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술은 더 이상 그들만의 풍류가 아니다 - 마음챙김 미술관

글 입력 2022.03.3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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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쓰다.

 

불교에서는 생 자체의 고통에 주목하지 않는가. 실제로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한순간의 기쁨이오, 잡지 못할 쾌락이다. 죽으면 다 끝난다는 말이 허무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삶이란 그런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런 삶을 가꾸어나가려 부단히 노력을 한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조금씩 이 텅빈 화원에 꽃을 심어본다. 모종삽을 사고, 물을 주고, 토양을 가꾸며, 꽃이 시들면 슬퍼하고, 그럼에도 다시 꽃을 심고, 또 떠나보낸다.

 

아마 지구에서 누군가가 이런 인간들을 보고 있으면 비웃을지도 모른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이 참 가소롭다고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원해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도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그 움직임들이 우스울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넘어 타인과 상황을,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세계를 탐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는 그 움직임들은 사랑스러운 것에 가깝다.

 

인간은 많은 수단을 이용하여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려 하지만, 특히나 자주 사용되던 몇 가지 것들이 있다. 오늘은 이 중 예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책 <마음챙김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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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전반적으로 명화들을 소개하고, 이에 얽힌 스토리를 현대인들의 마음 고민과 연결지어 쉽게 풀어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고흐나 고갱같은 예술가들도 나오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클로댕이나 모드같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함께한다.

 

어렵지 않게 읽힌다. 책을 넘기며 몰랐던 그림들을 마주하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것도 재미있고, 이를 심리학과 연결지어서 메시지를 던져주는 전개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중간중간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일부 철학자들에 대해서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예시를 들어주어 철학이나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한 예술가에 대해 소개할 때 그가 관계를 맺고 있던 여러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면서 그들의 관계성을 엿볼 수 있던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동시대 예술가들은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성을 이해하는 것은 작품을 더 깊은 감상에도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고흐를 좋아해서 고갱에 대해 그닥 좋지 못한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책에서 고갱의 가족과 스승, 신념을 들으면서 그 또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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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그림들은 부유층의 행복한 일상 만을 담고 있는 것 같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부가 가져다준 여유를 그리는 이는 어떤 붕 뜬 행복의 낙원에 갇혀있을 것 같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르누아르는 부유층도 아니었으며,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림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르누아르는 그림 속이라도 행복이 깃들어있었음을 바랐다. 현실회피나 부정이 아닌, 그저 행복을 담는 게 자신의 생각한 그림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요즘 말하는 보편적인 시각적 힐링을 추구했다고 할까. 르누아르는 행복을 주는 그림을 역할을 다했다.

 

책 속에는 인상깊은 말도 많았다.

 

‘다른 사람이 내게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되고, 내가 바라는 것은 다시 누군가의 욕구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위만 바라보면 내 자리는 한없이 낮아진다.’

 

‘상처로부터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 상처는 어디까지 치유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예술의 감상은 그저 작품만을 보고 그 외부의 형태에 감동받는 것을 넘어,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작가와 교감하며 한 인물의 ‘내놓음’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이러한 책들이 작가와의 교감에 징검다리를 내어주는 듯 해 의미있다 느낀다.

 

더 이상 예술은 삶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풍류가 아니다. 우리가 예술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시선과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이제는 예술 감상을 교양을 위해 머리에 욱여넣는 정보가 아닌, 어느 옛날에 살았던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carpe diem (현재를 잡아라)!

 

마지막은 책에서 나온, 좋아하는 문장으로 끝을 내보려 한다. 예술은 삶을 되돌아보고 탐구하게 하는 좋은 매개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널려있는 예술을 자신에 맞게, 마음대로 사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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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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