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두가 하나 된 이 밤, Wonderland Festival 2022 [공연]

글 입력 2022.05.10 09: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꾸미기][크기변환]2022 원더랜드 페스티벌_포스터.jpg

 

 

지난 일요일, 나의 인생 첫 야외 페스티벌이었던 ‘WONDERLAND FESTIVAL 2022’에 다녀왔다. 비단 나에게만 새로운 경험이었던 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조금은 독특한 포인트가 있는 페스티벌이었다.


우선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이전에 개최된 바가 없었고,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장르의 조합이었다. 그동안 일부 해외 공연이나 미디어를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었던 고품격 클래식, 재즈 및 뮤지컬 아티스트들과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야외 파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본 페스티벌의 기획 의도였다.


무엇보다 벌써 2년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의 일상 속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던 야외 페스티벌을 오랜만에 다시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때마침 불과 하루 이틀 후에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나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몇 년 전의 일상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체감 가능한 시기였다.

 

이처럼 많은 관객들과 아티스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에 충분한 조건에서, 페스티벌은 개최되었다.

 


[꾸미기][크기변환]KakaoTalk_20220509_225049218.jpg

 

 

뮤지컬의 팬으로서 매번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당연했던 나에게, 입장과 퇴장이 자유로운 야외 페스티벌 문화는 정말 새로웠다. 손목 팔찌를 착용하며 입장하니 왠지 아주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팔찌를 받던 설레는 기분도 들었다.


넓게 펼쳐진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는 이미 많은 관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닥에 지정 좌석 번호가 쓰여있었고 의자 없이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처럼 즐기는 형식이었다. 돗자리를 개인적으로 미지참한 경우에는 부스에서 배부받을 수 있다는 공지를 보긴 했지만, 그냥 혹시 몰라 챙겨간 개인 돗자리를 사용했다. (여담이지만, 바람이 너무 불어서 돗자리를 펼치는 데 애를 먹고 있자 주변의 관객분들이 돗자리를 잡아서 도와주시는 따스한 사건도 있었다.)


내가 갔을 땐 오케스트라가 조금씩 연주를 하며 사운드 체크를 하고 있었는데, 타임테이블 상의 섹션이 전환될 때마다 잠깐의 체크 시간을 바로 가지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리허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운드 체크 과정을 실제로 보고 들으니 흥미로웠다.

 

 

[꾸미기][크기변환]KakaoTalk_20220509_225553031.jpg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모든 아티스트들이 오랜만의 페스티벌 개최와 관객의 함성 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대한 감격을 표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공연장에서는 감염 예방을 위해 함성이 제한되었으니, 아티스트들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오랜만이라 그리웠던 듯했다.


좋은 공연을 보고 아티스트들에게 함성과 박수로 응원을 보내는 것이 예전에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박수만으로 그 마음을 표현해야 하게 된 지 2년이 넘었다. 어쩌면 지금은 그게 당연할 정도로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하지만 환호와 박수 갈채로 가득 찬 응원을 직접 받던 아티스트들이 이제는 관객의 표정조차 마스크로 가려진 채 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늘 아쉬움이 남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나누고 교감할 방법이 너무도 적어져 버린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그저 단순히 음악을 듣고 즐기는 축제를 넘어,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에게 아주 특별하고 뜻깊은 자리가 되어주었다.



[꾸미기][크기변환]KakaoTalk_20220509_225144556.jpg


 

나에게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로 손꼽는 옥주현, 이지혜 배우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꿈같은 시간이기도 했다.


두 배우는 공연을 자주 같이하고 서로 친한 사이로도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나는 그들이 함께 출연한 뮤지컬 ‘레베카’를 두세 차례 관람한 것 외에는 실제로 둘의 공연을 본 적이 없었다. 영상에서만 보며 꼭 눈앞에서 보고 싶었던 이 조합. 원더랜드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부터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들의 첫 넘버는 뮤지컬 ‘위키드’에 나오는 ‘For Good’이었는데, 마침 바로 전날에 해당 넘버의 가사를 친구에게 쓰는 편지에 적었던 터라 첫 소절이 흘러나올 때부터 깜짝 놀랐다. 우정을 노래하는 이 넘버를 시작으로 두 배우는 함께 노래하기도, 각자의 색깔을 뽐낼 수 있는 솔로곡을 부르기도 하였다. 속된 말로 ‘여기가 천국인가’ 생각할 정도로 멋진 무대를 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와 더불어 아직 잘 모르던 다른 음악 장르 아티스트들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며 잔디밭에 평화롭게 늘어져 있었던 기억. 그리고 함께 간 친구들과 먹거리와 맥주 한 잔을 사 들고 여유를 즐기던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경험들. 정말이지 ‘WONDERLAND'라는 페스티벌 이름과 딱 어울리는 즐겁고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의 장과 같이, 우리 모두가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려야 했던 일상의 기쁨을 하루빨리 완전히 되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 언젠가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이겨낼 수 있기를.


페스티벌에서 조형균 배우가 불렀던 ‘Midnight Radio’의 가사가 떠오른다. ‘변치 말고 지금처럼 서로 안고 끌어주며, 모두가 하나 된 이 밤’. 이날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