불어 회화와 동일한 주제를 오브제라는 표현방식으로 대체함으로써 그가 가진 '자유'에 대한 갈망과 상상력을 더욱 발전시키고 확장시켰다. 아마 미로가 관습적인 그림에 회의를 가지고, 자유롭고 신선한 표현법을 즐기며 끊임없이 작품에 대해 연구하고 몰입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을 것이다.


비록 우리는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원대한 자유'를 찾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남긴 작품 속에서 언제나 충분히 상상하고, 마음껏 부유하고,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그 변하지 않는 사실이 부디 그가 그토록 바랐던 '원대한 자유'의 일부분이기를 조심스레 기도해 본다.

 

 

 

컬처리스트_서은해.jpg

 

 

[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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