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로테스크 속의 순수 - 팀 버튼 특별전

글 입력 2022.05.2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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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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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세계는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동화와는 전혀 다른 결이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마무리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알아갈수록 섬뜩한 인상의 연속이다. 이는 그의 작품에서 명확하게 그려진다.

 

"창백한 얼굴에 빨간 곱슬머리의 사내, 쪽 진 머리에 컬러풀한 의상을 한 난쟁이들, 풍선껌을 먹고 보라색 공처럼 변한 소녀, 뼈만 남은 앙상한 몸매에 과장된 속눈썹과 큰 눈을 가진 신부, 온몸에 핀이 잔뜩 꽂힌 아기" 등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닌,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의 연속이다.

 

이번 팀 버튼 특별전에서는 팀 버튼만의 특별한 이미지들을 공간으로 재현했다. 특히나 돌아가는 회전목마는 작지만 그의 세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전시 속 돌아가는 회전목마는 천진난만하지만, 회전목마 아래에는 어지러운 빛들이 계속 울린다. 회전목마의 배경에는 귀여우면서도 섬뜩한 이미지들이 뿌려져 있다.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오히려 그로테스크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유머와 공포’라는 말에 가장 걸맞은 세계였다.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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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팀 버튼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다.

 

아이 대신 굴을 낳은 부부는 결국 굴 소년을 잡아먹으려 한다. 부부는 굴 소년을 위한 장례를 치르고 “이번엔 딸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동화라기엔 잔혹한 이야기를, 팀 버튼 특별전에서는 짧은 영상으로 우울함과 죽음의 이미지로 보여주었다.

 

 

“아들아, 행복하니? 깊이 묻고 싶진 않구나.

하늘나라의 꿈을 꾸고 있는지, 죽고 싶은 적이 있었는지?”


 

굴 소년의 어머니는 굴 소년에게 묻는다. 아마 굴 소년은 부모의 말을 듣고 다가올 죽음을 예상했을 것이다. 부부는 다시 부부관계를 회복한다. 굴 소년이 죽었기 때문이다. 부부에겐 해피엔딩이 틀림없다. 그들은 아마 딸을 낳을 것이다. 굴 소년만이 우울하게 죽었을 뿐이다.

 

흑백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굴 소년의 삶은 공포였다. 부부는 인간이지만, 인간적이지 않았다. 인간이 아닌 굴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이가 멀어지고 굴 소년을 죽이기로 결정한다. 소원해진 부부관계 해복을 위해서, 오히려 굴 소년을 자식이 아닌 정력제로 바라보았다. 자식을 잡아먹은 부부보다 오히려 비인간인 굴 소년이 더 순수하다.

 

이처럼 팀 버튼은 그만의 시선으로 예리하게 인간과 비인간을 포착한다.

 

 

 

오해받는 낙오자 : 동정심을 부르는 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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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무섭다. 두렵다. 기괴하다. 팀 버튼의 괴물은 뚜렷한 형체를 설명하기 어렵다. 심해어 같기도 하고, 혹은 알 수 없는 존재들을 이어 붙인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괴물을 미워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처럼 그가 만든 비인간, 또는 괴물은 각자의 이유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의 이미지와 같이 팀 버튼이 만든 괴물들은 겉으로 보기엔 기괴하다. 특히 조명을 활용하여 더 거대해진 그림자는 저 괴물 안에 더 무시무시한 것이 있을 것 같은 두려움을 낳게 한다.

 

그러나 그는 괴물을 두려움을 주는 존재로만 정의하지 않았다. 괴물들은 주위 인간들보다 훨씬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말처럼 우리는 그가 창조한 세상을 통해 그가 인간과 비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가위손>이다. 팀 버튼의 대표작이기도 한 <가위손>은 인간의 마음과 외양의 기계가 주인공인 영화이다. 그는 말 그대로 가위 모양의 손을 갖고 있고, 외모 역시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작품 내내 그는 순수한 성격임을 알 수 있다.

 

비인간이면서도 인간이자, 인간보다 맑은 영혼을 가진 가위손의 이야기는 팀 버튼 특별전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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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많고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작품을 차례로 감상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 어지러움조차 팀 버튼의 세상같은 공간이었다.

 

팀 버튼의 작품을 바라보면 그 속에 담긴 감정이 그대로 전이된다. 특히나 전시회 입구가 마치 이세계로의 출입문과 같은 인상이 들었다면, 작품을 다 감상하고 나오면서 마치 어느 전시회장이 아닌, 누군가의 머릿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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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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