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MBTI는 과학이야’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사람]

MBTI 검사의 본질은 무엇인가
글 입력 2022.03.1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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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한창 인기를 끈 것들이 있다. 몇 백 번씩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이용한 빙고 챌린지, 이때다 싶어 마음을 먹고 만들어 완성하는 셀프 인테리어 등이 그 예이다. 이와 비슷하게 특히 10대와 20대에서 유행한 것이 있는데, 바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다 들어봤을 ‘MBTI’가 되겠다.

 

20대인 나 또한 비슷한 연령대의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선 심심찮게 MBTI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듣는다. 그렇게 질문에 각자의 유형이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유형을 찾으려 하거나 서로 다른 유형에 대해 또 다른 질문을 하기 일쑤다. 아래는 내가 MBTI 테스트를 통해 나온 유형을 밝히고 난 후 심심찮게 들은 말이다.

 

 

“INFJ요? 전혀 I형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데…

당연히 E로 시작하실 줄 알았어요!”


“INFJ라고? 난 N인 사람들 보면 신기해.

진짜 어떤 말을 들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래?”

 


처음 이러한 질문을 들었을 때는 ‘오래 본 사람이 아니라면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정도의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이 생겼다. MBTI가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MBTI 유형을 밝히고 나면 사람들이 그 유형에 맞춰 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을 한 부분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격적 특징을 ‘내 MBTI가 이래서 그래’라고 말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내 MBTI를 모르겠어요



나 또한 한때는 MBTI 유형에 소위 말하는 과몰입을 하여 스스로를 완벽하게 정의해보기 위해 16가지의 모든 유형에 해당하는 설명을 읽고 하나하나 특징을 비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유형의 설명을 읽어보아도 딱 맞는 유형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남들은 설명이 잘 맞아떨어진다는데, 하나로 유형이 고정되지 않는 내가 이상한 것인가 생각이 들었던 나는 결국 유료로 하는 진짜 MBTI 검사를 받고 상담을 하기에 이른다.

 

 

MBTI_1.jpg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보니 여태 온라인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여러 테스트의 결과와는 완전 다른 유형이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간이 검사는 진짜 검사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전히 나의 진짜 MBTI 유형은 무엇인지 헷갈렸던 것 같다. 그렇게 검사 결과를 토대로 상담을 받고 나오면서 상담사님께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다음과 같았다.

 

 
“유형이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양향성이 높으신 분이라서 그래요. 지표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유형의 경계선에 있는 거죠. 너무 MBTI를 맹신하시거나, 유형에 자신을 맞추려 할 필요는 없어요. 이러한 테스트를 통해서 자신이 대략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답니다.”
 

 

상담사님의 말을 토대로 하면 MBTI는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떠한지를 대략적으로 정의해주는 하나의 지표이기에 자신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MBTI에 해당하는 설명이 성격과 딱 들어맞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이상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 말은 ‘왜 나에게 맞는 확실한 MBTI 유형은 없을까?’라는 질문에 꽤 현명한 답이 되어주었다.

 

 

 

숫자와 유형 뒤에 사람이 있다



MBTI가 유행하면서 ‘너는 이런 유형이니까 이런 성격이겠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많은 간이 심리 테스트를 하며 사람들의 성격을 텍스트로 읽기 쉬워진 탓이다. MBTI를 통해 낯선 사람과도 보다 손쉽게 공통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쯤에서 MBTI 유형을 너무 맹신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각자 가지고 있는 성향이 모두 다르고,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타고난 성향이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와중에 과연 인간을 완벽하게 정의할 수 있는 수치나 지표가 있을까. 나는 이에 꽤나 회의적이다.

 

보통 여러 심리검사를 해보면 검사자가 각 지표에 얼마만큼 해당되는지 수치를 통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MBTI는 대립되는 4개의 지표에 대해 개인의 선호가 얼마나 되는지를 밝혀 성격 유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MBTI 유형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선호도를 파악하는 검사이기에, 자신이 해당되는 지표와 반대되는 지표의 성향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MBTI는 자기보고형 심리검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자기보고형 심리검사란 응답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점수를 매기는 방식인데, 이러한 방식은 검사 결과의 신뢰도 면에서 명확한 한계점을 가진다. 검사자가 자신의 실제 모습과 다르게 의도하는 방향대로 결과를 조작할 수도 있으며, 한 개인이 자신을 완벽히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본질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데 있다


 

나는 MBTI가 사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이 단순히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10대와 20대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러한 현상은 자기 자신을 더 알고 싶고, 내가 누구인지를 정의하고 싶은 욕구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학과 취업이라는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10대와 20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겐 어쩌면 ‘나’에 대한 관심은 가장 뒷전일 지 모른다. 사회가 요구하는 이미지가 아닌 온전한 나를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기에, 이를 MBTI와 같은 정량화된 수치와 정형화된 설명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MBTI를 통해 알게 된 성향은 타인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실제로 최근에서는 기업 면접에서 MBTI를 설명하고 자신을 소개해보라는 질문이 등장할 정도라고 하니, 청년들이 자신을 정의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mbti_2.jpg

 

 

이렇게 MBTI를 통해 자신을 파악해보려는 경향이 번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향 속에서 때로는 자신이 MBTI를 너무 맹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본질은 사람을 성격으로 구분하여 유형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파악하는 데 있으며, 결국 나는 내가 제일 잘 알아야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러니 MBTI 유형이 딱 들어맞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도, MBTI 유형만으로 한 사람을 판단할 이유도 없다. 숫자와 4글자의 영어 단어로 한 사람을 정의하기엔 인간은 훨씬 더 복잡하며, 우리는 자신의 성향에서 비롯되는 장점을 통해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자명함_정하림.jpg

 

 

[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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