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시간 여행, 그리고 우리의 시간 여행 : 뮤지컬 ‘렛미플라이’ [공연]

글 입력 2022.05.06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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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choose to go to the moon. (우리는 선택한다. 달로 가는 것을.)”

 

- 뮤지컬 <렛미플라이> 中

 

 

우리는 살면서 늘 어떠한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해. 시간이 지나고 때로는 그 선택을 후회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상상해보자. 다시 돌아간다면, 당신은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


*스포일러 주의: 감상평에 줄거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작품에 스며들어 있는 우주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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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테마 중 하나는 ‘달’이다. 달은 장르를 막론하고 수많은 작품에서 사용되는 모티브로 사용되고, 또 다양한 의미가 있다. <렛미플라이>에서 달은 ‘종착지’이다.


작품의 시작은 아폴로 11호가 달을 향해 쏘아 올려진 1969년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이와 병행되는 또 다른 배경인 2020년은 아르테미스 1호가 다시 달로 쏘아 올려질 준비를 하던 시기이다. (실제로는 아르테미스 1호의 발사가 2022년에 예정되어 있다.) 다시 1969년으로 돌아와, ‘정분’은 아폴로 11호의 소식을 접하며 NASA의 여성 과학자가 되어 달을 가는 꿈을 꾸게 되고, ‘남원’은 그런 정분을 도와주기 위해 함께 서울로 올라가려고 한다.


하지만 정분은 사고로 다치신 아버지를 두고 떠날 수 없어 다시 남게 되고, 남원도 그런 정분을 두고 떠날 수 없어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둘은 결정한다. 함께 있는 이곳을 달로 삼자고. 작품 초반에 점점 커져 남원의 시야를 지배하던 달은 이러한 새로운 정착지를 나타내는 복선이다.


그 외에도 작품에는 우주와 관련한 연출이 자주 등장한다. 정분이 그대로 남기로 하며 새로 지은 이름인 ‘선희’(Sunny)는 태양을 나타내고, 남원이 2020년에도 계속 수선할 옷들에 본능적으로 몸이 이끌리는 것은 중력을 나타낸다. 그리고 1969년과 2020년, 50년간의 긴 세월을 훌쩍 오가는 시공간의 초월을 보여주는 것도 우주를 연상케 한다.

 

 

 

2. 1969년에서 2020년으로, 2020년에서 1969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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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남원은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한 것이 아닌, 기억을 잃고 과거의 기억에 남은, 치매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 단서는 선희에게 있다. 관객으로서는 남원이 대뜸 선희를 할머니라 부르며 자신이 1969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선희는 놀라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남원을 대하며 남원을 도와준다. 그리고 시장으로 가는 남원에게 길을 잃지 말라고 집 주소가 적힌 편지를 가방에 넣어주는 행동도 단순히 ‘미래로 돌아온’ 남원에게 대하는 태도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결국 이 작품은 1969년에서 2020년으로 온 남원이 아닌, 2020년에서 1969년으로 돌아간 남원을 다룬다. 남원의 ‘미래탐사’는 다시 돌아갈 과거를 위해 미래의 일을 조사하는 것이 아닌, 다시 미래로 돌아오기 위해 기억을 찾는 것이다.

 

남원의 ‘시간여행’은 50년을 뛰어넘어 미래로 온 것이 아닌, 50년 동안 직접 걸어온 그 길 자체가 여행이다.

 

 

 

3. 우리는 또 다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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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분과 남원은 젊을 때 꾸던 꿈을 포기하고 서로를 선택했다. 그리고 2020년의 남원이 1969년의 기억으로 되돌아왔을 때 선희는 남원이 디자이너가 되는 길을 선택하리라 생각했지만, 기억이 돌아온 남원은 다시 선희를 선택한다.


꿈을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관객 측면에서 보면 터무니없어 보이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남원과 선희도 때로는 그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다. 남원은 국제복장학원에 들어가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고, 정분은 서울에서 공부하여 NASA의 여성 과학자가 되는 커다란 꿈을 포기하고, 작은 수선방의 주인 ‘영감’과 그 아내 ‘선희’로 남은 것에 대해.


그럼에도 남원과 선희는 다시 서로를 선택하고, 그것이 이 작품의 해피엔딩이 된다. 그들이 꿈을 포기한 것이 안타까울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제삼자의 시선이고, 선택을 한 본인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해피엔딩이 아닐까?

 

남들이 보기에 행복하고 더 나은 선택이 아닌, 내가 행복해질 선택을 하는 것. 지금은 후회가 될 수 있어도 다시 돌아가도 그 선택을 한다는 것은 그런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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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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