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낡고 빛나는 시대를 향해, 더 보울스 - Blast From The Past [음반]

록의 황금기에 대한 애정을 담아낸 더 보울스의 Blast From The Past
글 입력 2022.03.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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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OST로 수록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의 ‘Mr. Blue Sky’를 기억하는가. 1977년 영국 록 밴드의 히트곡이라는 사실을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일종의 낡은 향수를 자극하는 기분을 겪어봤을 것이다. 우린 과거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과거의 것이라 어렴풋이 알고 있던 음악을 통해 다른 시간을 경험한다. 소리의 질감과 투박한 연주가 낡고 빛나는 70년대의 록 황금기를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장르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소리의 형태와 흐름에는 누군가 살았던 어떤 ‘지점'을 가르킨다. 음악이 품고 있는 문화적 배경이라고 해두자. 문화적 배경은 아티스트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표현의 개성이 강할수록, 청자가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나 기억은 더욱 선명해진다. 더 보울스(The Bowls)의 음악이 그렇다.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듣고는 블루스와 록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시기를 떠올렸다. 앞으로 뛰쳐나가는 록 그루브, 거칠고 빈티지한 기타 톤과 호흡이 살아있는 앙상블까지. 직접 살아보진 않았지만, 상상만으로 충분했다.

 

더 보울스(The Bowls)는 중학교 밴드부 선후배들이 모여 결성한 5인조 록밴드다. 2015년 첫 EP < The Ballad Of Bowlin' Bowls >로 데뷔하며 두 장의 정규를 포함해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데뷔로부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밴드는 왕성하게 활동하며 다양한 거장들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스틸리 댄(Steely Dan), 러쉬(Rush)를 비롯해 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틀즈(The Beatles)까지, 이들은 언제나 록을 향한 깊은 애정과 열정으로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더 보울스의 세 번째 정규 앨범 < Blast From The Past >도 마찬가지다. 제목을 직역하면 과거로부터의 폭발이라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동명의 영화 ‘Blast From The Past’(1999)는 밴드에 앨범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영화는 핵전쟁의 두려움으로 35년 동안 방공호에 숨어있다 세상에 나온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밴드는 과거의 찬란했던 아름다움으로 록의 르네상스를 멋지게 완성해냈다.

 

더 보울스가 구현한 과거는 첫 트랙 ‘Mr. Love’부터 시작한다. ‘Mr. Love’는 잠깐만 들어도 유난히 브리티시 록의 느낌이 선명한 트랙임을 알 수 있다. 앨범의 전반적인 사운드는 동시대의 록 밴드들보다 조금 더 과거의 모습을 선명히 구현한다. 프런트맨이 내내 연주할 것만 같은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럼, 둔탁한 톤의 드럼과 스트링과 멜로트론의 장식, 마지막으로 거칠고 빈티지한 디스토션을 품은 기타까지. 심지어 유난히 또박또박 읊는 발음과 투박한 코러스도 매력적으로 들린다.

 

앨범은 주로 디지털 이전의 전통적인 악기를 연출한다. 두 번째 트랙 ‘Square’는 오르간과 벤조, 슬라이드 기타와 드럼의 리듬이 더해져 컨트리 트랙을 완성한다. ‘Young’에서는 글로켄슈필과 피아노의 리듬으로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I Can’t Make You Love Me’와 ‘Peace’는 풍부한 스트링을 배치해 특유의 서정성을 만들었다.

 

더 보울스는 전통적인 요소를 능숙히 활용하다가도 신시사이저를 사용하거나 다른 장르를 가져오기도 한다. ‘Round&Round’는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록 사운드와 신스팝을 밝은 사운드로 엮어내고, Queen of the Meadow와 함께한 ‘Pass Me By’는 다른 록 트랙들과 다르게 산뜻한 보사노바를 보여준다. 특히 ‘Pass Me By’는 곡의 후반부에서 신시사이저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들이 사운드를 가득 채워 앨범의 볼륨과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 Blast From The Past >는 따스한 서정성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앨범의 모든 수록곡은 프런트맨 서건호가 작곡했다. 대부분의 곡은 이해하기 쉬운 코드와 멜로디로 구성되어 우울한 티 없이 밝고 따뜻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서정적인 작곡과 다르게, 종종 비관적이거나 우울한 가사가 등장해 이중적인 정서를 연출하는 재치가 돋보이기도 한다. 통통 튀는 리듬의 ‘Square’는 소년이 광장에 나가 분노하고 낙심한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Don’t Care About Me’는 실연당하거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야기를 담았다.

 

앨범의 수록곡은 대부분 70~80년대의 팝처럼 선율적이며 이해하기 쉬운 구조를 제시한다. 짧고 단순한 벌스와 코러스는 플레이 타임 내내 반복되지만 센스있는 편곡과 밴드의 앙상블을 통해 지루함을 해결했다. ‘Mr. Love’의 아웃트로는 반복되는 테마 위에서 다르게 흘러가는 코드로 편곡적인 디테일을 엿볼 수 있으며, ‘Don’t Care About Me’의 후반부에 이르러서 오페라록과 같은 스케일을 연출하는 밴드의 앙상블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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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몇 가지 특징만으로 전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더 보울스가 < Blast From The Past >에서 보여준 모습은 동시대의 록 밴드보다 더욱 과거에 몰입한 인상을 준다. < Blast From The Past >는 대중적인 작곡이 앨범 전반을 채워 잔나비나 검정치마와 같이 따뜻하면서 서정적인 록을 보여준다. 하지만 소리를 선택하거나 곡을 전개하는 방식은 다른 어떤 밴드보다도 과거를 향한 섬세한 노력이 돋보인다. 앨범을 관통하는 낡고 투박한 소리는 앨범 내내 흐트러지지 않으며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듬어진다.

 

록 마니아라면 더 보울스의 < Blast From The Past >를 꼭 들어보길 권한다. 밴드가 보여준 낡고 빛나는 과거가 앨범을 듣는 당신에게도 폭풍처럼 몰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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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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