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 앞에서 꺼낸 마음들 - 마음챙김 미술관 [도서]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글 입력 2022.03.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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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미술’이라는 책의 주제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그림 심리 테스트다. 흰 종이에 그린 집을 보고 문의 위치, 지붕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그린 이의 감정을 분석하던 일종의 심심풀이 놀이 말이다. 동일한 지문 아래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을 그리지만, 집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집 그림은 그린 사람의 가정사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삶의 지향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는 과정에서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이 그림에 반영되어 현재 마음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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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음챙김 미술관’은 이런 그림의 힘을 활용해, 나의 온전한 마음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치유미술 전문가인 저자 김소울은 감정, 선택, 관계, 욕망, 태도 관점 등의 20가지 심리 키워드를 통해 다채로운 그림들과 화가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을 이야기한다. 독자는 작품에 대해 몰랐던 내용과 메시지를 음미할수록, 그림을 새로운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저자는 작가가 삶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감정을 성숙하게 다루는 방법을 알려준다. 미술을 어렵게 느끼던 사람도 자신과 비슷한 작가의 삶에 동질감을 느끼며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림의 힘은 위대하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그림이 주는 울림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동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지만, 작가의 이야기는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고민을 다루면서 독자의 공감을 일으킨다.

 

 

 

마음챙김 미술관으로 보는 감정의 양면성



 

평소 저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임을 강조해 왔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감정과 행동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마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 지은이 소개 中

 


그림 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같은 것을 보고 그리더라도 그리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결과와 표현하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동일한 사과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탄생한다. 마음도 그러하다. 같은 감정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루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뀐다.


예를 들어, ‘열등감’은 다른 사람에 비해 뒤떨어졌다고 느끼는 감각이지만, 다르게 받아들이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힘이 된다. 열등감을 건강하게 사용하면 변화의 근본이 되어 자존감의 평균점을 상승시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툴루즈 로트렉’은 열등감을 미술이라는 예술적 행위로 연결시킨 대표적인 작가로, 자신의 장애를 작품의 창조적 원천으로 삼았다.


로트렉은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작품에 담았다. 상류사회를 풍자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차별 없는 시선을 그려내면서 편견과 차별에 대항했다.


‘불안’도 그러하다. 나쁜 감정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저자는 불안은 안전함과 대비되는 감각이기에 이를 통해 인간은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는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 스스로를 치유한 대표적인 작가다. 그는 주변의 수많은 죽음을 경험했지만 불안 속에 웅크리지 않고 잘 달래고 살펴, 끝에는 작품 속에서 태양처럼 밝은 희망을 보여주었다.


아래 내용은 필자가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을 적은 것이다.


 

 

1장.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편견에 굴하지 않고 나를 표현하기>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는 세계 최초로 남성에서 여성이 되는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여성 화가 '게르다'와 결혼 후, 아내의 부탁으로 임시 모델을 하면서 스타킹과 하이힐을 신는 행위 속에서 자신 안에 억눌려 있던 여성성을 발견한다. 억제해 왔던 베개너의 욕망은 그림이 그려지던 순간 터져나왔고 릴리 엘베라는 여성의 이름을 붙이며 자신을 드러내기로 한다.


동성애자에 보수적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그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그런 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지지해준 아내 게르다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베게너는 성전환 수술 거부 반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여성으로 살고 싶다는 그녀의 꿈은 이루어졌다.


 

 

1장.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인생이 힘들다고 힘든 것만 볼 순 없잖아요>


 


“르누아르의 그림 속에는 가난과 불행이 없다. 그가 그린 그림 속에는 웃음과 행복, 그리고 여유가 가득하다. 그림 속에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데 굳이 무겁고 어둡게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략) 웃고 있는 예쁜 여자아이와 고양이를 보면서 마음의 포근함을 잠시 느껴보는 것, 그것이 르누아르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힐링의 선물이었다.” - P.62

 

 

르누아르는 행복하기를 선택한 화가였다. 감정의 강렬함을 선택하는 것도, 감정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도 자기 자신이다. 모두에게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관점의 변화를 통해 내가 사용했던 감정을 떠올리고, 어떤 감정을 반복적으로 사용할지, 어떤 강도로 느끼기를 선택했는지 가시화하고 느낄 감정을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3장. 관계 속에서 자꾸 힘든가요. <남에게서 찾는 나의 가치>



평소 타인의 시선에 나를 가두고 인정욕구가 심한 편인지라,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의 삶이 가장 와닿았다. 세잔이 그린 아버지의 초상화 <레벤망>에는 신문을 읽고 있는 아버지 그 뒤에 자신이 그린 정물화를 그려 아버지가 자신의 그림을 인정하고 벽에 걸 정도로 좋아하길 바랐다. 후원해주던 친구 에밀 졸라에게도 열등감을 느끼고 극심한 자기비하에 빠지며 불안한 삶을 이어갔다.


 

“남보다 뛰어난 것은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 진정한 자랑거리는 과거의 자신보다 뛰어난 자신“ - 헤밍웨이


 

우리가 비교할 대상은 과거의 나 자신이고, 그보다 발전한 현재를 칭찬하고 바라봐야 한다. 도달하지 못할 이상적 대상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필요한 자기비하감을 만들어 낼 뿐이다. - P.134

 

 

타인과 비교를 하면 자기비하감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나 또한 그랬다. 주변과 나의 상황을 비교하며 자책하는 게 습관이 됐다. 그런 나에게 기준치를 ‘자신’으로 설정하라는 구절이 큰 위로가 되었다. 삶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외면했던 스스로의 장점을 적어보면서 나만의 고유성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불안한 마음이 날뛰지 않도록 캔버스 위에 붙잡은 뭉크처럼 누구나 마음속 불편한 이야기들을 털어놓고 나면 정리가 되는 기억들이 있다. 책에서 감정은 알아차려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치유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화가의 삶과 작품 속 이야기는 온전한 나를 마주하고 외면했던 마음을 알고 관찰할 수 있게 한다. 마음가짐에 따라 삶의 방향과 가치는 서서히 변화할 수 있다. 책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자신만의 마음챙김 미술관을 소유할 수 있을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컬처리스트 이정은 TAG.jpg

 


[이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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