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제목은 '스포 금지' [도서]

책의 제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고, 부제목은 “스포 금지”입니다.
글 입력 2022.03.22 00:2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절대 스포일러 해서도, 당해서도 안 된다고 하는 책이 있다.

 

모든 인터넷 서점 플랫폼의 베스트셀러 순위 10위 이내를 유지하고 있는 도서, 세계의 극찬이 끊이지 않고 네이버 네티즌 평점 9.75점을 달성한 도서, 바로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여기저기서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을까. ‘스포’ 없는 선에서 책을 소개해본다.

 

책을 기승전결의 구조로 나눈다면, ‘기’에 해당하는 부분이 체감상 책의 약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다, 어떠한 변곡점을 계기로 긴장감과 감정이 급작스레 고조되며 ‘승’ 단계를 거치고, ‘전’에 도달하면 쌓아온 모든 에너지가 폭발한다. ‘결’에서는 폭발한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며, 비로소 이 책이 하고자 했던 말을 한다. 물고기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


이 책은 자연계를 순서에 맞추어 배열하고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말의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존슨의 삶을 저자인 룰루 밀러가 추적해가는 이야기를 13개의 에피소드에 담고 있다.

 

저자는 과학자 이전에 인간이었던 그를 마주하는 과정에서 상실과 사랑, 숨어있는 삶의 질서를 발견한다. 19세기 말 그 어디쯤을 기록한 문서와 증언을 통해, 데이비드 스타 존슨의 실험실에서 그와 함께 앉아있는 듯한 생생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과학 도서로 분류되어 있다. 분류학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책은 유능하고 고집스러운 한 분류학자의 삶을 곁들인 영락없는 과학 도서이다.

 

그러나, 질서와 분류를 누구보다 사랑하며 분석적인 눈빛으로 자연을 바라보았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과, 그를 끝까지 쫓았던 룰루 밀러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어떤 도서보다 인문학적으로 다가온다.

 

때론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삶의 성찰을 권하고, 때론 판타지 소설보다 환상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의 한계에 대해 고뇌하기도, 새옹지마에 한탄하기도 하면서 책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전체적인 짜임은 상당히 촘촘하고 조밀하다. 모든 요소가 아주 세밀하게 엮여서 책의 말미에 하나의 장엄한 그림을 완성한다. 나무, 나무, 또 나무…… 나무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았을 때 거대한 숲이 펼쳐져 있는 그 벅찬 기분. 몰입해서 읽다가, 책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된 순간 마음속 깊이 느껴지는 충만함. 베스트셀러임에도 모두가 ‘스포일러’할 수 없다며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직접 읽어보라고 권하는 이유는, 그 벅찬 기분과 충만함을 조금도 훼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일러의 전제조건은 반전이다. 이 책은 반전을 품고 있다. 퍼즐을 조각조각 맞추다가, 마지막 한 조각이 ‘달칵’하고 들어가는 순간을, 모두가 훼손 없이 즐겼으면 한다. 책의 제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고, 부제목은 “스포 금지”이다.

 

 

 

태그.jpg

 

 

[김태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97877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